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늦은 나이에 교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20대 중반을 넘었을 때 비로소 목적도 의미도 없이 사는 내 삶에 많은 회의를 느꼈고 진심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누가 나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교사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왜 교사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교사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교사가 되고 싶은 막연한 마음만 있었을 뿐 교사가 되겠다는 결심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 할 때도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모색 할 때도 내가 하고 싶은 일과는 상관없이 입학 성적에 따라서 그리고 스펙에 따라서 적당한 대학교와 직업을 선택 했고, 그 결과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이 부표처럼 시간 위를 떠돌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 교사가 되기로 결심을 한 뒤로 내 삶과 태도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어야 했습니다.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의 염려와 반대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적당히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이나 가지 왜 이제 와서 힘들게 교사가 되려고 하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강한 결단력도 정신력도 굳센 의지도 많이 부족했던 저였지만 교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교사라는 꿈을 향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그 과정에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전주교육대학교에 입학하고 예비교사가 되었을 때,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단지 교사가 아니라 좋은 교사가 되겠다고. 제가 생각하는 좋은 교사는 엄마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엄마역할을, 아빠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아빠 역할을, 친구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친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그런 교사입니다. 지난 학기 저는 교직실무라는 수업을 통해 서경주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그분의 수업을 들으면서 그 분을 제 교사로서의 삶의 롤 모델로 삼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얼굴은 항상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계셨습니다. 학교와 아이들과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실 때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분의 아름다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이 아름다운 얼굴로 빚어진 것의 결정체를 보여주시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그 분의 말씀 하나 하나는 제 마음속에 올올히 새겨졌습니다. 그리고 그 분처럼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교사가 되겠다는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 분은 자신이 특별한 능력도 재주도 없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 하신다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교사 역시 나보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그런 교사입니다. 아빠가, 엄마가, 친구가 될 수는 없지만 아빠역할을, 엄마역할을, 친구역할을 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 특별한 능력도 재주도 없는 제가 교사라는 소명을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5년 후... 저는 교사로서의 부족함을 많이 깨닫는 배고픈 교사가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점들을 한시 바삐 채우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바쁘게 발로 뛰어다니는 교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동 미술치료를 배울 계획입니다. 미술치료를 통해 학급에서 성격장애와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이 장애를 극복하는 데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10년 후...저는 조금은 안정된 교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교사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게 될 즈음 다시 학생이 되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고 사랑할 수 있어야 아이들 역시 발전하게 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년 후... 저는 잠시 예비 교사들의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교육자로서 어느 정도 나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심신이 건강해서 열정을 실천할 수 있을 때 저에게 롤 모델이 되어주신 서경주 교수님처럼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똑같이 예비교사들에게 그대로 전달해주고 싶습니다.
30년 후면 저는 정년퇴직을 눈 앞에 둔 상황입니다. 퇴직하는 그 순간까지 교사로서의 삶에 부끄러움이나 후회가 없도록 하고 싶습니다. 나이 먹는 것을 서럽다고 생각하고 한탄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연륜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험담을 말해 줄 수 있는 따듯하고 훈훈한 교사가 되고 싶고, 후배 교사들의 귀감이 될 수 있는 그런 교사로 남아 퇴직하는 그 순간까지 교사로서의 소명을 다 하고 싶습니다.
이제 어느덧 예비교사 3년차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3년 동안 그동안 헛되이 보냈던 과거 시간들을 보상하려는 듯 열심히 배움을 습득하고, 교사로서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렇게 가만히 비전을 세우면서,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초심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니 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내 자신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