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사로의 꿈이 있는 상상 : 수학교육과 공지현
비전을 생각하려니 제 어릴 적 꿈이 생각납니다. 어렸을 때는 내가 우러러 본 사람이 부모님을 제외하면 선생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난 선생님이 되어야지 했습니다. 시골에서 생활하는 제 삶의 단조로움 덕에 내가 만날 수 있는 최고 똑똑한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너무나 작은 꿈이라고 생각했고, 풍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 것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책도 읽고 직업도 어렸을 때보다는 다양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꿈을 찾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학교에서 논술을 지도해 주시던 대전의 한 대학의 교수님께서 글을 써보거나 언론 쪽에서 일하는 직업을 택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하셨습니다. 그 때부터 진지한 고민을 했고, 무작정 ‘언론정보학과’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때는 나한테 딱 맞는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시련이 찾아온 것이 재수와 삼수의 수험생활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생활이었고, 모의시험 때는 좋은 점수를 받아 서울에 있는 좋은 학교의 언론정보학과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능을 보면 내가 가고 싶은 학교엔 꼭 1,2점 차이로 지원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꿈처럼 삼수가 끝나고 나는 교대에 오게 되었는데, 전국의 11개의 교대 중에서도 전주교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입학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좋은 교사’에서 붙여 놓은 현수막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교사로 부르셨습니다.” 이 문구를 보고 나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지는 느낌도 갖게 되었습니다. 교사가 꿈이 아니었고, 서울의 명문 대학에 가고 싶었던 나는 교대의 첫 시작이 그리 밝지는 못했습니다. 내가 왜 교대에 오게 되었는지, 그것도 힘든 재수 삼수의 시간을 거쳐 내가 왜 교대에 오게 되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좋은 교사’를 만났고, 매주 수요일 아침 예배를 통해 큰 위로와 평안을 얻었습니다. 그 후에 예비교사 아카데미도 듣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2006 기독교사 대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야 비로소 아무 연고도 없는 전주교대에 왜 입학하게 되었는지 조금씩 느끼게 되었습니다. 신입생 때를 그렇게 보내면서 재수와 삼수의 기간 동안 내게 있던 교만이 많이 꺾인 것을 느끼게 되었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좋은 교사’를 만나면서 방황하고 의미 없이 보냈을 법한 새내기 시절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1학년 첫 학기를 ‘좋은 교사’ 덕택에 위안을 얻으며 나름대로 잘 적응하던 4월 중순 쯤에 선교단체 ‘IVF’를 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었고, 삼수 생활동안 하나님을 좀 더 깊이 있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교대 입학해서 학기 초에 제가 유일하게 열성적으로 한 것이 나에게 맞는 선교단체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단체를 가보고 선배들을 만나본 후에 제게 허락해 주신 선교단체가 바로 ‘IVF’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졸업한 한 선배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 동남아 쪽으로 MK선교를 다녀오신 분이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교직에 대한 소명이 투철하신 그분의 삶을 들으면서 또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도 교사가 되면 젊었을 때 MK선교를 다녀와야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교대에 들어와서 참 많은 일을 겪었고, 좋은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을 만나 교사의 삶을 듣고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저는 사실 제 소명이 교직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때때로 교대 공부가 잘 맞지 않아 힘들기도 하고, 이제 3학년 쯤 되니까 잡념들이 많이 생깁니다. 새내기 시절 주셨던 위로와 은혜를 잊은 듯 살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됩니다. 때문에 자꾸 교사로서의 소명에 확신이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교사’라는 꿈을 가지고 나아갈 때 순탄하게 길이 열리는 것으로 볼 때 하나님이 저를 여기에 보내신 것은 분명하다고 확신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내 일생에서 나를 통해 이루시려는 것이 교사인지, 혹 다른 것인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젊은 시절의 ‘나’를 전주교대 캠퍼스에 부르셨다는 것은 확신합니다. 지금 나의 소망은 이곳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신할 수 있도록 분투하는 삶을 살아 나의 부르심을 확신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교직에 대한 열정과 소망과 기쁨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 마음에 비전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비전이 있는 사람은 매사에 기쁘고 행복한 것을 종종 경험합니다. 교직에 비전이 있을 때, 지금의 대학생활이 재미있을 것이고, 현직에서도 낙망하거나 낙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 비전이 없는 사람들처럼 무너지더라도 비전이 있는 사람은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나는 그렇게 교사로서의 꿈을 간직한 예비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 꿈이 있는 상상 1 : 5년 후
