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컴퓨터교육과 박광민

미래 교육 2009. 5. 30. 18:57

 난 어렸을 때 교사란 직업엔 별 관심이 없었다. 내가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교육대학교라는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상담을 하면서였다. 그냥 별 생각 없이 막연히 교대라는 곳에 가고 싶었고 내신과 수능점수에 맞춰서 대학입학원서를 쓰게 됐다. 학교에 입학하고 그 후 한 학기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학교를 다닌 것 같다. 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은 1학년 2학기 교생실습부터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아있는 나에게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말을 걸어오면 정말 힘들었다. 계속 이렇게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1학년 실습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고 나는 대학생활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면 안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교사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때는 생각만했지 구체적으로 비전을 짜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나의 교사로서 나의 비전을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떠올리며 설계해보았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특별한 업무를 담당하여 매주 출장을 가셨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 관심을 소홀히 하셨고 오히려 담임선생님을 대신한 옆 반 선생님이 우리 반 상황을 더 잘 알고 계셨다. 그때 담임선생님은 아무리 업무가 바쁘다지만 학생들에게 너무 소홀히 한 것 같았다. 그 상태에서 담임선생님이 간혹 수업을 하게 되는데, 얼굴 한번 보기 힘든 선생님이라서 그런지 학생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그러면 선생님은 ‘체벌’ 이라는 수단으로 강제적인 수업을 진행하셨다. 내 초등학교 6년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나의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 - 학기 초에 육아휴직을 하셨다. 물론 나중에 복직하셨지만 - 은 초등학교 시절 가장 기억이 남는 선생님이다. 처음에 육아휴직을 하신 덕분에 3, 4월은 얼굴도 몰랐다. 그래서 약간 어색한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내가 며칠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병문안을 자주 와주셨다. 부모님과 친분이 생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도 그 선생님과 무척 친해지게 되었다. 그 이후로 선생님과 대화도 자주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닌 것 같다.

 이를 통해 나는 학생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친절한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생을 무관심으로 내버려두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넓은 아량으로 학생들을 보살필 수 있는 교사가 되겠다. 그러기 위해선 나만의 끼를 살릴 수 있어야 하겠다. 단순히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특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통해 학생들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5년 후, 임용을 제때에 합격했다는 가정 하에, 나는 군대를 갔다온지 얼마 안 된 신참 교사일 것이다. 이제 막 학교 일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다. 군대를 가기 전에 근무하면서 배운 지식은 이미 머릿속에서 날아가고 새로 배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학생들을 소홀히 내버려두지 않고 언제나 학생들의 곁에 있는 교사가 될 것이다.

 

 10년 후, 나는 학교 업무에 적당히 요령이 생기고 학생들을 다루는데도 능숙해져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늘어날 것이다. 이 시기에 나만의 끼를 살릴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우고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 내 전공에 맞추어 컴퓨터 관련 분야가 될 것 같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운달지, 교육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해볼 것이다. 대학원을 다니거나, 유학을 다녀오던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전념할 것이다.

 

 20년 후, 내가 지금까지 배워온 다양한 능력들을 수업에서 활용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주변 교사들로부터 인정받을 것이다. 운이 좋아서 결혼을 했다면(- _-)... 한창 가정을 꾸리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수업에 소홀히 하는 때도 있겠지만 그것도 잠시뿐, 내 본연의 업무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승진을 노려볼 것이다.

 

 30 년 후, 나는 교감, 교장선생님이 되어 교직에 끝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원로교사로 마지막을 보낼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이 욕심이 많다는 것을 내가 잘 알기 때문에 아마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반드시 교감, 교장선생님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권위만 내세우는 교감, 교장선생님은 절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젊은 교사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등의 긍정적인 교류를 통해 그 학교 교사들에게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겠다. 그리고 교감, 교장선생님이 되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어린 학생들을 위해 교감, 교장선생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이렇게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교직에서의 말년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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