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은 교사, 의사, CEO처럼 직업의 이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그냥 교사 말고, 나는 아이들을 위해 울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를 위해 울어주는 가슴 찡한 사람이 한사람쯤은 있다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자신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한명만이라도 있다면 삶에서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교사가 의사만큼이나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범죄자들의 고백을 보면 학교 다닐 때의 무자비한체벌과 자신의 아픔을 알아주지 않은 선생님을 원망하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범죄자의 어린 시절에 진심으로 지지하고 그 아이를 위해서 기도해주는 교사를 만났다면 그 교사는 생명을 살린 것이다.
나는 지금의 욕심 같아서는 매년 만나는 서른 명의 아이들을 품고 기도하고 사랑해주고 싶다. 하지만 분명 살다보면 내가 품어야 할 아이들이 많아지고 그들에게 동일하고도 충실한 사랑을 주지 못할까 염려가 된다. 그래서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추억을 만들 때에도 우리 다같이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있다고 할 때 그 친구들의 연약함을 비난하기 보다는 (담배이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폭력이든, 도둑질이든 싸움이든) 그 연약함으로 얼마나 힘이 들었을 지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각자의 아픔을 각자의 문제로 여기고 외면하지 않으면서 서로 위로해주는 공동체가 되고 싶다.
가난한 아이는 행색이 꼬질 할 테고, 맞고 자란아이는 폭력성을 내재할 것이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열등감에 점점 작아질 것이고 아이들의 상처는 점점 곪아갈지도 모른다. 낮의 해와 밤의 달도 너를 해치 못하리라는 성경 구절의 말씀이 생각난다. 항상 너희를 눈동자와 같이 지켜보고 있는 존재에 대해서 알려주고, 나 또한 너희를 그렇게 사랑한다고 우리 공동체가 정말 너를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꼭 이 말씀 구절을 전하고 마음으로 품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5년 후
나는 아이들이 나중에 살다가 외로움을 느낄 때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구체적으로 나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줄 것이다. 각자 일상생활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카메라 렌즈를 향해서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주는 듯한 환한 미소를 모아서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또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하고 칭찬하는 활동을 따로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공동체 밖의 사람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서 공감지수가 높은 공동체에서 살고 싶다. 또 방학에는 아이들과 같이 캠프를 할 것이다. 물론 스물일곱의 초짜 선생님의 욕심이라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10년 후
나의 공감프로젝트는 날이 갈수록 노하우가 생기고 이제는 버벅 거리지 않게 되겠지? 10년 후면 내 나이가 서른 둘, 아직 아이는 갖고 싶지 않다. 나의 공감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나는 상담을 공부한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면서 내 방식으로 다그치는 답답한 선생님은 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려면 내마음도 아이들에게 많이 보여줘야 하니 우리는 소통하는 사제지간이 되겠구나 얘들아.
20년 후
나의 나이 44세 학부형이면서 ‘아이들을 위해 울어주는’ 공감 프로젝트 교사 20여 년 째.
나의 공감프로젝트의 내용이 개선되고 발전되겠지만 나는 여전히 공감프로젝트에 공동체를 중시하는 선생님이 될 것이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한층 깊어진다. 많은 여행과 많은 만남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주어 아이들이 공감의 영역이 넓어지길 소망한다. 나는 해비타트 봉사활동을 국내외로 계속 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집을 사람들에게 선물하면서 아이들에게는 가진 것을 나누는 삶 (이것도 물론 나의 공감프로젝트겠지)을 전달할 것이다.
30년 후
나는 승진을 해서 교감 또는 교장이 될 것이다. 이것은 승진의 욕심이 명예욕이나 권력욕, 재물 욕심으로 비춰지지 않으면 좋겠다. 현장에 나가면 권위적인 교직문화에 질려버린다는 현장이야기를 너무도 많이 들어왔다. 그런 문화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서, 또 나처럼 소박하고도 따뜻한 꿈을 가진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내가 울타리가 되어주면 좋겠다. 이 땐 내사랑하는 제자들의 연락에 따뜻한 밥 한 끼 직접지어서 뱃속도 든든하게 또 엄마처럼 따뜻하게 해주고 싶다. 여전히 너희를 응원하고 너희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