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이해되지 않은 말이지만 나는 교사가 되고 난 후 교사를 꿈꾸었다. 20대 초반까지 내 인생에서 교사라는 직업은 단 한번도 꿈꾸지 않았다. 내 꿈을 펼치기엔 이 좁은 한국땅을 벗어나 많은 것을 배우고 보고 싶었고 그렇게 사는것이 내 인생 계획이었다. 그런데 정말 의도하지 않게 어떠한 이끌림으로 인해 교사가 되었다. 잠깐 한번 해보고 내 꿈을 펼쳐야 겠다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줄이야... 준비없이 된 교사의 자리에서 나의 새로운 인생을 꿈꾸기 시작했고 더 늦기전에 실행에 옮겨야만 했다. 2006년 4월 그때 나는 사립유치원 3년차 교사였고 새로 옮긴 유치원에 적응하느라 바쁜 날들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적당히 이 일을 하다가 결혼하고 간둬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일을 했다. 점점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할 정도로 나의 새로운 적성을 알게 되었고 동료교사들과 함께 사무적인 업무를 하면서 이 일이 할 만하다고 나에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라는 일이 꼭 가르치는 일만 있는것이 아니라 관련 업무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매력을 느꼈다. 매달 돌아오는 행사준비, 학부모 상담등 할 일이 너무 많아 지칠수도 있지만 어린이들과 부모님을 상대할 수 있는 그래서 다재다능한 일을 할 수 있는 교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내 꿈을 펼치기엔 사립유치원에서의 처우는 너무 열악하였다. 유치원 근무를 하면서 나에게 교직에 대한 열정과 사명을 찾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사회적 인식도 부족하고 초중고처럼 체계화 되있지 않기 때문에 소수의 국공립 유치원교사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적절치 못한 대우를 받으며 근무하는 현실도 교대 진학에 더욱 굳은 계기가 되었다.
20대 중반에 다시 세운 나의 비전이 과연 예비하신 길인지 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저 나의 감추어진 욕심을 거창한 비전을 앞세워 채우려는 것이 아닌지... 내가 가진 비전에 대해 확신이 필요하였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힘들게 이루었던 모든 자리를 내려놓고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었기에 그때 난 난생 처음으로 금식기도를 했다. 그리고 난 후 나는 결정했다. 올 한해를 잘 마무리 하고 수험생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이다. 이듬해 나는 꿈에 그리던 교대 진학을 하였다. 너무 간절하고 절실하게 바랬던 일이 정말 이루어졌다. 나는 진짜 좋은 선생님이 될꺼라고, 힘들게 돌아온 만큼 늦게 허락하신 일이니까 더욱 좋은 선생님이 될거라고...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간절히 바란 일들이 이루어 지지 않았는데 이 일을 이루게 하신 뜻을 보면 나를 교사로 쓰이게 하실거라고 생각했다. 불과 1학년때 까지만 해도 말이다.
이제는 학교 다닌 날보다 다닐 날이 적게 남은 3학년이다. 내가 처음에 부푼 꿈을 가지고 입학한 그때가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여 이룬 교사의 꿈이 오히려 교대에 와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 지금은 내가 교사를 꿈꾸었던 예전만큼 간절한 마음이 덜 해진것 같다. 이 과정을 지나 교사에 자리에 섰을때도 내가 4년전 가졌던 초심을 잃을까봐 지금의 내가 만족스럽지 않다. 이쯤에서 새로운 비전을 품어야 할 시간이다. 세상 사람들이 교사에 대해 비판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소리가 교사가 되면 발전 없이 안주한다는 소리이다. 사실 틀린말도 아니다. 내가 교사가 되어서도 이런 모습이 당연하게 생각될까봐 정말 흔들리지 않는 교사로서의 내가 이룰수 있는 비전을 세워야겠다. 내가 첫 번째 세웠던 비전은 준비없이 교사가 된 후 준비된 교사를 꿈꾼 것이었다. 이제는 좀더 나아가 준비된 교사로서 진정한 참교육자가 되려는 비전을 세워야 할 것 같다.
내가 교육자로서 다른 비전을 세우기 전에 나는 나를 만나는 아이들이 나에게서 꼭 한가지를 배웠으면 하는 덕목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배려'이다. 내가 남들에게 배려잘하는 사람이라서 이 덕목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남들과 자신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 서로를 이해하고 열린 사고를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배려에서 기초되는 것이다. 내가 만날 아이들이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 남들에게 그대로 행할 수 있게 지도하는 것이 나의 교육철학이다.
5년 후의 나는 더 배워나가는 교사가 될 것이다. 졸업 후에 임용이 되어 현장에 나가면 1학기 정도 적응기간을 가진 후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여 교육행정이나 초등국어교육 쪽으로 공부하고 싶다.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기 때문에 졸업 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대학원 진학의 계획을 계속 미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대학원을 가면 새로운 공부를 해보고 싶다. 교육행정이나 초등국어교육은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이다. 자기발전을 도모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5년 안에 나와 같은 일을 하는 교사를 만나서 가정을 꾸릴 것이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축복인것 같다. 정말 내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해주고 나와 같은 비전을 품을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5년내 계획 안에 포함되어 있다.
10년 후 나는 내가 이론적으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할 것이다. 5년이 지나면 1정 연수도 받게 되고 현장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는 1급 정교사를 딴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석교사 또는 관리직(교감·교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데 나는 수석교사쪽으로 나가고 싶다. 그래서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초등 수업우수교사 인증제에 도전할 것이며 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업계획 수립, 수업 실연 등에 대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쏟을 것이다. 자칫 내 명예를 위해 우리반 아이들을 희생시킬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는 정말 그 아이들에게 충실하게 교사의 본분을 다하며 내 꿈을 실현시킬 것이다.
20년 후 나는 후배 교사들과 초임교사들에게 내가 그동안 쌓아온 탁월하고 전문적인 수업을 전달할 수 있는 수석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이들도 지도하고 동시에 후배교사들에게 내가 가진 전문적인 지식을 나누어 교실내의 수업의 질을 높이고 초임교사의 수업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일도 교육자로서 보람있을 것 같다. 교사들은 자기 교실 안에서만 수업을 하기 때문에 다른 동료나 선배교사의 수업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적다고 하는데 이런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수석교사에 대해 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교원 양성 기관에서 강의를 한다거나 현장수업연구, 학교 내의 장학 등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나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다른 교사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교사 본연의 업무인 가르치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30년 후에 나는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정년을 맞이할 것이다. 그동안의 교육 경험과 나의 교육철학을 정리하여 책을 써서 남기고 싶다. 교직은 떠나겠지만 그동안의 경력을 살려 초임교사나 수업을 잘하고자 하는 교사에게 적합한 지침서 같은 책을 쓸 것이다. 그리고 내 남편이랑 같이 은퇴한 후에는 그동안의 교직 경험을 살려 무료로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 30년이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내가 지금 까지 살아온 시간 만큼이면 그 때가 되는데 교직생활을 하면서 마음에 담아두었던 일을 찾아 보람되게 살고 싶다. 20대의 내가 다시 세웠던 비전을 평생 하면서 내가 그때 참 잘 결정했었더라고 나에게 교직의 길을 가게 하신 뜻에 다시한번 감사하는 마음으로 교직의 길을 마무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