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된다면 꼭 지키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학생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꿈을 꾸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모 면접에서 면접관이 자기소개를 요구 했을 때 나는 “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볶음밥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축구 지도자 자격을 갖고 싶다, 브룬디에 미션 스쿨을 세우고 한국 사람들과 학생들을 한 명씩 연결시켜 도울 수 있는 후원 제도를 만들고 싶다, 10년 정도 꾸준히 스승의 날마다 정성 어린 편지를 보내주는 제자 한 명만 만나고 싶다 등등 나는 자기소개에 배당된 시간 내내 내가 이루고 싶은 꿈들을 열심히 나열했다(내가 굳이 자기소개 시간에 내 꿈을 이야기한 이유는 내가 이루고자 소망하는 것들이 현재 나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꿈이 무엇인지, 장래희망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학생들은 빈칸에 ‘내가 커서 되고 싶은 직업’을 적어 넣었다. 아마 선생님이 요구하시는 답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에게 꿈에 대해 조금 다르게 가르치고 싶다. 학생들이 꿈을 떠올렸을 때 직업이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자기가 이루고 싶은 무언가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것이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이루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든 짧게 걸리든 상관없다. 그저 학생들이 일상에서 소소한 꿈을 이뤄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면접에서 내 꿈을 이야기했을 때 면접관 한 분이 왜 굳이 볶음밥을 잘 만들고 싶어 하는지 물으셨다. 나는 내가 볶음밥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볶음밥을 잘 만들 수 있다면 볶음밥을 밖에서 사먹을 때보다 분명 더 행복할 것이다. 나아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어줄 수도 있고 더 노력한다면 재능 기부도 가능하다. 이렇듯 학생들에게 ‘꿈은 나의 행복,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꿈을 꾸고 이루어나가는 교사는 행복한 사람일 것이고, 교사가 행복하다면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 교사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학생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꿈을 꾸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솔선수범한 교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와 함께 한 학생들이 더 많은 꿈, 더 행복한 꿈들을 꾸고 이루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두 번째는 학생들이 최소한 교실 안에서 만큼은 차별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성적, 외모, 금전적 여유 등의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다. 또 나아가 성별, 장애, 인종 등의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많은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면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될 이러한 차별들을 학교에서 만큼은 최대한 경험하지 않게 해주고 싶다. 특히 성역할을 나누고 성별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한계를 그어버리는 일과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갖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남녀의 성역할을 나누는 교과서 자료들을 대부분 삭제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성역할을 암시하는 자료들은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4학년 국어 교과서의 소중한 정보 단원에 실린 만화에는 학생들의 귀가 시간 이전에 엄마가 집에 있는 모습이 나온다. 엄마는 저녁밥을 준비하고 아빠는 저녁 시간이 되어서 돌아와 준비된 식탁에 앉는 장면이 바로 이어져 직접적으로 남녀의 성역할 차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엄마는 전업 주부, 아빠는 직장 생활을 하는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이처럼 교사는 놓치기 쉬운 일상에서의 차별을 잘 감지하고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교사는 학생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보다 열등하다거나 불쌍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지 않도록 평소에 하는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야한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도 마찬가지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중 동남아 국가 부모님을 둔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부모님의 출신 국가를 밝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교실 내에서 이미 동남아 국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견은 부모님의 가치관이나 또래와의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교사가 교단에 서서 하는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도 형성될 수 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진지충’이나 ‘예민보스’라는 말이 많이 사용된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는 말이다. 물론 정말 별것도 아닌 일에 하나하나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곁이 있기 피곤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어떠한 일을 진지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자체를 지칭하는 이 말은 결국 그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상처 받는 많은 사람의 입을 막아버리게 된다.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할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나 성별, 인종, 장애 등의 본질적인 문제의 경우, 차별은 그 사람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더욱 조심히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야말로 이러한 민감한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일들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 생각, 내 행동, 내 가치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한 일들이다. 하지만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꼭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기준이나 부모님의 기준에 맞는 좋은 교사가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이 바라보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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