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우리보다 훨씬 크셨지만, 항상 우리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애쓰셨던 초등학교 4학년 담임 박응선 선생님을 만난 계기로 나의 꿈은 줄 곧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엔 꿈을 이루기 위해 전주교육대학교에 입학하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막상 예비교사로서 비전을 가져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니,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사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나는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되어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그 때 그 때 닥친 상황 속에서 무작정 열심히 해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나를 만나게 될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긍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나의 부족한 준비’를 합리화시키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를 깨고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어떤 교사가 되어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준비를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잊혀 지지 않는 1년을 선물하는 것이 교사로서 나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 5년 후
임용 시험에 합격한 후, 초임교사가 되어 학교 현장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초임시절을 어떻게 보내는가는 앞으로의 교사로서의 내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시기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우선, 이론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교직과 실제 현실에서 대처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실제로 겪어 보며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 계획했던 것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접하여 절망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의 거울이라는 점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즉, 아무리 초임교사로서 절망스럽고 힘들지라도 교사의 기분에 따라 학생들의 기분, 수업 분위기가 달라지므로 교사로서 내 감정을 잘 추스르고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때로는 학생들의 생각이 교사의 생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을 교수의 대상으로서 뿐만 아니라, 교육 활동의 동반자로서 인정하는 것 또한 초임교사인 내가 가져야할 자세이다.
이 시기는 교사인 내가 교과지도, 인성지도, 기타 다른 업무 등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부족한 면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까지는 번데기라는 긴 시간을 인내하고 버텨야하는 것처럼, 나 역시 교직 경험이 풍부한 교사가 되기 초임교사라는 힘든 시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시기를 전화위복의 시기로 삼을 수 있는 자신감이 충만한 교사가 되어야겠다. 이 자신감은 그저 무모한 자신감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나에게 부족한 점이나 어려운 일들 혹은 사소한 것이라도 관리자 또는 선배 또는 동료 교사들에게 용기를 내어 물어보고, 조언을 구해 시행착오를 줄여야겠다. 이를 위해 티타임과 같은 시간을 적극 활용하여 교사들과 대화의 시간을 많이 만들며 친분을 쌓아야겠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의 방법과 예를 간접 경험으로 활용하여, 실제로 적용해 보는 것도 초임교사인 나에겐 꼭 필요하다.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해 방과 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것이다.
★ 10년 후
교직 경험을 쌓아가며, 초임교사로서의 부족한 부분들을 어느 정도 메웠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는 교과지도 및 인성지도 그리고 공문처리와 같은 업무들에 보다 더 능숙해지기 위해, 그리고 동료교사들, 학부모님들과 보다 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힘써야 하는 시기이다. 초임교사 시절의 시행착오들을 통해, 하나의 교육관과 교직관이 모든 일에 적용될 수는 없음을 지각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임기응변에 능한 자세 또한 갖추어야만 한다.
교과지도 측면에 있어서 내 수업을 탐구하고 문제점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서슴지 않고, 학습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수업 방법을 연구 개발한다든가,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낸다든가, 딱딱한 강의 형태와 문제 풀이만이 아닌 즐거운 수업 방식을 개발하기위해 노력할 것이다.
인성지도 측면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고, 교사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자세와 지도로 아이들의 변화를 기다리며, 아이에게 시간을 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후배 초임 교사들에게 “누구나 초임시절의 어려움을 겪는 법이야, 힘내!”와 같이 따뜻한 위로를 건네거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또, 초임교사 시절의 열정을 변치 않고 동료교사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잘못된 점은 개선할 줄 아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10년 후, 분명 난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할 것이므로 그 분들에게서 자극받아야겠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자주 묻고 조언을 구하는 등 그들과의 적절한 친밀감 형성에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일은 매우 중요한다고 생각하는데, 학부모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올바르게 학생을 가르칠 수 있고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원만하게 해결할 수도 있다. 교사로서의 보람도 그것에서 찾을 수 있다. 교사로서 학부모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에 정말 기쁠 것이고, 앞으로 더욱 아이들을 열심히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20년 후
이 시기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한 학급의 선생님으로서 나의 임무가 막중할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하나이지만,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여럿이기 때문에 나를 더 사랑하고 아껴야만 행복한 시기가 될 수 있다. ‘나에게 왜 이렇게 주어진 역할들이 많은 거야?’라고 부정적으로 나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이 많고, 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 질수도 있으니 최선을 다해야지.’와 같이 긍정적으로 나의 상황을 받아들여야겠다.
교사 경력이 더욱 풍부해져 타교사와의 관계, 학생들과의 관계도 원만하고 학생들의 인성 및 교과 지도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감이 자만으로 이어져, 자칫 배움을 게을리 할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평생을 배우는 직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에 앞서, 그 아이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전달해주기 위해 끊임없이 교사 스스로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 해 보아 전달해야한다. 배우는 것에 있어 능동적인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게 나의 신념이다. 시간을 내서라도 아이들의 학습 내용과 관련된 곳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나의 아들, 딸들 역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시기이므로 조금 더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의 마음을 쉽게 헤아리고, 그들의 입장에 서 볼 수 있는 시기가 될 듯하다.
★ 30년 후
단지 정년퇴임을 바라보는 교사가 아니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더욱 긴장하고 준비해야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물론, 교사로서의 길을 걸어온 지 30여년이 넘는 긴 세월이 흘렀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로서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교사 생활에 충분히 익숙해져 자칫 배움을 게을리 할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방송 매체들을 통해 우리는 늦깎이 대학생과 관련된 기사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이분들은 매너리즘과는 무관한 삶을 사신 분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나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열정 또한 식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풍부한 교직 경력이 쌓였을 시기이므로 후배 교사들을 바라보며 교사로서 내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쌓아온 교직 경력들을 통해,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는지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도 있다. 그들에게 선배 교사로서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고 싶다. 또한, 앞으로 만나게 될 학생들이 나를 통해 꿈을 찾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할 위치에 오른 시기라고 봐야할 것이다.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광부는 금광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산삼을 찾기 위해 땅에 묻힌 무언가를 찾기 위해 온갖 비탈길을 마다하지 않고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내가 만나게 될 학생들의 마음에서 이러한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30년 후의 나 역시, 더욱 훌륭한 심마니와 광부의 위치에 서 있으며 후회 없는 교사 생활을 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배경이 되는 기쁨' 중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어두운 밤하늘에 있는 별이 반짝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낮에도 별이 있지만, 태양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고로 별은 어두운 밤하늘이 있기에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별과 같이 반짝이는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 더운 반짝이며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를 위해 교사로서 나의 비전은 앞으로도 내가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할 것이고, 그러한 것들은 결국 나를 밤하늘로 인정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