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영어교육과 박영글

미래 교육 2009. 5. 31. 12:00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래희망을 묻는 물음에 나는 무조건 ‘선생님’ 이라고 대답했다. 아마 가장 평범해 보였던 직업이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지만, 나는 아직도 그때, 장래 희망란에 선생님이라는 말을 써 넣은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그만큼 내게는 큰 동기도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도 없었다.

그 이유없는 대답은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말, 진로를 확실히 정하는 자리에서도 사대나 교대를 가겠다고 정하였다. 그리고 원서를 넣어놓고 합격통보를 받고 이 전주교대 1학년 새내기로 학교생활을 보내면서도 나는 한번도 깊게 내가 교사가 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쩌면 그 때까지만 해도 그럴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의 생각대로 교대는 안정적이었고, 나는 그렇게 흘러 교사가 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1학년 2학기 때 교생실습을 나가게 되면서부터 나는 ‘교사’라는 나의 미래의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두루두루 잘 배워서 좋은 교수방법으로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겠지, 라는 나의 안일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에 대해 뼈져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단 5일밖에 되지 않는 교생실습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실제 교사가 수업을 하는 모습을 배우는 ‘수업시간’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는 ‘쉬는시간’과 ‘점심시간’이었다. 못된 생각이지만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고 장난을 치고 매달리는 아이들이 나는 몹시 귀찮았다. 첫 교생실습에 만난 아이들을 귀찮게 여기다니! 내가 교사가 되면 나는 수십년을 이 아이들과 함께 해야하는데! 나는 그 순간 내 스스로에게 놀라면서 내가 얼마나 ‘교사’가 되기에 한없이 부족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자괴감과 우울함에 빠져 보냈던 교생실습의 마지막 날, 담임선생님께서 교생선생님들을 불러 앉히고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재밌었던 추억거리들을 말씀해 주시면서 ‘비록 수업시간에 말은 잘 안듣지만,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다’라고 웃으며 말씀하시던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진짜 애정이 담긴 그 목소리와 얼굴을. 나도 저러한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순간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엉망이었던 교생실습을 마치고와서 나는 매우 깊은 고민을 했다. 내가 이곳에 왜 온 것이며, 나는 무엇을 이루고자 한 것인지. 또 이룰 수나 있는 것인지. 처음으로 한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애정을 다하는 것, 나의 모든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해주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내게 필요한 것이라는 걸.

나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이러한 다짐을 실천하고 이루어내는 것을 내 가장 큰 목표로 여기고 있다. 이것은 내가 비전을 세우는 데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들도 물론 모두 중요하지만 이것들을 뜻하는 대로 실현시키는 기반인 진심을 가지는 것. 그것이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고 내가 교사가 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실천하고 이루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5년 후, 나는 실수투성이인 초임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나는 전담교사보다는 담임을 맡아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싶다. 아이들과 보다 깊이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다. 학생들 한명 한명을 차별없이 진심을 다해서 애정으로 대하고 싶다. 면담도 자주하여서 피상적인 관계가 아닌 나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꾸준히 다가가고 싶다. 내가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할 때 학생들도 나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계속해서 학생들과 진심으로 애정을 주고 받는 법을 배우고 몸과 마음으로 익히고 싶다.

또한 나는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을 것이다. 컴퓨터, 영어, 피아노, 미술 등 방학기간과 여가 시간을 틈틈이 활용하여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들을 열심히 배울 것이다. 이렇듯 교사라는 명찰을 달았지만 아직은 완전하지 못한 반쪽자리의 모습을 한 채 나머지 반쪽을 채우기 위한 노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10년 후, 나는 이제야 초짜라는 타이틀을 벗고 어느 정도 안정을 갖춘 교사가 되어있을 것 이다. 나름 교사로서의 업무도 이제는 잘 해나갈 것이고 학생 모두에게 빠짐없이 진심을 다하는 법도 나름대로 터득해나갈 것이다. 나는 그 후에 여러 가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 특히 장애센터에서 무료로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싶다. 내 그동안의 노력을 내 스스로 시험해보는 기회도 될 것이고 또 내 교사로서의 영역을 넓히고도 싶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장애학생을 가르쳐보는 봉사활동이 앞으로의 내 교직생활을 하는데에 기술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20년 후, 42살의 나는 누가 봐도 베테랑인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자칫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20년째의 해에 나는 새로 온 초임 선생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꼭 직책으로서 주어져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초임 선생님뿐 아니라, 교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선생님들과의 교류를 넓혀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수업지식, 기술적인 면에서부터 학생지도와 학생들과 마음을 나누는 부분까지 내가 20년 동안 교사를 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함께 교류하여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교사들에게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뜻 깊고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다. 꼭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베테랑 교사가 되어있고 싶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 교직생활에 대한 책도 집필해 보고 싶고, 교사가 꿈인 학생들이나 교육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을 중심으로 강의를 하고도 싶다. 꼭 전문적 지식이 아니더라도, 교사가 되는 길을 걸으면서도 나 스스로도 수없이 많이 고민했던 일들을 함께 나누고 도움을 주고 싶다.

 

30년 후, 나는 교감이나 교장, 장학사로 승진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 평교사로 남은 채 마지막 퇴임을 하는 날까지 담임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퇴임을 앞둔 나는 섬이나 시골의 작은 학교로 들어가고 싶다. 많은 수의 학생들 보다는 적은 수의 학생들과 함께 자연을 벗하며 남은 교직생활을 보내고 싶다. 김용택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이렇게 자연 속에서 글도 쓰고, 진심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진정한 참교사의 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작은 섬, 시골의 학교에서 학교에 있는 시간에만 함께하는 교사가 아닌 원하는 모든 시간에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

 

유학이나 해외파견근무, 대학원진학등의 포부가 큰 비전들을 읽으면서 내 비전은 너무 초라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비전을 정리해보니 내가 이루고자하는,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위하는 참교사의 모습이 어쩌면 가장 완성해내기 어려운 모습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사실 나는 아직도 진심을 다할 것을 다짐만 하고 실천을 하는데엔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비전을 세워보는 좋은 기회를 토대로 나의 교사상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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