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윤리과 이지민

미래 교육 2011. 5. 27. 10:50

 

나의 장래희망은 언제부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었고 썩 좋아하지도 않았다. 교사는 그냥 아이들을 가르치면 된다고만 인식했을 뿐 정말 막연하게 교대에 들어오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공부방, 교육봉사, 멘토링 등의 활동을 통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처음 1학년 새내기로 입학한 당시 무언가 예비 교사로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 '나무네 공부방'에 나가게 되었다. 그 공부방에는 몸이 조금은 불편한 아이도 있었고, 집이 가난하여 엄마가 밤늦게까지 일을 다니셔서 집에 항상 혼자 있는 아이도 있었고,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라는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다. 정말 처음 지도는 충격이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정말 좋아서 잘 따르고 한 번이라도 더 칭찬을 받고 싶어 선생님의 말을 잘 들었었다. 당연히 이 아이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수업 도중에 싸우기도 하고 말을 무시하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고 나오지도 않기도 하며 내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처음이라 그런지 나는 무척 당황했지만 오랫동안 공부방에서 지도해온 선배들은 당황한 모습 하나 없이 정말 열심히 가르치고 지도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으로서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먼저 다가가는 교사'의 모습이다. 아이들이 먼저 다가오기를 바라는 교사가 아닌 먼저 다가가 아이들에게 말도 걸고 살필 줄 아는 그런 교사의 모습 말이다. 어쩌면 초등학생 때의 내가 적극적일 수 있었던 건 선생님들이 먼저 다가와 줘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 선생님과의 대화가 많고 접촉이 많았기에 그런 모습이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 또한 그렇게 먼저 다가가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2학년 때에는 교육봉사를 하였다. 부진아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이 아이는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었다. 물어보는 말에 대한 대답 이외에는 어떠한 말도 잘 하지 않으려 하였다. 원래의 나였으면 그냥 수업만 열심히 하고 돌아 왔을 테지만 구체적인 생각을 하고 스스로 다짐을 했었기에 먼저 적극적으로 이 아이에게 말도 걸고 많이 웃어주고 반응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거의 무반응에 가까운 아이에게 먼저 말을 걸고 자극하고 크게 웃는 것이 쑥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 주, 두 주 정도가 지나니 아이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하였다. 먼저 웃으며 인사도 해주고 자기가 좋아하는 거라며 내 책에 스티커를 붙여주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항상 수업에 늦게 왔는데 이제는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기까지 하였다. 마지막 수업을 하고서 헤어질 때에도 아이는 무척이나 아쉬워하고 속상해하였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5년 뒤에는 한 학급의 담임선생님이 되어 하루하루 새로운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실수도 많고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 아이들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은 처음 시작과 같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눈을 보고 마음을 읽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그런 선생님일 것이다.

 

10년 뒤에는 처음 선생님이 되었을 때의 그 초심을 생각하며 아이들의 눈을 보고 마음을 읽으려는 선생님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생각하며 외적인 부분 보다는 내적인 부분에 조금 더 신경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최대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며 상처 주지 않는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20년 뒤에는 아이들을 먼저 배려하는 선생님이 될 것이다. 내 입으로 나오는 소리보다는 아이들의 눈에서 읽히는 생각이나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 기우리는 그런 선생님 말이다. 그리고 학교에 처음 들어온 선생님이나 경력이 적은 선생님들에게도 먼저 배려하는 선생님이 될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천천히 알려주고 친절한 그런 배려 말이다.

 

30년 뒤에는 나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아이들이 자신의 배우자와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에 찾아와 나의 가르침이 고마웠다고 인사 받는 선생님의 모습일 것이다. 내가 해줬던 어떤 말들과 내가 보여줬던 어떤 행동들이 자신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과 격려가 되었다고 진심으로 고마워할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될 것이다.

 

40년 뒤에는 어릴 적부터 막연한 꿈이었던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적은 돈이나마 모아서 한 달에 한 번씩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도 하고, 주말 같은 날에는 무료 급식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글자를 잘 모르시는 어르신들이나 우리말에 서툰 다문화 가정 사람들에게 글자를 가르쳐주는 등등의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50년 뒤에는 봉사하는 삶 다음의 꿈이었던 여행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열심히 벌어 모아둔 돈으로 기부도 하고 여행도 다니는 게 꿈이었다. 우선 전국을 돌고서 다음은 해외 이 곳 저 곳을 다니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아프리카 같은 곳으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지만 그 정도까지의 돈은 벌지 못할 것 같다. 대신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에는 열심히 참여하며 가까운 해외들을 다니고 싶다.

 

미래를 생각하면 당장 가까운 선생님이 된다고 크게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비전 세우기를 하면서 구체적으로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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