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국어교육과 우승연

미래 교육 2011. 6. 3. 16:58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내 장래희망 영부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나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물론 중간에 사이사이 꿈이 바뀌기도, 꿈을 잊기도, 꿈을 잃기도 하였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에 대한 동경만은 남아있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 된 이유는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좋아해서 그랬던 것 같다. 담임선생님은 마치 학교에 있는 엄마 같았다. 반 아이들 모두에게 엄마 같은 선생님이었다. 오래 전이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1학년 때 일기에 담임선생님은 천사 같다고 쓰여 있다. 등하교를 같이하던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우리 선생님 좋다고 자랑했던 일은 생각난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2학년 때에도 6학년 때에도 이어졌다. 2학년 땐 구구단을 못 외워서 학교에서 나머지 수업을 했었는데 나에겐 좋아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이랑 학교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구구단을 다 외우게 되어 나머지 수업을 그만하게 되었을 때는 속상하기까지 했었다.

단순히 선생님이 좋아서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다. 지금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나의 아이들이 내가 좋아서, 날 보며 나처럼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꿈을 가진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날 보며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게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다. 내가 반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선생님이고 싶다.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생활지도에 특히 신경을 쓰셨다. 우리학교는 급식을 반에서 먹도록 했었다. 선생님께서는 젓가락 테스트에 통과를 못하면 할 때까지 밥을 못 먹는다고 하셨다. 난 왼손잡이여서 밥 먹을 때 어른들이 젓가락질로 한 소리씩 하는 일에 진저리가 나있었다. 어린 마음에 반항심으로 우리 부모님도 뭐라 안하는 것을 왜 뭐라고 하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학교에서 젓가락질 테스트를 한다기에 난 이제 밥을 못 먹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선생님께서는 왼손으로도 젓가락질만 예쁘게 잘한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시고 굳이 오른 손으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후론 왼손으로 밥 먹을 때 누가 뭐래도 당당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선생님께서는 반 아이들이 편식하지 않도록 급식지도를 꼼꼼히 해 주셨다. 난 이때 매워서 김치를 못 먹었었는데 무턱대고 김치를 안 먹었다며 나무라지 않고 알고자 하셨다. 김치를 안 먹은 이율 말씀드리자 선생님께서 일부러 안 매운 김치를 담아 주시기까지 하셨다. 선생님은 다른 어른들과 달랐다. 다른 선생님들과도 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을 여간 사랑하지 않고서는 귀찮을 일이다. 하지만 선생님을 그렇게 우리들을 사랑해 주셨다.

또 4학년 때 갑자기 사회가 어려워졌었다. 내 사회성적은 ‘양’이 있었다. 하지만 통지표에 선생님이 써 주신 말 때문에 난 부모님께 아무 꾸지람도 듣지 않았다.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선생님께서는 통지표에 사회성적은 ‘양’이여도 사회성은 우리 반에서 최고라며 성격 좋은 딸을 두어 좋으시겠다고 적혀 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바란 것은 결코 성적이 아니었다.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고 싶다. 초⦁중⦁고등학교를 지내오며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지만 지금은 얼굴조차 기억에 안 나는 선생님이 계신다. 하지만 난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좋은 선생님, 자랑스러운 선생님,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이 추상적이기도 하지만 난 그런 선생님이고 싶다.

나는 몇 년 후에는 무엇을 하고 몇 년 후에는 무엇에 관심을 가지며 몇 년 후에는 어떠할 거라는 비젼은 없다. 열심일 수 있을 때 열심일 것이고, 해야 되는 일을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해 할 것이다. 내 능력범위 밖의 일을 하고 싶다고 안달복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능력이 부족해서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데 줄 줄 몰라 못 주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내 능력을 신장시켜나갈 것이다. 다만 늘 열심일 수 있고 내가 부족하여 아이들을 헤아리지 못하거나,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이들을 서열을 매기고 성적으로 줄 세우기 하는 일은 관심 밖이다. 교사인 나에게 지식전달자의 역할만을 바란다면 나는 교직에 미련을 두지 않고 물러날 것이다. 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은 지식 전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아이들 마음속에 씨앗을 싹틔워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그런 선생님이고 싶다.

승진이나 동료교사의 평가는 안중에도 없다. 다만 아이들이 ‘내년에도 선생님이 우리 담임선생님이면 좋겠어요’ 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학부모들에게 ‘선생님 덕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스승의 날 찾아오거나 전화를 하는 제자들이 많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나에게 이런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선생님 덕분에 행복했다고 회자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선생님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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