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전 세우기 : 음악교육과 송민영
나는 작년 한 기독교 동아리의 수련회에 간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어진 자유 시간 중에 짬짬이 빌려왔던 책을 읽었습니다. 바로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라는 책이었습니다. 작년의 나는 오래전부터 막연히 꿈꾸었던 교사라는 직업을 이루기 위해 교대에 들어오기는 하였으나, 과연 내가 교대를 꿈꾸었던 것이 나의 소명 때문이었는지, 내가 선생님이란 직업에 대해 내 평생을 바쳐도 되겠다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으로 심란할 때였습니다. 그리고 수련회동안 하나님과 세상과 나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할 기회가 주어졌고, 한비야의 책을 통해 세상 밖으로 생각의 폭을 넓혀 보았습니다. 교사라는 길로 나아가는 동안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평생을 비슷한 아이들을 대하며 단지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는 동안 잠깐 스쳐가는 선생님뿐으로 남는다는 게 속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난 더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싶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나의 존재를 느끼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삶의 목표를 찾았습니다. 교사라는 길로 들어섰다면 적어도 내가 생활하는 울타리 밖의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말입니다. 분명 나는 맡은 아이들에게 1년간의 담임선생님으로서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조금 더 노력하고 고생함으로서 인생 자체의 질이 바뀔 수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난 그 아이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며 나로 하여금 많은 아이들을 변화 시키고 싶습니다.
이 결심 후에 짧고 간략하게나마 내 인생의 목표와 향후 계획들을 그려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들이 무뎌지지 않게 좋은 교사로서의 삶을 다짐 하였습니다. 우리 교육현장에서 내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 평범하지 않기에 더 많은 도움의 손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행복해지는 법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한국에서보다 아프리카 등의 빈민국에 훨씬 많습니다. 내 비전은 후에 연륜과 경험을 쌓아 그런 빈민국에 머무르며 최대한 많은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5년(약30살)
이때는 선생님으로서 어느 정도 기반도 닦고, 초짜 티도 슬슬 지워갈 때이다. 하지만 이때가 선생님이란 직업의 여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때인 것 같다. 현장 선생님들은 5년쯤 되면 심각한 딜레마를 느낀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긴 가르치는데 내가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이렇게 하는 게 과연 교사로서 현명한 지도인지 등의 여러 갈등과 회의감에 빠져들어 교사로서의 평생의 길을 좌우하게 된다고 들었다. 그리고 사실, 교대에 오긴 했지만 나는 아이들 자체를 많이 좋아하지도 않고, 내 주위의 아이들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지 못하는 마음이 얇은 사람이다. 그때의 내가 그런 딜레마들을 잘 이겨낼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사실 없다. 하지만 그걸 극복하기 위해 항상 나를 붙잡아줄 나만의 목표는 있다. 선배 선생님들로 하여금 ‘나도 송선생처럼 능력 있고 열정이 넘치는 젊은 선생님 이였던 때가 있었는데’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5년이라면 초짜의 티를 벗고 능숙하게 아이들을 대하기 시작할 때 일 것이다. 하지만 단지 ‘능숙하게’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라는 직업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아이들과 계속 만나야 하는 직업으로서의 ‘사랑’이 넘치는 교사가 되는 것이 그 시기의 내 목표이다.
10년(약40살)
40살이면 나도 10살 내외의 자식을 갖고 있을 나이이다. 내 아이들과 같은 나이의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혼 후부터 한동안은 많이 바쁘고 힘들기 때문에 교사 직업에 대한 전문성을 서서히 잃어갈 때일 것이다. 바로 ‘교사’란 직업에 대한 노력이 없어도 익숙하게 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익숙함’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15년 차 정도 되어서 아이들도 어느 정도 크고 집안일에 손이 덜 가게 된다면 교육대학원에 다니며 교사의 전문성에 무디어 지고 있던 내 자신을 채찍질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중에 빈민국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과목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 봐서 그에 알맞은 과목의 수업을 들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이 ‘수학’과 ‘실과’라고 생각을 하지만, 두고두고 생각을 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해외자원봉사를 나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떠한 능력이 요구되는지를 파악해 그 수속을 준비해 나가는 시점이 될 것이다.
20년(약50살)
20년이란 세월동안 교직에 있었다면 내 교사로서의 능력은 최고조에 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정을 걱정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엄마로서의 의무도 그 짐이 많이 덜어졌을 때이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50대를 내 인생의 첫 번째 목표를 위한 시기로 잡았다. 에티오피아 등의 기근이 시달리는 곳, 그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어린이들을 기필코 꼭 깨우쳐야만 하는 곳으로 달려갈 것이다. 세계자원봉사헌장에는 분명 교육계의 지도자들이 선언하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그것엔 “교육계의 지도자들은 모든 연령층이 그들의 봉사를 반성하고 학습할 기회를 만들어 자원봉사 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한다.” 라고 되어있다. 비록 외국에 나가서 힘든 환경 속에서 자원봉사하기엔 50대란 나이가 늦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기적일 진 몰라도 나에게는 교사로서의 삶보다는 내 가정이 중요할 것이 분명하기에 지키지 못할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외국에 나가서 하루하루가 힘든 아이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희망을 갖게 해주는 일을 열심히 할 뿐 아니라, 20년 동안 내가 구축해 놓은 교사로서의 인맥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해외교육봉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하직 미개발되고 어려운 환경일 ‘교육봉사’ 루트를 닦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30년(약60살)
나는 대한민국 교육계 현장에 있는 것은 50대 까지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이 되면
당연히 신체적인 조건이 문제가 되고, 아무리 열심히 하고 싶어도 더 열심히 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있긴 때문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젊은 사람이라고 해도 나이든 사람이 가지는 ‘연륜’이 없다면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50대가 이상이 되면 분명 시대의 흐름과 괴리되는 부분도 생길 것이고, 한국의 앞날을 책임질 어린 아이들과 함께 성장의 장에 있기엔 여러 모순된 모습을 만들어 낼 우려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때까지 승진을 하지 못한다면, 나는 명예퇴직을 하고 기타 사립이나 복지시설 등의 교육기관으로 내 교육의 장을 옮기고 싶다. 일반 교육현장에서 소외되어 있는 소외계층이나 나이가 많이 든 노인 분들을 위한 대학 등에서 배움의 기쁨을 찾아드리고 싶다. 그리고 더불어, 50대동안 열심히 ‘교육봉사’의 루트를 닦았던 것처럼 그 길에서 고생하고 있을 후배교사들을 지원하고 후원함으로서 내 꿈이 커가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