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국어 교육과 문영민

미래 교육 2011. 6. 3. 16:34

 어린 시절 나의 꿈은 교사는 아니었다. 초등학교시절 주위에서 의례적으로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의사, 판검사, 변호사, 대통령, 사장님, 과학자 등등 늘어놓듯이 나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한의사가 꿈이었다. 그때에는 어린마음에 아버지 따라 한의원에 가서 본 하얀 가운 입고 환자들을 진찰하고 침으로 사람들을 고치는 한의사의 모습이 멋져 보였던 것 같다. 그러던 나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 수학선생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2학년 특별한 담임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1학년 때 그 선생님께 야자를 도망치다가 걸려서 혼나기도 했었고, 쉬는 시간에 반 친구랑 뛰어 놀다가 걸려서 손을 들고 벌을 서기도 했지만 그래도 왠지 그 선생님이 좋았다. 수학선생님이셨지만 실력은 별루 없으셔서 아이들은 항상 수업시간에 잠을 자서 별명이 ‘수면제’였었고, 무뚝뚝하셔서 기분이 좋으셔서 표현할 줄 모르셨다. 그렇지만 옆집 형처럼 편했고, 구수한 사투리로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시는 그런 분이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학생들의 장점 하나하나를 발견하고 기억해주셨다는 점이다. 다른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이름조차도 기억 못하실 학기 초에 이 선생님은 그 아이의 장점을 기억 하셨다가 그에 맡는 직책을 주셨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시곤 했다. 덕분에 나도 학년 대표로 발표회에 몇 번 나간 적이 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을 하나하나 챙겨주시고 자율학습 시간에는 공부 때문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서 운동장에 나가서 같이 공을 차며 응원해주시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남몰래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와주시던 사람냄새가 나는 그런 분이셨다. 비록 불의의 사고로 지금은 고인이 되셔서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도 스승의 날이 되고 스승의 노래가 울려 퍼지면 나의 가슴 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스승이시다. 그래서 나 또한 사람냄새가 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의 장점을 칭찬해주고 그 아이의 작은 것 하나하나를 기억해주는 그런 선생님이고 싶다. 스승의 날이 되면 찾아뵙지는 못하더라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런 선생님...


오년 후에 나는 신입 교사의 티를 조금이나마 벗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학교생활을 즐기며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 교사가 되고 2년 동안은 반 아이들을 일일이 관찰 할 여유도 없이 일에 치이는 바쁜 신입교사의 시절을 보내다가 이제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는 수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땐 사랑하는 사람과 비록 작지만 조그만한 보금자리에 신혼집을 차리고 예쁘게 살고 있을 것이다.


십년 후에는 이제 어느정도 능숙해진 학교업무에 여유가 생겨서 예전부터 공부하고 싶었던 취미생활로 드럼과 같은 악기를 배우고 싶다. 학교에서는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퇴근해서는 악기를 배워서 주말에는 악기를 배우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서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지도해 주고 싶다. 그리고 혹 장래 희망이 선생님인 아이들에게는 내가 교사가 되기 위해서 걸어온 과정들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십년 후에는 이제 다른 동기들은 교장선생님이나 장학사를 준비하거나 이미 되었을 나이이다. 하지만 나는 평교사가 되고 싶다. 지위에 따르는 부담도 싫지만 나는 교사가 된 이유가 아이가 좋아서였기에 초심을 잃지 않고 학급을 맡아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싶다. 비록 나이많은 선생님이라고 아이들이 싫어하더라도 내가 그랬듯이 누군가에게는 사람냄새가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시간적 여유가 되면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싶다. 예전에 성격이 급한 나에게 부모님께서 바둑을 배우면 침착해진다고 권유하셔서 좀 배웠는데 덕분에 성격이 좀 차분해진거 같다. 요즘같이 ‘빨리 빨리’ 만을 강조하는 시대에 좀 더 돌아가더라도 한번 더 생각하는 ‘느림의 미학’을 가르치고 싶다.


삼십년 후에는 벌써 교사로서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을 시기이다. 그때쯤이면 빠른 시대의 변화에 반 아이들을 보면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보다는 내가 저 아이들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배울까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 같다. 한적한 주말 오후에는 졸업 사진을 떠들러 보며 처음에 가르쳤던 아이들부터  나를 거쳐 간 아이들을 쭉 돌아보며 어떻게 성장했을까 궁금해하고 그 아이들이 혹 찾아오거나 편지를 보내면 예전 찍은 사진과 함께 정성스레 답장을  보낼것 같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그 아이들의 주례를 서면서 그 아이의 자라온 과정을 하나하나 말해주며 꼭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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