5년 후면 저는 4년 차 새내기 교사입니다. 이 때쯤이면 교대에서 고민했던 소명에 대한 생각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기쁘게 교직 생활을 해 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선배 교사에게 이것저것 배우며 정신없이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제 교직에 조금 익숙해져서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도 있고, 조금은 나태해져 있을 지도 모릅니다. IVF 출신 학사님들을 보면 이런 나태함과 매너리즘을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동역자들과 함께 같은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희망 발령지역을 써 내기도 하고, 함께 모여 소그룹도 하고 나눔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5년 후면 신앙적으로나 교사로서 아직 어린 저에게 도전을 주고 붙들어 줄 동역자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졸업 이후에도 꾸준히 IVF 교대 학사 선생님들과 연락하고 정기적으로 모여서 좋은 교사의 삶을 배우고, 제 삶을 아름답게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 내가 하고 싶고 또 부르심이 있는 학문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여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공부를 하며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 역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좋은 교사 운동의 회원이 되어 교직사회를 새롭게 한다는 운동에 참여하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가정방문도 하고, 1:1결연도 실천해 보고, 자발적 수업평가도 해보며 정직하고 열의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 꿈이 있는 상상 2 : 10년 후
이 때쯤이면 MK선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님이 선교사라는 이유만으로 타국에서 왕따처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배울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 제 부족한 능력으로 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선교사님들께 힘을 드릴 수 있다면 MK선교는 굉장히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직 5~10년차 즈음에 교사 선교사가 되어보겠다는 고민을 해보고, 기도하여 결정할 것입니다.
또 저는 10년 차 쯤 되면 교직사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교육을 이 땅에 세우겠다는 열망 하나로 교사가 되신 선생님들이 무척 많이 계시지만 연차가 거듭할수록 결국 교원의 이해관계가 교육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교직사회의 문화 역시 변화해야 합니다. 저는 좋은 교사 운동의 회원이 되어 교직사회를 변화시키고 진정으로 아름다운 교육이 이 나라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또 지역에서 기도와 실천으로 노력을 할 것입니다.
- 꿈이 있는 상상 3 : 20년 후
중년의 선생님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부르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사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겠지만 같은 뜻을 가진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하면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내게 어울리고 맞는 것을 선택하는 현명한 교사가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20년 후 쯤에 제가 가장 하고 싶은 교사로서의 임무는 좋은 교사가 되려는 후배들을 지원해주고 도와주는 것입니다. 폐쇄적이고 잘 변하지 않는 교직 사회 속에서 후배 교사들이 좋은 교사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선배로서 후배들을 지원하고 도와주려면 내가 바로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 진정 좋은 교사의 삶을 사는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좋은 교사로 살아갈 것입니다.
- 꿈이 있는 상상 4 : 30년 후
30년 후면 제가 54세입니다. 현직에서는 50세만 넘어도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 담임하는 것도 많이 꺼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 말고도 많은 일들에 대한 의무가 넘쳐나는 중년의 선생님이겠지만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키우고 학부모와도 대화의 통로를 꾸준히 마련하여 학부모들이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교사가 될 것입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에도 역시 후배들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주는 멋진 선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외국에도 나가고 싶고 여러 가지 공부도 많이 하고 싶고 경험도 쌓고 싶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아직 제가 외국이라든지 타 분야의 공부라든지 아니면 교육 분야의 깊이 있는 공부 갈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기 때문에 평소에 내가 그려보던 교사의 삶을 적었습니다. 저는 교사로서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삶이 흐트러지지 않고 바르고 좋은 교사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저 자신과 아이들을 위한 공부를 하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경받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교대 3학년이 되니 과제와 학사일정에 바쁘고 몸이 지쳐서 ‘꿈’에 대해서 많이 무뎌지고, 행복하고 감사했던 ‘첫 마음’도 사라져가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매일매일 하나씩 끝내며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힘든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비전 세우기 글을 써보라는 교수님 덕분에 나의 과거도 다시금 돌아보게 되고, 교대에 와서 갖게 되었던 감사한 마음도 다시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결단을 하나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학사 일정이 바쁘지만 ‘부르심’과 ‘소명’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하고 기도해야겠습니다. 꿈이 있는 교사 밑에서 꿈이 있는 아이들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 같습니다. 나를 위해서 또 아이들을 위해서 꿈을 찾고, 더욱 구체적인 비전을 만드는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교수님의 글귀처럼 내 마음 속에 아이를 품고, 그 아이가 이끌어 갈 세계를 바라보는 좋은 교사의 꿈과 비전.
좋은 교사로의 꿈이 있는 상상 덕분에 다시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