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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풀리기 문제- 중앙일보 1999년 9월 7일

미래 교육 2008. 3. 7. 02:01

[열린마당] 고교시험 쉽게 출제하기 -이렇게 생각한다

최근 일부 고교의 '쉽게 출제하기' 시비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교육부는 전인교육의 정착을 위해 내신 절대평가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나 일선 학교에서는 우리 사회와 대학의 이기주의적 풍토로 재시험 등 엉뚱한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 한교사의 辯 -박상준(배재고 교사)

우리 학교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교육부의 정책들은 일선 고교의 성적 올려주기, 학생들의 공부 안하기, 재시험 파동, 학교수업의 파행 같은 문제들을 계속 발생시키고 있다.

성적 올려주기로 촉발된 이런 문제들은 물론 교사들의 교육적 소신과 평가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시험을 쉽게 낸 것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것은 교사의 탓만은 아니고 오히려 우리의 문화와 학교풍토가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은 일류대학에 입학시킨 학생 수이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자기 학생들을 대학에 더 보내기 위해 성적을 올려주는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경쟁은 학생의 시험부담을 더 가중시킬 것이다.

내신의 변별력과 신뢰도가 없어져 대학에서는 객관적 기준이 될 새로운 시험 (논술.본고사.구두시험 등) 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의 평가과정에 교장의 통제와 학부모들의 압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실례로 지난 기말고사에서는 교감이 평균 70점이 되도록 시험을 출제토록 하라고 교사들에게 종용했다.

수행평가의 경우 교장의 압력으로 최고와 최저의 점수차가 약 10점 정도밖에 안돼 평가의 의미가 없어졌다.
게다가 학부모들도 왜 다른 학교보다 시험을 어렵게 내 자기 자식이 피해를 보게 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

한편 성적 올려주기가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을 더 증가시켰지만, 공부 안하는 풍토의 근본원인은 유급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공부를 전혀 안해도 출석일수만 채우면 졸업한다.
유급제도가 없다면 수업시간에 자거나 장난치고 떠드는 학생들을 통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

이러다 보니 학교에서의 수업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이런 제도와 풍토속에선 성적 올리기 위한 시험출제는 불가피하다고 보나, 그 폐해는 바로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교육환경의 근원적 개선과 함께 이뤄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중앙일보 1999년 09월 07일 07面(10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