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떤 한 선배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얘들아, 너흰 이제까지 살면서 후회없이 이거 하나는 정말 미친듯이 열심히 했다! 라는 거 있어?”
그 당시 그 질문을 함께 받았던 동기들 대부분은 고3시절이나 재수생시절을 이야기했다. 나 또한 처음엔 정말 ‘대학’ 하나만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고3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무언가에 미쳐서 열심히 했다는 것이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무언가에 미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일이 좋아야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문득 떠오른 것이 나의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이었다. 평소 시험공부란 걸 해본 일이 없던 나였는데, 하루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자는 소리에 그저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따라갔었다. 그 때 나는 처음으로 ‘공부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그 때 경험이 계기가 돼서 그 후론, 그냥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 좋고 배우는 것이 좋아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않으셨던 내용이더라도 더 찾아보고 모르는 건 물어서 알아내곤 했었다. 어떤 목적이 있는 억지 배움이 아니라 그냥 앎 자체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 것이다. 모르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다면, 잠도 마다했던 그 당시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참 즐겁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하였던가? 나는 훗날 내가 만날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 되길 바란다. 여기서 배움이란 단순히 지식의 배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것을 즐기는 학생들은 매사에 관심을 가지며 그것이 지식이든, 감정이든, 행동이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사실 요즘과 같이 넘쳐나는 광범위한 정보 속에서 단순한 정보전달자로서의 교사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다양한 정보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움에 대한 열린 태도를 열어주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있다 하더라도 아동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결국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교사의 가르침은 강제적인 것이 되고 아동은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은 잊은 채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타율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효율적인 학습이 일어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진정한 학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진정으로 ‘아는’ 학생은 지식습득에 그치지 않고 느끼고 행동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배움에 대한 열린태도, 즉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것이다.
5년 후면 나는 4년차 교사가 돼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수학을 정말 좋아했는데 과학을 잘할 자신이 없어 이공계열 진학을 포기했었다.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대학원은 과학을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에 도전하고 싶다. 그래서 정말 나부터 과학을 좋아하고 또, 현장에서 과학을 쉽고 재밌게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10년 후면 9년차 교사다. 어느 정도 학교 현장 감각이 길러졌을 때, 나는 현직교사들과 과정중심평가를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 학창시절 가장 속상했던 것은 평가의 대상이 결과에만 한정돼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몇 시간 안에 결정된다는 것이 너무 억울했었다. 이러한 평가는 배움을 점수받기 위한 수단적인 방법으로만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만날 아이들에게는 그러한 잘못된 패배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다른 교사들과의 유대를 통해 좀 더 현실적으로 과정중심의 평가를 연구하고 계속해서 실천해보고 싶다.
20년 후면 19년차 교사이다. 이 때는 정말 매너리즘을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시기가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보았다. 20년 후 나에게 필요한 것은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음공부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19년동안 교직에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 기억에 남는 일, 기뻤던 일 100가지 정도를 일기쓰는 적어보는 것이다. 또, 가능하다면 쓴 글들을 개인 블로그에 올려 예비교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나 자신에게 자극을 주고 싶다.
30년 후면 무려 29년차이다. 이젠 초등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초등학교 현장을 넘어 대학으로 확장시키고 싶다. 진정한 배움은 그것을 알고, 느끼고, 행동하고, 마지막으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대학에서 강의나 강연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의 교사로서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사로서 나의 전문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해볼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가르침을 전하는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교직생활을 정리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