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아이들을 백지상태로 보고 뭔가를 주입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잘 해서 더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 이것이 모든 아이들의 목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는 경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아이들은 점수 잘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점점 아이들은 지식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단순히 암기하는 수동적 존재가 되어 갑니다. 점차 자신의 꿈은 멀어진 채 더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이런 교육을 받았고 그것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가 많았습니다. 내 가슴 속에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도 많았고 이게 정말 내가 가야할 길이 맞나 싶다가도 남들에게 뒤처지기 싫어서 억지로 해야 할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때 정말 많이 아팠고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교대 와서도 선생님이 된다는 확고한 의지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교사, 교실, 아이들 학교에 관한 모든 것들이 정말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대학 졸업한 뒤에 그렇게 싫어했던 학교에서 교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심각하게 자퇴를 고민했지만 자퇴하고 나서 뭘 해야 할지 방향도 설정하지 못해서 어영부영 시간 때우기 식으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2학년 때 ‘대안학교의 이해’ 라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제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학교, 교사, 교실, 교육의 모든 것들이 확 바뀌었습니다. 매주 발표되는 대안학교에 관한 서적도 읽고 여러 대안학교의 비디오를 보면서 정말 저렇게 행복한 학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대안교육은 아이들이 이미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 봅니다. 그리고 교사는 그 가능성을 키워주려는 노력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최대한 주체적인 아이로 키우려고 합니다. 정말 아이들 한명 한명을 온전한 인간으로 기르려고 제가 알지도 못 하는 방법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방학하면 학교에 갈 수 없다고 우는 아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제가 지금까지 받았던 공교육과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런 대안학교에 참 많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을 한다면 교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좋은 교사는 아이들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학력이 더 좋고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 한 명 한명 존중해 줄 수 있는 교사가 정말 좋은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교사가 된다면 이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모자란 것이 많습니다. 아직 어떤 이론적 바탕이 머릿속에서 세워진 것도 아니고 여러 다양한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눈도 좁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아직 주체적인 인간이 되지 못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충분히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으로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노트 한 권에 평생 제가 하야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이것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입니다. 책을 읽거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것은 살면서 꼭 한 번 해봐야겠구나 하는 것을 계속 적어둔 노트입니다. 그 노트에는 제가 여행 가야할 장소부터 배워야할 것, 하기 싫지만 해야 할 것, 읽어야할 책 목록 등이 적어져 있습니다. 지금은 지워진 목록보다 지워지지 않은 목록이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워진 목록을 더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되고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5년 후 저의 모습을 보면 임용고시 합격 후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대안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교육 교사 기간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교육 중에서도 대안교육의 장점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완주 삼우초등학교와 남한산초등학교에서 근무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임용고사를 보고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여러 가지를 배우고 여행 다니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1년 정도 휴직하고 해외 자원봉사를 다녀왔거나 가려고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10년 후에는 상담이나 심리학 혹은 음악교육 분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근무하기 원했던 삼우초등학교나 남한산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계속 뭔가를 배우고 여행 다니고 책 읽는 등 저의 목록지우는 일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20년 후에는 대안학교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존중할 줄 아는 교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도 아이들이 방종이 아닌 정말 자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하려고 그리고 저 역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 공교육에는 제가 하고 싶은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얘들 자습시켜놓고 학교 업무 처리한다고 할 정도로 많은 업무와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등의 공교육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교육을 하는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참 힘든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안학교에 들어가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30년 후에는 대안학교를 만들어서 아이들과 한참 즐겁게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썸머힐이나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처럼 큰 학교를 세우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슬램가에 있는 프리스쿨처럼 작지만 정말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정말 즐겁게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대안학교라는 인식이 부정적입니다. 대안학교하면 학교 부적응아나 장애인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래서 분명히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리하나 저리하나 똑같이 죽을 것 이왕이면 제가 하기 싫은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막상 계획을 세워보니 제가 해야 할 일이 조금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제 지금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교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