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고3 까지만 해도 나는 제대로 된 목표가 없었다. 그냥 단순히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경영학과나 들어가서 남들 하는 대로 공부하고 남들 하는 대로 취업해서 그냥 적당히 살자 하는 마음 밖에 없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부했고 그 결과, 일반 종합대학의 경영학과에 합격하여 다니게 되었다.
그 당시의 나는 단지,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방탕한 생활에만 정신이 팔려서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지, 내가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 조차 생각해보지 않았고 허무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별로 느끼는 것도 없이 한 학기가 지나갔다. 그리고는 찾아온 대학생으로서 처음 맞아보는 여름방학, 나는 달리 변한 바 없이 흥청망청 놀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예기치 못한 외할아버지의 별세였다. 편찮으다는 소식만 들었지, 별다른 위독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기에 더욱 충격이었다. 그렇게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가보니,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하셨던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는 수많은 제자 분들이 방문하셨다. 제자 분들은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상기하며 그리워하셨다.
그 순간, 이미 나의 마음 속에는 '교사'라는 직업이 각인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의미 있는 존재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할아버지의 장례가 끝나고 나는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내 스스로에게 반문하게 되었다.
이제껏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떠한 길을 살고자 하는 것인가.. 나는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을 살면서 그 때만큼 많은 생각을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거친 후, 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목표를 정하였고, 공부한 결과 다소 늦기는 하였지만 교대에 그럭저럭 합격할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입학한 교대의 1학년 생활, 다니던 학교보다 작기도 하고 시간표도 짜여서 나오니, 처음에는 흡사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한 1학기 동안, 일주일 동안의 실습도 다녀오고 하였지만, 기간이 짧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별로 의미가 있는 시간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1학기가 지나고 교대에서 처음 맞게 된 1학년 여름방학,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물론 내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해보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앞으로 교사가 되면 몇 십년간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 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생 때는 경험 삼아 다른 일도 해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공장에서 막노동을 하게 되었다.
그 때 느낀 생각은, 물론 가장 절실하게 떠오른 생각은 남의 돈 벌어먹기가 힘들다는 생각이었긴 하지만, 짧았지만 힘들었던 시간 이었던 만큼,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보탬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나에게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내가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을 다해 살자’ 라는 교훈을 주었다.
그 때의 다짐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오게 되었고,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열정적인 존재로 평생 간직될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비전을 세우고자 한다.
5년 후까지의 나의 비전은 아이들에게 진짜 친형, 친오빠처럼 기억 될 수 있는 그런 젊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선생님도 되고 싶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업을 잘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또, 이십대를 정리하면서 여태까지의 전체적인 나의 인생에 대하여 잘 살았는지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10년 후까지의 나의 비전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들은 바에 의하면 교직생활 5년에서 10년 사이에 접어들게 되면 교직생활에 매너리즘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가능하다면 대학원에 진학하여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자 한다. 또한, 배운 것들을 아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가능하다면 마음이 맞는 배우자와 결혼을 할 생각이다.
20년 후까지의 나의 비전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다. 사십대가 되면 정말 자신의 반 아이들이 자신의 친자식들처럼 보일 나이인 것 같다. 아이들과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좋은 경험을 쌓게 하고 싶고 또 좋은 기억을 남게 하고 싶다. 물론 교사로서의 책무는 성실히 하면서의 이야기이다.
30년 후까지의 나의 비전은 아이들과 어색해지지 않는 것이다. 나이가 쉰 살이 넘겠지만, 아이들에게 엄격하고 딱딱한 아저씨 교사로 기억되는 것은 싫다. 또한, 어느 정도 자신만의 교육 노하우가 있을 나이지만, 발전을 게을리 하는 교사가 되는 것은 싫다.
지금까지 적은 비전들은 한편으로 생각하면 거의 비슷한 내용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적어도 이것만은 꼭 지키자는 의미에서 스스로 다짐하는 마음으로 적은 것이다. 지금 3학년 1학기 여름방학을 앞둔 이 시점에서, 이 글을 쓰면서 앞으로 정말로 5년, 10년, 20년, 30년 후에도 지금 쓴 비전들을 잊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