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교육과 김민지

 

어린 시절 나의 눈에 선생님의 존재는 한없이 커보였습니다. 해바라기가 해를 동경하는 것처럼 나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극소수의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그 분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마음 속 깊이 자리잡아온 이 꿈은 결국 내가 교육대학교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현재까지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교육대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초등학교 선생님에 대한 환상이 매우 컸습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가짐만 가진다면 그게 바로 좋은 교사이고, 훌륭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모호한 생각만이 머릿속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생실습을 나가서 직접 현직 교사 선생님들을 보게 되고 교육관련 수업들을 들어오면서 (특히, 작년 2학년 때 ‘대안교육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교육이 결코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문득 교사가 되는 것이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한 반의 담임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책임져야하는 자리에 서게 될 때, 과연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기도 합니다. 직업의 안정성이라는 이유로 교사라는 직업을 택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교직에 섰을 때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고 열정도 없는 그저 그런 교사가 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이 걱정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확고한 교육철학이 필요할 것입니다. 작년에 ‘대안교육의 이해’수업을 들으면서 아직은 미숙하지만 나름의 교직관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날마다 학교에

오는 것이 소풍가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이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해하고 행복해하고 긍정적인 성향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나만의 교육철학과 이념은 ‘느낌의 교육’,‘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교육’‘더불어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하는 교육’ 크게 이 세 가지입니다. ‘느낌의 교육’이라는 이념을 통해 아이들의 감수성을 길러주고 직접 마음으로 느끼게 하여 행동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교육목적입니다. 작은 사물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보고, 자연과 함께할 기회도 많이 마련하여 아이들이 예쁘고 맑은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교육’을 통해 교사인 내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여 아이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21세기에 걸맞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아이들로 길러내고자 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하고 아이들끼리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시간을 많이 주고 싶습니다.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하는 교육’은 내가 내세우는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교육철학입니다. 경쟁보다는 협동을 중시하여 반에 한명의 소외된 아이 없이 두루두루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또한 배운 내용을 혼자만의 지식으로 남기는 것이 아닌 ‘배워서 남 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아이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내가 배운 것들을 가지고 사회를 아름답게 할 수 있어.’라는 의식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아직은 어설픈 나의 이러한 교육철학을 토대로 나의 교직생활 5년 후,10년 후,20년 후,30년 후를 상상해봅니다.

교직생활 5년 후 나는 어느 초등학교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입니다. 선배 선생님들로부터 학교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교육경험에 대해 열심히 경청하고 겸손하게 배워나갈 것 같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더 심도 있게 배우지 못했던 학문에 대해서는 대학원 진학을 통해서 채워나가려고 하겠지요. 동시에 시간이 되는 대로 나의 자아계발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틈틈이 여행도 가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도 많이 읽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물론 악기도 꾸준히 배워나가는 등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헛되이 쓰는 시간을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내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면 아이들에게 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포용력 있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직생활 10년 후 나는 제자리에 머무르면서 같은 교육방식을 추구해나가는 선생님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그것이 대안교육에 관련된 것이든지, 특수교육에 관한 것이든지, 상담교육에 관한 것이든지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지식과 경험이라면 그 무엇이든지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각종 교육관련 세미나에 열심히 참석하고 서로 교육에 관한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선생님들의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교직생활 20년 후 초심을 잃지 않고 어느 젊은 교사 못지않은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교육과정에 대한 공부나 교재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며,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학급행사)도 많이 열어 아이들이 재미있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친구처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생각하고 대화하고, 또 때로는 엄마처럼 아이들을 포근하게 감싸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교직생활 내내 열심히 가르치고 열정적인 자세로 교육을 하겠지만, 이 교직생활 20년 후가 나의 교직생활 중에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년 동안 꾸려 온 나의 교직경험들이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교직생활 30년 후면 나의 나이는 어느덧 50대 중반이 다 되어갑니다. 그때쯤에 나는 어느 작은 학교에 교감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이 되어 나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0년 가까이 교직생활을 하다보면 무수히 많은 교육 에피소드들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지난 나의 30년의 교직생활에 대한 작은 책 하나 쯤은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나의 풍부한 교직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싶습니다.

 

이쯤에서 나의 비전세우기를 마치면서,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베스트셀러의 작가이자, 초등학교 선생님인 이지성 님의 「마음이 멍든 아이들을 위한 피노키오 상담실 이야기」의 에필로그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선생님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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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피노키오」는 해피엔딩이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배은망덕한 피노키오로 인해 감옥에 끌려가기도 하고, 가출한 피노키오를 찾아 헤매다가 거대한 상어에게 잡아먹히기도 하지만 나무 인형 피노키오를 기어이 착한 아이로 변화시키고야 만다.

우리가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배울 점은 바로 사랑이다. 감옥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제페토 할아버지는 단벌 외투를 팔아서 피노키오에게 교과서를 사준다. 상어 뱃속에서 2년 동안이나 고생하면서 살다가 피노키오를 만났을 때도 꾸짖거나 화를 내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자 그 사랑이 기적을 일으켜서 피노키오를 착한 아이로 변화시키고, 피노키오는 요정에게 인정받아 진짜 사람이 된다.

동화「피노키오」의 엔딩 부분에는 피노키오 못지않은 문제 아이 ‘호롱불 심지’가 나온다. 그런데 이 아이는 피노키오와 정반대로 인간에서 당나귀로 변해 일만 하다가 병들어 죽는다. 나는 「피노키오」를 읽다가 호롱불 심지가 죽어가는 장면을 접했을 때 무척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 학교에 얼마나 많은 ‘호롱불 심지’들이 존재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호롱불 심지는 피노키오와 달리 왜 불행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이유는 단 한 가지, 호롱불 심지에게는 제페토 할아버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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