나의 에세이

분노할 줄 모르는 한국인

미래 교육 2008. 3. 7. 01:30

                " 분노할 줄 모르는 한국인"

몇 년 전 가을날,  오페라 "명성황후"를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오페라를 보면서 분노를 느끼고 우리 자신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강한 충동에 사로잡혔었다. 그러나 극장을 나오면서 희희낙낙하는 관객들의 모습에 왠지 씁씁한 기분에 휩싸였다: "의상이 아주 멋있고 화려하더라", "음악이 아주 웅장하더라구" ," 명성황후 역을 맡은 여배우가 참 멋지더라구", " 새로운 관점에서 민비를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오페라야" . . . . . . .

이런 말들은 이미 "명성황후"를 미국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을 때, 미국인들한테서 들었던 얘기들이다. 우리와 전혀 관계없는 미국인들은 그렇게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도 구경꾼처럼 그렇게 말 할수 있을까. "명성황후"를 관람하고 난 후 한국인으로서 고작하는 말이 그것밖에 안 나오다니. 그런 관객들을 보면서 걱정이 앞서고, 한숨만이 나올 뿐이었다.

"분노할 줄 모르는 한국인". 사소한 일에는 분노하고 목숨을 내걸 듯이 싸우면서 정작 중요한 일에는 분노할 줄 모르고 뒤에서 욕이나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몇 십분을 기다리지 못 해서 같은 민족을 죽이고, 앞에서 빨리 가지 않는다고 앞 차의 운전자를 집단 구타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남의 나라의 식민통치를 받고 경제적 수탈을 경험했던 나라가 이제 좀 잘 살게 되었다고(?) 다른 나라에서 와서 힘들게 일하는 외국근로자들을 노예처럼 학대하고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일에 분노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지금 우리는 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혼란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없다.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대통령 후보들도 모두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빠쁘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의 꼴이 어떻게 될까 심히 걱정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일제에게 國母인 왕비가 시해되는 수모를 겪을 수밖에 없었고, 36년씩이나 식민통치를 당했지 않았나 생각된다. 불과 50년 전의 일을 까맣게 잊고 지금 또 다시 일본놈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지 않는가.

일제 식민통치는 이미 지난 일이요, 못 난 조상 탓으로 돌릴 수 있을 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또 한 번 그러한 수모를 당하고 있다. IMF(i'm F)에게 무릎을 꿇고 그들의 내정 간섭을 받고 있지만, 분노할 줄 모르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한국인들. 이것이 우리들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우리의 후손들도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국치를 조상 탓으로 돌리고 우리와 똑같은 삶을 되풀이하게 되지 않을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모를 받으면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비싼 외제 상품에 대한 수요는 별로 줄어들고 있지 않으며, 따뜻한 겨울에 인공 눈을 뿌려서 스키를 타러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지금이 이럴 때인가? 80년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같이 우리의 경제가 한 없이 추락하고 정치적 혼란은 계속되는 가운데 또 다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이젠 환상에서, 꿈에서 깨어날 때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경제적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이다.

정신을 차리자. 우리의 경제를 이 지경으로 몰고간 무책임한 인간들을 향해서 또한 우리의 어려움을 이용하려는 세계 열강들에 대하여 "분노하자". 그리고 명성황후가 말했 듯이, "한국의 민중들이여 일어나자!" 이제 누구를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이 어려움을 극복할 때이다. 그 다음에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따지고 그 대가를 지불해 주자. 다시는 이러한 수모를 격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를 남겨주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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