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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교육과정의 개정을 기대한다-2000-11-07

미래 교육 2008. 3. 7. 02:11

< 중앙일보 사이버 리포트 투고 기사>  2000-11-07, 13:40:30

" 철학이 있는 교육과정의 개정을 기대한다 "


최근 제7차 교육과정의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와 교육과 관련단체들이 7차 교육과정의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고, 관련 전문가들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왜 개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이유없이 주기적으로 바뀌어 왔다. 제1차 교육과정(1955∼1962)은 7년 만에, 제2차 교육과정(1963∼1972)은 10 만에, 제3차 교육과정(1973∼1980)은 8년 만에, 제4차 교육과정(1981∼1986)은 6년 만에, 제5차 교육과정(1987∼1995)은 9년 만에, 제6차 교육과정(1996∼2001)은 6년 만에 바뀌었다. 이렇게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6∼10년을 주기로 자주 바뀌어왔다. 또 2002년부터는 제7차 교육과정이 시작된다.

이런 교육과정 개정의 문제는 특별한 이유나 교육적인 철학에 의해 개정된 것이 아니라 그냥 주기적으로 변화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화여대 황규호 교수는 "교육과정이 주기적이고 전면적으로 바뀌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것보다는 각 교과별로 어떤 내용을 선정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하여 충분히 토론한 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황교수는 덧붙였다("우리교육"(중등) 11월호 발췌).

교육과정은 교육의 전체적인 틀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기초연구를 충분히 하고, 왜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이유와 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철학과 이유가 없이 주기적으로 교육과정을 바꾸기 때문에, 교과별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교과목의 설치와 단위수(수업시간)를 가지고 씨름하다 시간을 거의 다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교과서의 내용을 개발하고 쓰는 데에는 시간이 촉박하여 예전과 별 차이없이 졸속으로 집필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교사들의 말에 따르면, 교과서를 쓰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을 선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자료를 찾고 쓰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교과서 제작 기간에 쫓겨 대충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실제로 고등학교의 경우 2002년 1학년 학생부터 7차 교육과정이 시작되지만, 아직도 각 교과별로 교과서는 전혀 만들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시작하기 몇 년 전에 교과서가 이미 제작되어 몇몇 학교에서 실험을 거치고 난 후 교육을 실시해야 부작용을 최소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과정의 개혁은 중요한 교과서의 내용과 집필보다는 교과목의 개폐와 단위수를 결정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렇게 교육과정을 주기적으로 전면 개정하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 벗어나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개정의 핵심인 교과서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는 교육과정을 주기적으로 전면 개정하는 것보다는 확실한 교육철학과 이유를 갖고 신중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박상준  사이버 리포터 psj196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