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정신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기를 ‘사춘기’라고 한다. 요즘 나는 ‘사춘기’다. ‘군대 갔다 오고도 남을 23살에 웬 사춘기냐?’라고 묻겠지만, 난 요즘 확실히 ‘사춘기’다. 불과 1년 아니 6개월 전의 생각과는 확실히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항상 자극적인 ‘외부’에 집중해 왔다. 초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기까지 익히는 학문의 깊이는 깊어져갔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삶을 대하는 내 방식은 변함이 없었다. 나는 자극에 반응하고, 자극에 반응하고, 자극에 반응하는 삶을 살아온 듯하다. 즉 내가 나의 삶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기계처럼 외부의 자극에 충실히 반응해 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내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떤 계기로 생각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수업을 듣는 중간에도,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자려고 침대에 누워 뒤척이면서도, 끊임없이 ‘나’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어떤 교사가 될까?’, ‘나는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순수하게 교사가 되고 싶어 하고 있나?’, ‘나는 어떤 과정을 통해 교사가 되고 싶어졌을까?’, ‘내가 하고 있는 생활이 내가 교사가 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는 교사가 될 만한 사람인가?’, ‘나는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누구인가?’, ‘지금 하는 이런 생각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등 수많은 ‘나’에 대한 생각으로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의도치 않게 한귀로는 듣고, 한귀로는 흘리며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 생활을 했다.
이런 고민 속에서 분명하게 찾은 것은 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정말 ‘교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비록 나는 항상 내 마음을 실천적 행동으로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가지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마치 나를 남과는 다른 고결한 성품을 가진 성인군자처럼 표현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오지만, 나는 정말로 무엇보다도 사람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사람의 생명보다,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권리보다 중요할까? 나는 단연코 사람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분명히 교사가 되어 이런 나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의 행동, 모습, 말을 통해 미래의 아이들이 나, 나의 가족, 나의 친구, 우리나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5년 후인 내 나이 28살에 나는 아마 제대하여 초등학교에서 한 반의 아이들을 맡고 있을 것이다. 아직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부족함으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나의 신념을 확고히 할 것이다. 또 아이들에게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고, 다른 사람들 또한 존엄한 존재임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돕는데 노력할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 과정을 기록하여 후에 있을 나의 ‘책’의 자료로 삼고, 학년이 바뀔 때 이 자료들을 학부모님들께 보내 아이의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10년 후인 내 나이 33살에도 나는 초등학교에서 한 반의 아이들을 맡고 있을 것이다. 변함없이 아이들에게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며, 아이들의 인성 발달에 도움이 되고, 아이들의 인성이 어떤 방식으로 발달하는지 기록한 책을 집필하는데 몰두할 것이다. 나는 몇 년 후에 발간될 이 책의 집필을 위해 교무부장, 연구부장 등 모든 직위를 맡지 않고 있을 것이다.
20년 후인 내 나이 43살에도 나는 초등학교에서 한 반의 아이들을 맡고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인성교육 교과서 대표 집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나의 경험과 자료를 근거로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위해 학교에서 실현 가능한 최선의 방법들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교편은 잠시 놓고 교과부에 들어가 수석 연구원으로 인성교육 교과서와 인성교육 방법을 연구하는데 매진할 것이다.
30년 후인 내 나이 53살에는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와 담임을 맡고 있을 것이다. 내 교육 철학이 담긴 교과과정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 이 후의 교직 생활에서도 장학사나 교감, 교장이 될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맡게 되는 한명의 아이도 빠짐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과 공감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을 기르는데 내 인생을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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