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피곤한 직업이다.' 나의 생애 전반에 교사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그 인식이 바뀐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의미있는 삶을 살기위해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에 대하여 고민하던 때, 우연히 지인의 제자를 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이신 지인을 뵙기위해 학교를 찾았을 때 그 아이를 보게 되었다. 평소 지인을 통해 그 아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보는 순간 "아~ 니가 영식(가명)이구나!"느껴졌다. 지인의 말로는 그 아이의 지능이 약간 떨어져 다른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단다. 그래서 밥먹으러 갈때나 체험학습을 갈 때 같이 다니는 친구가 없어 늘 교사인 지인이 "영식이는 내 짝꿍이야."하며 옆에 데리고 다니셨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때는 '그냥 교사로서 사명감으로 하시는 행동일꺼야. 혹 진심으로 행동하시는 거라해도 영식이가 그 마음을 알겠어? 역시 교사란 직업은 참 피곤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아이를 본 순간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되었다. "네가 영식이구나?! 선생님 어디계시니?" 묻는 나의 질문에 마치 자신의 보물을 차지하려는 적군이 나타난 마냥 나를 경계하며 "왜요?왜왜요?"를 연신 묻는 모습을 보며 자신을 아끼는 교사의 마음을 '이 아이도 느끼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뭔가 찌릿했다. 교사와 학생간의 교감을 목격한 느낌이랄까?! 그 후 교사란 직업을 보는 나의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생동안 한번도 꿈꾸지 않았던 교사란 직업을 꿈꾸게 된 순간이었다.
그 후 교사가 되기위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교대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교대생활을 만만치 않았다. 많은 과제들을 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의미있는 삶을 살기위해 선택한 길을, 원했던 길을 즐기지 못하고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나의 모습을 반성하며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생각해보았다.
나는 변화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세상도 변하고 교육과정도 변하는데 늘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방식으로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 변하는 세상을 먼저 보고 그 세상을 학생들에게 소개할 줄 아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된 사고가 아닌 열려있는 사고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갖아야 할 것 같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모나 선생님 또는 또래 친구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관을 통하여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기쁨, 행복만으로 가득 차있지 않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의 삶에도 고난과 역경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자신이 선택했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하루하루가 의미 있고, 즐겁다.’라고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5년 후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어떻게 학급을 운영해야 하는지, 학부모를 대할 때는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 동료교사와는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행정업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그 밖에 돌발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등등에 대해 선배교사에게 조언을 구하되 궁금한 내용과 관련된 책과 논문을 살펴보며 스스로 그 궁금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의 교직문화나 가르치는 방식 등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10년 후 나는
현재의 환경과 다른 환경에서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세계여행을 할지도 모르고, 해외로 교육봉사활동을 갈지도 모르겠다. 교육을 위해서 꼭 학교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교사라는 직업으로 10년 정도 살다보면 ‘모든 교육은 학교가 담당해야 하고, 그 중심에 교사가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아닌,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싶어질 것 같다. 교육현장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좀 더 다른 시각 혹은 더 넓은 시각으로 교육을 바라보고, 교사로서 나의 역할을 고민해 보려 할 것이다.
20년 후에는 재정비된 시각으로 가르치는 일에 충실할 것이다. 그 곳이 학교일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어떤 장소, 어떤 사람, 어떤 내용을 가르칠지는 모르겠지만 교대를 목표로 공부할 때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생활할 것이다.
30년 후 나에게는 노후를 안락하게 해주는 연금이나 높은 직함은 보장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항상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하루하루가 의미 있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사는 것이 즐거운 사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불리며 열정을 갖고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힘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