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흔히 줄탁동시(啐啄同時) 라는 사자성어에 비유하기도 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가 안에서 쪼고, 닭이 밖에서 쪼아주어야 하는데, 교육도 마찬가지 로 학생이 배우려하고, 교사가 가르치려 하는 상호작용과 쌍방진행을 통해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어떠했는가? 나는 가만히 있는 병아리였다. 교사와 부모, 주변 사람들이 알을 다 깨주기 기다리기만 하는 병아리였다. 다만 밖에서 고생하는 부모님과 선생님께 미안해서 조금씩 알을 깨주는 ‘척’만 했을 뿐이다. 내가 갇혔던 알 또한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누구하나 나무라지 않고 밖에서 다 깨주었다. 그 결과 나는 알에서 깨어났지만 스스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병악한 병아리가 되어버렸고 겨우겨우 자라나서 닭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거의 다 자라서 누군가의 알을 쪼아주어야 한다. 여느 누구보다도 알을 열심히 쪼아야할 교사가 되어야 한다. 내가 제대로 쪼아주지 못하면 알에서 병아리가 태어나지 못한다. 나는 줄탁동시 라는 사자성어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짐과 위치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 정해진 틀에 갇혀서 갇힌 사고와 갇힌 마음을 가지고 그에 안주하며 그 안에서만 머무르길 소망하는 내가 누군가의 교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회의감이 들곤 한다. 그런 회의감이 자주 압박해오는 요즈음, 나의 교사상에 지침이 되어주는 선생님, 박행신 선생님이 떠오른다. 그 분은 선생님이시면서도 시인이시기도 했는데 담임을 맡으신 1년 동안 일주일에 한편 정도의 시를 스스로 쓰게 하고 종이에다가 그림을 곁들여서 꾸며 한편의 시화를 환성시킨 다음, 교실에 게시판에 자신의 손으로 그 시를 바꿔놓게 하였다. 또 우리들의 시를 최대한 존중하되, 가끔씩 수업시간에 몇 개의 시를 읽고 좋은 부분을 크게 칭찬해 주시고 부족한 부분을 다 같이 반성하고 채울 수 있도록 하여 조금씩 시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셨다. 학예회에는 각자가 만든 액자로 시화전을 열었으며 학기말이 되어서는 우리들만의 시로 이루어진 책을 만들기도 했다. 박행신 선생님을 나의 교사상으로 세우는 것은 “시를 쓸 수 있도록 해주셨다”라는 참신한 교육방법에 이유도 있지만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와 생각에 대한 지침이 되어주셨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정해진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 지식들을 전달한다. 하지만 교사의 역할이 그에 그친다면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의미가 별로 없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정해진 학교교육의 밖을 나가기보다는 그 틀에서 병약한 병아리로 자라왔던 나는 교사가 되어서 또 다른 약한 병아리로 학생들을 키울지 모른다. 하지만 박행신 선생님을 통해 무엇보다 교사에게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꿈을 끓어오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나이, 그 시기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
5년 후에 나는 교사 일을 하면서 동시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문예창작에 관한 공부를 하여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다. 이와 더불어 틈틈이 여행이나 다양한 경험을 해봄으로써 글에 대한 스스로의 감성은 물론 내 자신을 성장 시키고 싶다. 내가 배우는 학문에 즐거움을 느끼고, 더 많이 배우려하고, 배운 것을 나 자신의 것을 만드는 배움이 삶 그 자체인 나 자신이 된다면 그런 나를 통해서 학생들은 더욱 폭넓은 지식과 교육을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년 후에는 그간 배우고 스스로 쌓아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다. 일기는 물론 틈틈이 시 등과 같은 작품을 만들 기회를 주고 이를 전시하거나 문집을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할 것이다. 또 젊은 시절 내가 겪었던 경험들 중에 가치 있는 것들을 골라 아이들과 함께 해보거나 좋은 여행지를 틈틈이 같이 가봄으로써 감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주변과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혼자 사색에 잠김으로써 그 나이만이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감정을 풀어내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또 그러한 과정들이 평생 이루어질 수 있도록 습관화 시키는 나름의 교육방법을 개발해낼 것이다.
20년 후에는 다른 학급은 물론 타 학교 교사, 또 다른 나라 교사들 중 나와 교육적으로 뜻이 맞는 이들과 힘을 모아 교육반성 운동을 벌이고 싶다. 교과공부, 입시공부를 매진하여 좋은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버린 요즘을 비판하고 ‘그 나이의 감성과 호기심을 끓어오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을 하자’라는 것이 운동의 요지이다. 이 운동을 통해 다른 교사들과 교류를 함으로써 나는 글쓰기 교육과 이러한 과정이 습관화 될 수 있는 개발한 나만의 교육방법에 대해 알릴 것이고 그들의 다양한 교육방법들을 접하면서 그 중 몇몇 방법들은 나의 교육방법에 접목시켜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30년 후에는 교육계를 떠나 나만의 책을 집필하는 데 몰두할 것이다. 가브리엘 루아처럼 나의 그간 학교생활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켜 그려내고 싶기도 하고, 하이타니 겐지로처럼 (특히 나처럼 회의감에 젖어있는 예비교사들에게) 묵직한 감동과 깨달음을 안겨주고 싶은 글을 써보고 싶기도 하다.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그 30년이라는 세월동안 책 한권을 부끄럽지 않게 써낼 수 있는 교사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