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교대에 입학하여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자 결심한 시기는 그리 오래 전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3학년, 자연계열의 학생이던 저는 계속 떨어지는 수리영역 점수에 좌절하고 있다가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수리영역을 인문계생과 함께 치는 수리 ‘나’형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수리영역을 바꾸고 나니, 갈 수 있는 대학들이 한정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높은 이상은 사라진 채 현실을 바라봐야 했던 이 시기는 너무나도 괴롭고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 제가 평생의 롤 모델로 삼고자 하는 중학교 1학년 때의 담임선생님과 오랜 시간 상담을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사로서의 모습을 지니신 분이신데, 안타깝게도 지금 힘겹게 투병생활 중이십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선생님께서는 제게 아낌없는 사랑의 조언을 해주시고자 하셨고, 저에게 교사의 길을 선택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라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평소에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던 제가 선뜻 교사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너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크게 격려해 주셨고, 그 말씀 덕분에 선생님과의 상담 전까지 생각하고 있던 다른 일반대의 모 학과를 합격하고도 합격포기하고 교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교대에 입학할 생각을 하고 나니, 지금까지 저의 생활에 대한 반성의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그 아이들을 사랑으로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 사회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의 아이들을 보살피는 곳은 아니고 유치원 정도 나이의 아이들을 보육해주는 사단법인 시설인데, 원장님께서는 사촌언니의 친구 어머니로, 그 언니의 친구 분은 입양해서 친 딸처럼 키우시고, 그 딸을 키우신 것처럼 원생들을 보살펴 주시고 계시는 분입니다. 평생을 사회복지사로 다른 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그분 밑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분께서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으로 대하시는지, 그리고 아이들 역시 어떻게 신뢰에 바탕을 둔 사랑으로 원장님을 따르는지를 조금이나마 눈으로, 마음으로 보고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저 스스로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법,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조금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입학하고 나니 대학생이 되었다는 생각에 그저 신나서, 그 전까지 고민했던 것들을 잊어버리고 대학생으로서의 생활을 만끽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말았습니다. 잠시 동안 공부방에 몸담아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하였으나, 그것조차 개인적인 시간문제와 이념 차이에 의한 문제로 그만둬버렸고,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저는 그저 현실적인 교대생이 되어있었습니다. 실제 아이들과 부딪히려는 생각 보다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인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에 학과 공부에만 치중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생각하는 일은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학과 공부가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항상 어떻게든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마음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계속 가겠다고 다짐하던 봉사활동은 대학생이 된 이후로 거의 가지 못하였고, 그러고 나니 2학년이 되기 전 휴학할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생각을 바꿔준 것이 2학년 1학기 교육철학 수업을 듣고, 사회봉사활동을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사회봉사활동으로 완산동사무소에 나가 1학년 학생을 맡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가 제가 봉사활동을 갔던 시기에 맞춰 등록한 아이였는데, 처음에는 수업 듣기도 싫어하고 삐딱하게 굴어서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난감했고, 내가 나중에 이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지내고 점차 마음을 열다 보니 아이는 다른 어떤 학생들보다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했고, 가르치는 저도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가르치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구나, 그리고 아이와 마음으로 대화하는 방법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처음으로 직접 느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느낌들을 느낌에서 그치지 않고 저만의 교육관으로 정립할 수 있게 해준 것이 교육철학 과목이었습니다. 교육철학 과목을 들으며 여러 가지 교육관에 대한 것들을 배우고, 동시에 다른 학생들의 교육관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수준 높은 교육관을 듣고, 나도 여기서 멈춰 서있어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하게 되었고, 스스로의 교육관을 세우고자 부단히 노력하였습니다. 결국 2학년 1학기가 끝나갈 때 쯤 나 스스로 어떤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큰 틀의 비전을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단련하여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되고 그런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자신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학문적인 것이나 생활적인 것, 어떤 것에서든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것을 남에게 가르치고 근본이 되어주기 위해서는 나부터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수기치인이라는 뜻임을 배웠습니다. 수기치인 하는 교사는 아이들의 조력자가 되는 것이며 동시에 내가 참된 교사가 되는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 저는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문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인성적인 부분, 그리고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의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은 학기가 몇 학기 되지는 않지만 교대생으로서 해볼 수 있는 교사로서의 준비를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 매 방학 때마다 여행과 독서,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학습하고 활동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준비의 하나로 겨울방학 때는 필리핀에 다녀왔고, 이번학기에는, 예비교사 아카데미를 신청하였습니다. 좋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만으로는 좋은 교사가 될 수 없음을 아무런 준비 없이 공부방 활동을 해보면서 겪어보았고, 실제 현직에 나가서 후회하지 않도록 미리 조금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아직 예비교사 아카데미가 끝나려면 기간이 조금 걸리기 때문에, 아카데미를 들으면서 세운 비전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아카데미를 듣고, 대안학교에 다녀오고 나서 나의 비전이 어떻게 달라질지가 매우 기대됩니다.
