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체육교육과 백소현

미래 교육 2010. 5. 30. 18:55

난 정말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까. 교대에 입학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난 내가 교사가 된다는 것에 확신이 없다. 교사라는 꿈을 한 번도 꿔보지 않은 학생이 부모님 설득으로 대학에 입학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분명 나는 확실한 꿈을 갖고 있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신체적 조건으로 인해 포기하게 됐다. 그 후 나는 모든 일에 무기력해졌다. 정말이지 비전이라는 것, 꿈이라는 것은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수능이 끝나고 과외를 시작했다. 내가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어떻게 학생들을 대해야지 등 여러 두려움이 날 둘러쌌다. 그러나 막상 과외를 시작해보니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겪었던 선생님들을 생각해보았다. 그 선생님들의 수업 방식,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까지 말이다. ‘여기서는 이렇게 쉽게 가르쳐주셨으면, 이 일은 쟤가 잘못 한 건데..’ 등 선생님이 고쳐주셨으면 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과외를 하면서 느꼈지만 그러한 것들은 선생님이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지 않아 일어난 일들이었다.

과외 학생들 중, 기억에 남는 학생 2명이 있다. 한 명은 소위 노는 학생으로 공부를 왜 해야 되냐며 항상 불만을 털어놓던 학생이었고, 다른 한 명은 자기 자신에게 항상 열등의식이 있는 학생이었다. 과외 선생님으로서 난 수업만 잘하고 오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아이들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공부를 왜 해야 되냐고 하던 전자의 학생은 날 처음 만났을 때는 수업시간 내내 자고, 혼을 내도 듣지도 않던 아이가 나중에는 직접 질문도 하고 어디 부분 좀 더 보충 해달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후자의 아이는 자신은 멍청해서 이런 문제 못 푼다며 한탄을 하고 수업시간 내내 무엇을 물어봐도 대답도 작게 말하던 아이가 이제는 자신이 풀 수 있다며 자기가 직접 풀겠다고 한다. 아이들의 변화는 아이들과 나와의 친해짐에 있었다. 친해진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두 아이는 대화할 사람, 자신을 믿어줄 사람,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었다. 힘들 때 전화해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두 명의 학생은 힘들 때 나에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심지어 부모님과 싸운 일까지도. 공통적으로 그 학생들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감사해요.’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만 들어줬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뭉클하면서도 오히려 그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 때 알았다. 난 이런 선생님이 되어야겠구나. 기분이 우울할 때,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을 때,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 말이다. 거리감이 생기는 한 어른이 아니라, 친구로서 다가가고 싶다. 또한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던 지지해주고, 어려운 상황의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5년 후, 나는 도서산간지역에 있는 작은 학교에 발령받아 그 아이들과 재미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매 방학마다 혼자 배낭을 메고 세계 여러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각 나라에서 최소 1명 정도의 추억친구를 만들 것이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상관이 없다. 내가 도움을 줬든 그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줬든, 그 나라를 생각했을 때 그 사람이 떠오르도록 말이다.

 

10년 후, 드디어 나는 배낭 메고 세계 일주를 하는 꿈을 이뤘을 것이다. 그 때 쯤에는 세계 여러 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봤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친구를 만들며, 세계를 알아가며, 세계 각지에 사는 사람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 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다양한 사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도 점차 쉽게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등을 맡고 싶다. 그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하고, 아이들의 정체성을 찾아주고 싶다.

 

20년 후, 나는 지도상에 없는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여행자가 별로 없는 작은 마을, 나를 싫어할 수도 있는 세계 속 작은 마을들에서 난 그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중일 것이다. 그러면서 마음에 드는 한 나라, 한 마을을 선택할 것이다. 그 마을이 지도상에 있든 없든 마음에 무언가 와 닿는 마을이 있을 때까지 세계를 돌아다닐 것이다. 한국에서는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등의 전담 활동을 통해 배운 것들을 통하여, 아이들과 학교 밖으로 자주 여행을 가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여행을 통해 아이들과 친해지고 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해주고 싶다.

 

30년 후가 되면 내 마음에 드는 마을 하나를 정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선생님의 삶을 포기하고, 그 나라 그 마을에 가서 그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다.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말이다. 또한, 그 안에서 난 그 사람들을 이해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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