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전 세우기 : 실과교육과 한아름
고등학교 때 제 목표는 교대였습니다. 하지만 수능성적은 교대에 갈만큼 나오지 않았었고 그래서 적성이나 흥미와는 전혀 무관했던 화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휴학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취업에 대한 걱정과 함께 이대로 졸업을 해버리게 되면 백수가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두려움에서였습니다. 일단 휴학을 하게 되면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유지한 채로 조금 더 시간을 벌게 되고 또 이 시간 동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진지하게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게 되므로 일종의 피난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직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에 휴학을 하고 편입학원에 다니면서 약대편입도 준비해봤고 여러 가지로 시도해 봤지만 역시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라는 생각에 이르자 수능을 보자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교대를 목표로 하고 수능을 준비할 때는 단지 초등학교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얻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그 정도면 교사로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고 또 내가 아니면 누가 교사가 될까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합격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교대는 생각보다 힘들었고 또 1년, 2년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자세로는 절대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뉴스에서 교육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관심 있게 읽어보게 되고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나 얼마 전에 크게 충격을 받았던 대구 초등학교 성폭력 사건과 같은 기사라도 접하게 되면 내가 정말 이 일을 평생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단순히 안정적인 면만 보고 선택하게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점점 어떻게 하면 진정한 교육자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서 이런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국어선생님께서 교대를 목표로 하는 저를 보시고 엽서에“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昧”라는 구절을 적어주셨습니다. <大學>의 正心修身편에 나오는 것인데“마음을 두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아니하고, 들어도 들리지 아니하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즉, 마음을 바로 두지 않으면 몸도 마치 주인 없는 나룻배와 같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거나 좌초하여 파손되기 마련이므로 몸의 주인이 곧 마음이며 마음의 안주할 바가 몸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 의미를 알게 된 이후로 이 구절을 저의 좌우명으로 삼고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항상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되고자 하는 좋은 교사의 모습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교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마음에 품고 사랑으로 대하면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좋은 교사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교사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아닌 진정한 스승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던 그 때, 그 마음의 처음처럼 현실에 안주하거나 현재의 상황 때문에 포기하고 주저앉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5년 후 나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사가 되고자 합니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신규교사이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부족함이 없어 학생들과 함께 하며 학생과 교사인 제 자신이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해 갈 것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은 학생을 인격체로 존중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학생의 입장을 배려해서 교육의 최상의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메마른 사회분위기로 인해 교사와 학생간의 친밀감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학생들의 개인차를 인정하며 차가운 머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교과내용보다는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교사로서 학생에게 지침이 되어 주고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은 보람되지만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학생과 교사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며 서로 의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년 후 나는 책을 많이 읽는 교사가 되고자 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어느 때고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10년 후 책을 많이 읽는 교사가 되고자 한 것은 10년 정도의 교직생활 후에 어느 정도의 경험이 축적되고 안이한 마음이 생기게 되면 기본 소양을 늘리기 위해 더 이상 독서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다양한 상황에 직면 했을 때 올바르게 판단 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것은 일방적인 지식전달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경험을 통해 여러 상황에서 즉각 반응할 수 있는 판단력을 키워 줄 수 있는 교사가 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또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 텐데 이것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을 쌓고자 합니다. 또한 독서를 통해 기본 소양을 늘릴 수 있는데 이것을 늘림으로써 높은 질적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교육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은 ‘밥 먹고 기도하고 독서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서 습관이 생활에 배어있다고 합니다. 갓난아기가 아빠․엄마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고 따라하게 하는 것처럼 학생들의 학습이란 보고 듣고 모방하는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타산지석이 되어야 할 교사로서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고 기타 기본소양도 늘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모범을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20년 후 나는 지식과 인성을 겸비한 교사가 되고자 합니다.
교사는 자기가 가르치는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전제가 됩니다. 또한 교사는 미성숙한 인간, 특히 아동을 전인적 인간으로 기르는 의무를 가지고 스스로의 엄격한 행동규범을 통해 자기를 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0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석사, 박사과정을 통해 전공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풍부한 지식을 습득할 것입니다. 다양한 지식이 쌓이게 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을 때 학생을 전인적 인간으로 기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죽은 지식이 아닌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출 수 있는 산지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현실을 인식하고 경험이 생활 속에서 쓰이는 지식이 되어 쌓이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30년 후 나는 존경받는 교사가 되고자 합니다.
지금의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은사님들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교육환경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생들과 부대끼면서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으시고 인정으로 정성을 쏟아주신 선생님이 계셨고 또 솔선수범으로 가르쳐주신 선생님, 지식의 수준을 높여주신 선생님의 모습까지 그 분들 모두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교수방향이나 스타일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되고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참된 교사로 기억되는 선생님들의 교수방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엄격하셨지만 학생들의 입장을 배려해 주시고 모범된 모습으로 지도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런 점을 마음에 품고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참된 교사였다고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언제나 학생들을 위해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범을 보이려고 애쓰시는 모든 선생님들이 진정한 교사의 모습이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교직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이야말로 제가 본받아야 할 교사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