5년 후의 저는 아직 어린 3년차 정도의 신참 교사일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어린 교사이고, 대학 생활을 하며 배우고자 했던 많은 것들을 아직은 다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들을 배우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스스로 소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아이들을 상담하고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으며, 평소 보통 모범생으로 살아오며 걸어오게 된 교사의 길에서 만나는 소위, 문제아라는 아이들의 심리나 행동을 읽고 바르게 이끌어줄 수 있도록 아동심리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짬짬이 시간을 내어, 아이들의 수업을 활동적이고 재밌게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간단한 수업 레크레이션과 관련된 부분을 배우러 다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것들이 개인적인 교사로서의 준비 부분이라면, 실제 교사로서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매일매일 격언을 하나씩 나누어주며 하루하루 그날의 격언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할 수 있게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한 신문기사에서 한 고등학교의 선생님은 아이들이 지각하거나 벌 받을 일이 생기면 시를 외우게 시킨다고 했습니다. 초등학생 수준의 아이들에게는 시를 외우게 하는 것 보다는 그런 상황과 관련한 격언을 외우게 함으로써 스스로 깨달음도 얻게 하고 아이에게 지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되게 할 수 있어서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꼭 해보고 싶습니다.
10년 후의 저는 아마 결혼을 하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내 아이를 키우는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런 학부모의 마음에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그 아이들의 심리를 연구하는 것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 것입니다. 5년전의 나는 아동의 심리를 연구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면, 이제는 직접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아동 심리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교직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지내는 시기일 것이므로, 개인적으로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반 아이들을 직접 한 명씩 곁에서 관찰하고, 그 아이들과 많은 마음의 대화를 하면서 아이와 학부모와의 신뢰도 쌓아가면서,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20년 후의 저는 교직에서 이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교사입니다. 그와 동시에 아동 심리 연구를 오랫동안 해와 그 분야에서 많은 이들의 신망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그동안 해온 아동 심리에 관한 연구와, 그 결과물을 가지고 다른 후배 교사들과 후배 예비교사들을 위해 워크샵에 나가 강의하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심리 연구 노하우를 통해서 이제는 제법 아이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반 아이들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이끌어주는 교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10년 전의 저의 모습까지는 아이들을 잘 이해해주고 바라봐주면서, 재밌는 수업을 해서 아이들로부터 인기 있는 교사의 모습이 되고자 했다면, 이제는 좋아하는 선생님이 아닌, 아이들이 닮고 싶어 하는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고자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사가 되는 방법은 쉽지만, 존경받는 교사가 되기는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그 어려움을 아이들의 심리 연구를 통해 얻은 노하우와, 지금까지 아이들과 부딪히며 아이들을 지도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교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끌어와, 교사의 권위를 높이고, 아이들이 훗날 커서도 이 선생님 덕분에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컸다라고 생각해줄 수 있는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어있길 바랍니다.
30년 후의 저는 이제 거의 교직생활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는 50대의 교사입니다. 아마 평교사로 남아있거나, 교장 교감이 되어 있겠지요. 이때에는 심리 연구에 관한 워크샵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면서 후배 교사들의 비전 세우기에 도움을 주고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많이 만나기보다는,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이 교사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어서, 예비교사로서의 고민을 안고 있을 때 그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교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려고 합니다. 어쩌면 과감히 초등교사로서의 교직의 길을 던져버리고, 지금까지 연구해오면서 쌓아온 학위와,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활동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는 작은 심리치료 연구실을 열고 그곳에 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 활동을 하면서, 그 곳에 아동심리를 배우고자 하는 후배 교사들이 자유롭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하여, 교대나 대학원에서 배우는 아동심리의 이론적인 부분 이외에 직접 아이들을 만나며 그 아이의 심리를 연구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글이 저의 교사로서의 비전과 앞으로 제가 걸어가고자 하는 교사의 길입니다. 아직은 세부적인 작은 틀이 많이 부족해 보이고, 피상적으로 보이는 목표이지만, 조금씩 생각을 갈고 닦으면서,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워가면서, 구체적으로 수정해가고, 그래서 결국에는 지금의 원대한 꿈을 이루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