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전문직을 꿈꿨다.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건, 전공을 살려 평생 동안 그 분야에 몸담으면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 나의 인생의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나는 많은 시도와 방황을 하였다. 식품전공의 공부를 하며 푸드스타일리스트를 꿈꾸기도 하였고, 연구원을 꿈꾸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들은 나의 삶의 목표에 적합하지 못하였고, 나는 그 꿈들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교대에 입학하였다. 평생 동안 일할 수 있고 또한 전공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고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어찌 보면 내가 교대를 선택한 이유는, 교사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혹은 아이들을 위해서 라기 보다는 나의 인생의 만족을 위해서였다. 그렇기 때문이었는지 3년이 다 되어가는 나의 교대생활을 돌이켜보면 내가 과연 어떠한 선생님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음을 알게된다.
나는 지식을 잘 가르치거나, 아이들에게 많은 지식을 전달해주는 교사는 되고 싶지 않다. 내가 중고등학교 교사가 아닌 초등교사가 되길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교대에 입학하기 전 성당에서 약 3~4년간 초급교사로 봉사를 했었다. 이때 나는 ‘교사’라는 사람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경험하였는데, 그것은 신기하고도 엄청난 것이었다. 학교가 아닌 성당에서 단지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한두 시간씩 만나는 관계이고, 전문적 교육을 받은 교사도 아닌 그저 대학생 선생님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당 안에서 교사로 불리는 나의 태도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대단하였다. 내가 아이들에게 어떠한 기대를 가지고 행동하면 정말 아이들은 그렇게 변하곤 하였다. 처음에는 나의 기대와 생각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며 의미 없이 지나치곤 하였다. 내가 아이들에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그저 머릿속에서 맴도는 나의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나 생각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무의식중에 나타나게 되고, 아이들은 언젠가 그것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그 학생은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또 그 기대에 힘입어 나의 기대가 좋은 방향이었다면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하곤 하였다.
이런 나의 경험을 되살려 본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꿈이라는 말이 추상적이고 뻔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의 긍정적 기대를 아이들에게 불어넣어주어, 아이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신적 힘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의미이다.
교사는 '기대의 예술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교사란 아이들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그것을 위해 아낌없이 격려하고 칭찬하며 관심을 보여야 한다. 아이들은 그 기대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작은 행동하나, 말 한마디가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5년후에 나는, 초임교사로서의 적응기를 거치고 있을 것이다. 젊은 선생님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누리며 교직이라는 사회속의 분위기와 업무를 파악하고 초임교사로서의 열정을 가지고 나의 소임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 3년간은 이런 적응을 한 후에 적응이 되었다면 그 이후에는 나 스스로의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를 병행할 것이다. 또한 교사로서의 나의 비젼을 간직하면서 항상 아이들에게 긍정적 기대를 심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다양한 학년을 맡아서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싶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그런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이다.
10년 후에 나는 많은 경험을 위해 달려가는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아마 이때가 나의 교사생활의 절정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과의 생활경험은 물론이고, 다양한 해외연수와 자기계발로 이곳저곳 바쁘게 생활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 느낀다면, 더욱 깊이 공부를 하고 있을 것 같다. 이때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사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존경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 나만의 향취를 내고 있을 것이다.
20년 후에는 나는 정적인 교사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매너리즘을 느끼고 의미 없는 교사생활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교사 적응기와 절정기 보다는 덜 바쁘게 뛰어다니는 교사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때는 내 교사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나의 교사생활의 이력을 바탕으로 책을 내 작가로서의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교육관련 출판사나 사업체에서 부탁한 원고를 쓰면서 나의 교사생활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30년 후에는 보다 아이들과 즐기는 교사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 젊은 시절에는 보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내 스스로를 계발하기 위해 달려왔다면, 이때는 한 숨 돌리며 아이들과 보다 더 많이 교감하고 아이들을 이해해주는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또한 이때는 교구개발 및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고, 보다 더 나은 교구개발을 위해 출장도 다니며 이 분야에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