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교대에 입학 한 지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2년 반 동안, 나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어떤 교사가 되어야겠다, 그런 교사가 되기 위해 나는 이러 이러한 노력을 해야 되겠다’와 같은 구체적 목표도 없이, 그저 수업 받고, 과제 하고, 시험 보는 이러한 반복 속에 살아왔다.
이렇게 목표 없이 주어진 대로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던 중 이 비전 세우기를 통해 잠시 멈춰 서서 내 모습을 뒤돌아보고 내가 미래에 꿈꾸는 교사로서의 나의 모습은 무엇인지, 미래의 난 어떤 교사의 모습을 하고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직접 수업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당연히 수업은 교사가 직접 하는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교생실습 때 보았던 초등학교 수업시간의 모습은, 수업을 교사가 아닌 컴퓨터가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수업을 컴퓨터로만 하시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물론 워낙 교사가 처리해야 공문과 할 일이 너무 많다보니 그러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클릭 교사가 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현재의 나로선 현실적으로 힘들고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최대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수업을 하고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독서를 생활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많은 책을 읽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대학생이 된 후로 내 지식의 범위가 굉장히 협소하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됐고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은 것에 대해 지금도 후회가 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생활화하여 책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어 경험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니 책을 통해서나마 간접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감정을 느끼도록 하여,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도록 하여 지식의 범위와 감성적인 폭을 넓혀주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고 싶다.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고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관심 갖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는 그래서 수첩을 만들어 그 수첩에 매일매일 짧게라도 학생의 잘한 행동, 고쳐야 할 행동, 하고 싶은 말 등을 적어 학생으로 하여금 ‘내가 선생님에게 이렇게 관심 받고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그래서 학생에게 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고, 후에 이것이 토대가 되어 자존감을 가진 당당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3년 후에 나는 많이 낯설었던 교직 생활에 점차 적응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골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텃밭 가꾸기, 운동장 활동을 통해 시멘트 바닥이 아닌 최대한 흙 밟을 기회를 많이 주며 뛰놀게 해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실험이나 채집 등 직접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기회도 많이 제공하고 있을 것이다.
5년 후에 나는 대학원에서 아동심리를 배우고 있을 것이다. 학생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법을 잘 안다면 그 학생의 태도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심리학에 대해 관심이 많아 다양한 심리학책을 읽어 왔는데 대학교 때는 나의 흥미와는 상관없이 학교에서 정해준 과목을 배웠다면, 대학원에서는 내가 평소에 관심 갖고 있었기 때문에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는 아동심리학 분야를 선택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30살이 되기 전에, 나는 휴직계를 내고 해외 배낭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바쁘게 달려왔던 일상에서 벗어나 교사로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도 체험하고 많이 배우고, 여행에서 얻은 나의 경험들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활용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말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하여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여행을 떠날 것이다.
10년 후에 나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해외 파견교사로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유익하고 재밌는 교수 학습 방법이나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형성에 대해 배울 점들을 찾고 공부하여 다시 한국으로 돌아 왔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15년 후에 나는 한국에 돌아와 이제껏 쌓아온 나의 경험과 배운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20년 후에 나는 교사로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 학생들을 잘 이해해주고 학생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진, 그리고 아이들이 활짝 마음을 열고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드는 노하우를 가진 능력 있고 친밀한 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35년 후에 나는 교사 생활을 정리하고, 형편이 어려워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도 학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이나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서 집에 가면 혼자 있게 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지역 아동 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면서도 막연하게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생각만 했지, 미래에 내가 꿈꾸는 10년 후, 20년 후 선생님으로서의 구체적인 나의 모습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비전 세우기를 통해 이러한 시간을 갖게 되어 정말 유익하고 좋았다. 이 비전들은 내가 나 자신에게 한 약속이므로 교사가 되어서도 언제나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