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교대에 입학한지 삼년 째에 접어든다. 지금까지의 시간 동안 문득문득 떠올랐던 고민이다. 1학년 때는 이 고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왜냐하면 아직 나에게 교사라는 자리는 아직 한참 남은, 멀고 먼 일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솔직히 말해서 내가 간절히 선택한 교대의 길은 아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선생님’ 혹은 ‘교사’라는 호칭을 들으며 이제까지의 내 생각과 행동을 버리고 어색하지만 그에 걸맞는 행동들을 해야 했을 때, 교사로서 나는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남들 앞에 서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완벽한 해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답을 찾아내기 위해 나는 입학하기 전으로 거슬러 가본다.
교대라는 곳에 오려고 마음먹었던 계기는 부모님을 통해서였다. 이미 초등학교 교사였던 큰언니를 통해 교사라는 직업이 여자에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고 계셨던 부모님은 나에게 웬만하면 교대를 가라고 추천해주셨다. 당시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또 내가 뭘 잘하는 지도 알지 못했던 나로 써는 부모님의 막연히 그 뜻을 따르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고삼 말의 수능점수가 나오고, 교대를 쓰기에는 턱도 없는 점수의 결과가 주어지자 아빠는 재수를 권유하셨고, 나 역시도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함께 욕심이 생겨 서울의 노량진으로 향했다. 그곳은 정말 신세계였다.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딜 가나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너무 인생을 안일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교대 입학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런데 교대에 가야지, 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교사’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던 분이 나타났다. 바로 재수 학원의 담임선생님 이셨다. 학생들에게 유달리 관심을 많이 갖고 계셨던 선생님은 일일이 모든 학생을 신경 써 주시며 재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도록 격려하셨고, 특유의 유머로 기분 좋게 해주셨다. 담임선생님이 교실에만 들어오셔도 아이들은 지친 공부를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 선생님과는 뭔지 모를 ‘교감’이 이루어졌다. 예전 내가 거쳤던 무미건조 했던 선생님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은 ‘관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관심’ 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학생과 교사의 사이 역시도 사람사이의 관계이며, 교사는 학생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진정한 관심’을 가져야 이를 바탕으로 신뢰와 믿음을 쌓을 수 있으며 이는 서로에게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가 미래의 교사가 된다면 먼저 학생들에게 내가 가질 수 있는 ‘관심’이라는 것을 위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겪는 상황과 하는 행동들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역할이 이러한 관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을 관찰하고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그 아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최대한 이끌어 내주는 것이 교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입시위주의 교육에만 휩쓸려 정작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할 시간조차 가지지 못했던 23년 이었다. 적어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록 우리나라의 교육 상황은 교과교육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는 강요성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자신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그러한 기회는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여러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는 이 혼란스런 사회 속에서 그것의 선악을 올곧이 판단할 수 있는 그들의 그릇을 빚어주고 싶다. 초등학교에서는 아직 교과공부 보다는 상투적인 말이긴 하지만 ‘바른 인성’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사회에 나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또한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5년 후 이십대 후반에 들어서게 될 5년 후의 나는 학교에서는 초임 교사로서 아직 미숙한 점이 많다. 학교에서 경험했던 교육현장의 일부, 그리고 이론으로만 배워왔던 것은 현실과는 정말 많이 다를 것이다. 특히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나이기 때문에 실제 초등학교 현장에 나가 교사의 자리에 서서 행동하는 것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장에서는 비록 이렇게 우왕좌왕 할지라도 아이들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아동심리학이나 아동발달을 전공으로 하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많이 접하면서 그들의 눈에서 볼 수 있는 눈높이를 기르며, 함께 공감하고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를 통해 아이들 내면의 진정한 재능과 가치를 발견하는 안목을 가지려 분주하게 활동할 것이다.
10년 후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나 자신 스스로 일주일이나 이주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나가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갈 것이다. 봉사를 통해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아이들의 인간미를 재고하며, 이를 통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약자를 배려하고 공동체 안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태도를 기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되지 않는다 해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으로라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이러한 봉사활동을 통한 다양한 경험으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아이들과 공통된 체험을 해봄으로써 아이들과의 유대도 강화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또한 이 시점을 시작으로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싶다. 책을 통해서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세상사는 지혜를 습득할 수 있다. 나는 비록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만큼은 많은 독서를 권장할 것이다.
20년 후 벌써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게 된다. 이때쯤 되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케케묵은 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끊임없이 교수학습을 공부하며 연수도 받고, 세미나도 많이 참석해서 새로운 모형을 적용해보며, 나도 지겹지 않고 아이들도 흥미로워 하는 그런 다양한 수업을 해 나가고 싶다. 기존의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항상 연구하는 자세, 공무원인 교사가 철밥통이 아닌 전문적 지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있어서만큼은 유능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과 함께 내 스스로가 좀 더 넓은 세상과 다양한 경험을 한 뒤,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어 그들이 보다 큰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다.
30년 후 쉰 살의 나이를 넘긴 나는 아마 베테랑 교사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교장이나 교감으로 승진하지 않고 퇴직할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행동 하나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어서 그에 충족할 수 있으며 유연하게 아이들을 이끌 수 있는 그런 교사를 꿈꾼다. 또한 경험이 많은 선배 교사로서 후배 교사들에게는 다양한 조언과 지도를 할 수 있고, 나와 함께한 시간동안 꿈을 가지게 되어 그것을 이룬 아이들이 찾아와 인사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교사가 될 것이다. 항상 젊은 사고를 유지하기 위해 애쓸 것이기 때문이다.
서툰 교사는 말로 가르치고 보통인 교사는 행동으로 가르치며 우수한 교사는 감화로 가르친다고 한다. 비록 지금은 말로써 가르치는 교사일 지라도 부단히 노력해 감화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 비록 나 한사람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무수히 많이 겪을 수 있는 많은 선생님 중에 한명이 되겠지만, 단지 그렇게만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나로 인해 꿈을 가지고 바른 그릇을 닦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진정으로 아이들과 교감하며 부끄럽지 않게 가르치기 위해서 항상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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