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에 들어와서는 마치 교사 이외의 직업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처럼 이 하나의 길만을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내가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쯤, 주위의 모든 친구들이 고민하듯, 나도 내가 무엇을 하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교사라는 직업을 막연히 떠올려 본 적은 있었지만 초등학교 교사와 나는 멀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당시 부모님의 목표가 반영된 것인지, 나의 목표가 변하였던 것인지 정확히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장래희망이 ‘교사’에서 ‘초등 교사’로 변하고 있었다.
누구의 의지로 내가 지금 여기에 서있는지의 여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는 결국 이 자리에 있으며, 나는 언젠가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교사가 된다면 어떠한 교사가 되고 싶은가?’는 당연히 따라오는 질문일 것이다. 교대에 들어와 많은 수업을 들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어떠한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물론 보편적인 교사의 덕목은 있지만 그 중에 어느 하나를 강조하거나 그렇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온전히 나의 몫으로 남겨진 느낌이다.
‘내가 교사가 된다면 이래야지!’에 대한 다짐을 처음 한 것은 초등학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나는 선생님이 내 마음을 잘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했었고, 그래서 ‘나는 나중에 아이들의 말도 잘 들어주고 내가 말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생각해주는 따뜻한 선생님이 되어야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당시 나의 마음을 잊지 못하였고 지금까지도 그런 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리고 교대에 들어오기 이전의 나와, 교대에 들어온 지금의 나의 생각에는 달라진 점이 있다.
그 당시의 나는 선생님이 나를 별로 생각해주지 않고 어쩔 때는 나를 미워해서 그런 것이라는 어린 마음을 갖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교대에 들어와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1학년 실습을 다녀오고 나서는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교사 혼자로는 2~30명이 되는 모든 학생들을 하나하나 신경써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것도 어렵고,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하나하나 관찰하는 것도 어렵고, 무슨 일이 있었고 지금 어떤 기분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다. 교사가 그 학생이 미워서 말을 잘 들어주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 써주어야 하는 학생이 너무 많고, 학생의 기분이 어떤 지까지 헤아려주기에는 너무 바쁘고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여전히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아이들이 말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헤아려주는 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지만, 그 전처럼 그러한 능력이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고 노력해야함을 알고 있다. 아이들과 이야기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오는지에 대해서도 배우고 고민할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고, 생각하고, 노력하여, 처음에는 많이 부족 할 테지만, 나의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소외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교사로서 내가 항상 나아가야 할 지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