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음악교육과 오경희

미래 교육 2017. 6. 18. 20:21

 부끄러운 사실을 고백하건데, 교대에 입학한 뒤로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동안 나는 내가 되고 싶은 교사의 모습에 대해서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고, 선생님들과의 유대도 깊어서 교사를 떠올리면 긍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그려졌고, 선생님에 대해 신뢰감도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학창시절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 인해 내가 교사에 대해 가졌던 신뢰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그 분은 우리 학교에서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로 유명한 분이었고, 나 또한 처음에는 그 선생님의 수업을 굉장히 좋아했다. 하지만 담임으로서 만난 그 선생님은 내가 기존에 보았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고3 담임이라는 권위를 이용해서 아이들의 성적과 부모님에 대해 이유 없는 폭언을 일삼았고, 그 때문에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나면 한동안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동료 교사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는 그 선생님의 인신공격은 수능을 며칠 앞둔 시점까지도 계속되었고, 결국 나는 졸업한 후에서야 그 끔찍한 교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졸업하고 난 후에도 그 선생님은 여전히 학교에서 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지도해 오고 있으며 심지어 실력있는 교사로 알려져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인격을 가진 교사가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이 정말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교사가 되는 것에 회의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비전 선언 과제를 하기에 앞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 그리고 그 동안은 단순히 담임선생님의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서 묻어두었던 그 일을 다시 꺼내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마음먹었다. 교사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만을 심어준 그 때의 기억들이 자꾸만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것 같아서였다. 그동안 나는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학생들을 위하는 것이 이상적인 교사의 모습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교사도 사람이기에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을 이해하는 교사가 되기 전에,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먼저 나 자신을 잘 이해하고 내가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은 대체 왜 우리에게 그런 행동을 했을지, 무엇이 그 선생님을 그렇게 만들었는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아이들에게 안 좋은 기억으로 남는 교사들은 선생님이 되기 이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상대방을 '가르치는 것'에 중점을 두기 전에, 교사 본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찰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비도덕적인 행동을 쉽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준비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기를 생각이다. 즉,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욕심을 부리기 전에 일단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나아가 준비한 것들을 실천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꿈꿔왔던 나의 모습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사소한 생활 습관에서부터 시작하여 크고 작은 삶의 목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나를 변화시키는 일에 인내심을 가지고 임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중에 교직에 나가서도 아이들과 함께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함께 노력하며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교사'가 되고 싶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나아가야 하는 동시에, 교사는 아이들이 보고 배울만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모습이 전에 비해 긍정적으로 변화했는지 끊임없이 나를 성찰하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면, 절대 교사의 권위를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나는 고3때 담임선생님을 통해 잘못 발현된 교사의 권위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또 그것이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을 주면서도, 교사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아이들을 판단하거나 아이의 삶에 너무 깊숙히 개입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다. 물론 말썽을 자주 일으키는 아이들에게 교사로서의 권위를 버리고 다가가는 것이 처음에는 결코 쉽지 않겠지만, 편견없이 학생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준다면 아이들도 곧 마음을 열고 다가올 거라고 믿는다. 


 이번 과제를 통해 내가 세운 교사로서의 최종 비전은 '행복한 교사'가 되는 것이다. 교사가 행복을 느낄 줄 알아야 아이들도 멋진 교실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스스로를 다듬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야 그 과정에서 점점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내가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도 더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나의 비전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다. 늘 성찰하는 자세를 가지고 나의 이상향을 좇다보면 언젠가 나도 아이들이 좋아하고, 본받고 싶은 선생님의 모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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