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후
교사 경력 3년차 교사가 되었다. 발령 직후보다는 수업의 노하우가 생기고 학교 시스템에 대해 적응하였지만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돌발 행동에는 여전히 당혹스럽고 대응하기 어렵다. 학생들의 행동에 따른 대처 방법을 제시해놓은 메뉴얼이 있었으면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수업지도와 생활지도를 놓고보자면 난 아직까지도 수업 지도가 편한 새내기 교사이다. 지금의 목표는 수업지도, 생활지도와 학교 문서 작업까지 이 3가지 업무를 균형있게 수행하는 것이다. 교사가 되기 전 스스로 다짐한 3가지 약속이 있었다. 첫째, 학생들보다 먼저 교실에 앉아있기. 둘째, 한달에 한 권이상 교육관련 책을 읽기. 셋째, 퇴근 전 교직일기쓰기. 사실 지금은 이 세 가지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 이 세가지 약속을 지키는 것도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나의 또다른 목표이다. 방과 후에는 합기도를 배우고 있는데, 예체능 능력이 부족한 나에게 1년 단위로 미술, 음악, 체육 분야를 돌아가며 배우고 잇다. 3년 전에는 수채화와 유채화를, 2년전에는 피아노를 배웠다. 내년에는 조소를 배울 계획이다. 퇴근 후,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수강생들과 수업을 듣다보면 교사끼리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교사가 됨과 동시에 우물 안에 개구리가 되는 교사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년 후
미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는 한 해이다. 대학생일 때부터의 계획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틈틈이 영어공부를 하며 유학준비를 했고 월급의 반 이상을 적금했다. 초등학교 때, 미국 유학에 관한 책을 볼 정도로 미국에 대한 로망이 컸지만 언제부턴가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다. 하지만 교육에 대해서 배우기 위해서는 미국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오기까지 현실적인 제한이 많았다. 막상 미국에 오니 누군가를 가르치고 지도하던 입장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오니 학생으로서 내가 낯설 때가 많으며, 교사로서 내가 잘못했던 일들이 떠오르며 교사로서의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유학 생활이 내가 상상해오던 만큼 낭만적이지만 다른 문화권 속에서 산다는 것은 나의 삶에서 또 다른 커다란 자극이 되고 있다. 종종, 전에 가르쳤던 학생들이 연락하곤 한다. 이럴 때,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끼며 다시 내가 교단으로 돌아갔을 때, 좀 더 나은 교사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좀 더 많은 걸 배워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년 후
나는 현재 44살의 교사이다. 어찌보면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학생들의 돌발 행동이 무섭지 않으며, 그것을 내 스스로 지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내가 느끼고 있는 안정, 평화로움과 여유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전과는 다르게, 학생들에게 편안한 존재임과 동시에 교사로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술자이기도 하다. 사실, 전과는 다르게 새롭게 뭔가를 시도하기보다는 학생들 한 명 한명에게 관심을 가지고 교육하는 법을 18년간의 교직 생활을 통해서 배웠다. 전에는 나에게 학생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여겨졌지만, 학생들에게는 내가 한 명의 교사였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학부모과의 소통이 어렵지 않으며 그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또한 승진을 위해서 바쁘게 학교 생활에 매진하고 있다. 전에는 승진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승진을 통해 좀 더 나은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교사들에게 마련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더많은 학생들에게 더 높은 교육의 질을 선사할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