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미술교육과 이영은

미래 교육 2011. 6. 3. 23:28

사실 선생님이 되는 거 관심 없었다.

그냥 다니던 학교가 재미가 없었고 남들은 잘 나가는데 넌 이게 뭐니 하는 말이 듣기 싫어서 공부해서 새로운 학교로 왔다.

처음에는 되게 재밌었다. 좋아했지만 들을 수 없었던 수업들도 하기도 하고, 이미 알고 것도 있고 하니 따로 열심히 공부할 필요도 없었고, 남들이 실습 가서 아이들이랑 신나게 놀고, 친하게 지내면서 애정을 쏟는 것을 보고 고작 1주일뿐인데 뭐 저렇게 열심히 하나 했다.

열정차이였을까. 점점 이 학교에 온 게 자신이 없어지는 거야. 공부는 점점 어려워지고 다들 자기 공부하느라 바쁘고 힘들어도 남들 다하는 건데 나 혼자 징징거린다는 생각에 자괴감만 늘어났다. 비전? 그런 거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럼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데?’ 하는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나는 직업으로서의 교사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시내에 있는 초등학교건 시외에 있는 초등학교건 나는 취직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앞날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보며 후회만 하고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지난번에 했던 다문화 멘토링이나 이번 학기 금요일마다 눈 밑이 새까매져서 갔던 교육 봉사에서 많은 걸 생각했다. 사실 정상적인,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은 아니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나 다운 증후군 아이들과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해왔는지 깨달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거나 잘 보살피는 성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잘 챙겨주거나 재밌는 사람도 아니고. 특수 아동에 관련한 수업을 들을 때 , 그런 아이들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는데, 실제 겪어보니까 있구나가 아니었다. 내가 직접 현장에서 도움을 줘야할지도 모르는데 약 8시간 동안 애들을 겪어보니까 우와.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했지. 학교에서 배운 이론들은 실제와 틀린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머리로만 알고 있었다. 그걸 왜 배우는지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내가 가르칠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반도 알고 있지 않았다. 어휴.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잘 배워서 그것을 다시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내 행동으로. 남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고.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내가 선생님이 되면, 무진장이든 어디든 가든 간에 학생이건 동료건 성심성의껏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일 지나간 일만 보면서 괴로워할 바에 최선을 다하고 괴로움과 마주하고 싶다. 그냥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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