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1년생 70% '학교수업 무관심'
'학교수업’이 실종되고 있다. 입시전형 다양화가 “공부 안해도 대학 간다”는 것으로 인식돼 학교현장의 공교육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입시전형이 다양화하는 2002년 대학입시의 첫세대인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공부 안하기’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서울 배재고등학교 박상준(朴相準)교사가 최근 고1학생 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학교수업에 무관심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2002년부터 대입 전형을 다양화하고 수능과 내신만으로 대학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밝힌데다 내신이 절대평가제로 바뀌면서 일선학교가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 등 시험문제를 경쟁적으로 쉽게 내기 시작한 뒤 공부할 필요성을 못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36.7%는 “시험문제를 가르쳐 주거나 쉽게 나오니까 마음이 해이해져서 평소 수업시간에 공부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대답했으며, 21.1%는 “본래 공부에 취미가 없고, 수업이 재미없다”고 답했다. 27.8%의 학생들만 “계속 열심히 공부한다”고 답했다.
또 학생들 스스로도 공부 안하는 분위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학생들의 43.3%는 내신 전형 및 절대평가에 대해 “시험부담은 줄지만 공부안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박교사는 “이 설문조사 결과는 중간층 학생들이 학교수업에 참여할 동기부여를 받지 못해 공부하는 아이들과 안하는 아이들의 차이가 더욱 크게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절대평가제로 인해 각 학교가 시험 쉽게 내기에 열을 올리면서 학교수업 태도가 통제불능상태로 악화되고 있으며, 결국 학생들의 지적수준을 하향평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처럼 ‘공부 안해도 된다’는 분위기 때문에 학교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불안감을 느끼는 일부 중상위권 학생들은 학원으로 몰려 사교육비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 소규모 사설학원들은 학교진도를 3개월∼1년 앞서 가르치는데다 수행평가를 ‘대행’해주면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종합 사설입시학원의 경우에도 재학생 수강률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고1의 비율은 10%이상 늘었다는 분석이다.
1999년 09월 01일 수요일 11:36 [문화일보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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