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음악교육과 유윤식

미래 교육 2008. 7. 9. 15:40
 

나의 비전 세우기 : 음악교육과 유윤식

 

좋은 선생님, 멋진 선생님...

 3학년이 된 지금, 교대를 처음 입학해 아무것도 모르던 2년 전 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더 찾기 어렵기만하다. 교생실습을 하고 수많은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왔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훌륭한 교사상은 더 뿌옇게 보이는 것 같아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그러다 문뜩 지난주 갔던, 한 초등학교 봉사활동에서 아이들과 만들기 활동을 하면서 정말 단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냥 아이들과 친한 선생님... 어쩜 실력과 능력을 겸비한 선생님보다 아이들과 둘러앉아 놀이를 할 수 있는 ‘유치한’ 선생님이 정말 좋고 훌륭한 선생님이 아닐까?


○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주위에서 참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진로를 적성에 맞게 잘 선택했다는 이야기이다. 밝은 성격에 사교적이고 남들 앞에 서는 것에 능숙한 성격이 교사로선 딱이라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난 학교생활 하는 동안 늘 혼란스러웠고, 1학년을 마쳤을 때는 다시 시험을 봐 다른 대학으로 가볼까 하고 입시 학원을 기웃거리기도 했었다. 이유는 한가지였다. 내가 교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으니까.

 중학교 때는 가수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때는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선생님이 좋은 직업이라 생각했지만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고, 그냥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나 하고 욕이나 먹는 고리타분한 역할쯤으로 생각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얼떨결에 교대에 입학했고 근 1년간은 학교에 적을 두지 못하고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2학년이 되고 차츰 교사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을 때 쯤,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내가 변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난 달라졌다.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정말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다. 우스울지 모르지만, 이 한 몸 부스러지게 노력해서 우리 교실, 우리 아이들, 우리 교육을 다 바꿔 버리겠다는 생각에 불타고 있다. 그러나 잘 가르치고, 교육학을 잘 알고, 카리스마 있는 실력파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절대 아니다. 난 아이들과 눈높이가 같은, 아이들과 같이 잘 노는, ‘유치한’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그맨같은, 가수같은 그런 선생님이 되기로 한 것이다.

 실습 나가서 만난 아이들은 하나같이 학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공부도 지겹게 생각하고 자신들과 맞지 않는 선생님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잔소리꾼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난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언제나 아이들을 웃길 수 있는, 언제나 아이들의 흥밋거리가 되는 즐거운 선생님이고 싶다.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는 무서운 세상이라지만 그까짓 권위쯤 버리면 어떠한가. 아이들과 진정으로 함께 호흡하고 함께 존재하려면 그들의 놀이, 흥미, 관심사에 능통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나는 아이들 속에 파묻힌 선생님이 될 것이고, 그것이 어떤 선생님보다 멋진 선생님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혹자는 교사의 본분을 망각한 어리석은 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월이 지난 지금, 기억 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선생님이 수두룩한걸 보면 웃음을 준 선생님, 학교에 흥미를 붙혀 준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것도 굉장히 멋진 스승의 모습이 아닐까?


○ 앞으로 교사로서의 나의 모습


 ▷ 5년 후 : 초심을 잃지 말자. 행복한 교직 생활~

     이제야 좀 교단에 익숙해진 나는 아이들 다루는 것도 능숙해지고 학교생활에 거의 완벽히 적응한 듯 싶다. 여전히 아이들은 예쁘고 교직은 재미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타이틀이 책상 앞에 놓여있고 오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그 프로가 뭔지 검색하고 있다. 모든 수업시간마다 최대한 아이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노력한다. 나에겐 그저 짧은 한시간 이지만 우리반 서른 다섯명에겐 35시간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난 오늘도 목이 터져라 외치지만 힘들지 않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과 같이 공기놀이를 하는, 체육시간마다 같이 축구를 하며 헐떡거리는 나의 단조로운 삶은 참 행복하다.


 ▷ 10년 후 : 슬럼프는 극복하라고 있는 것. 프로의식을 잊지 말자!

     남들이 교직 생활 10년이면 슬럼프가 온다더니 조금 그런 것도 같다. 쳇바퀴같은 일상이 지겹기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것 같아 자꾸만 좌절하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프로이다. 한 분야를 4년이나 공부했고 10년이나 해봤으면 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힘들고 지치더라도 절대 교단위에선 티내지 않는다. 선생님이 쳐지면 아이들은 더욱 힘이 빠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아이들과 있을 땐 그저 어린 아이가 된다. 그것이 나의 교육관이고 교직에 있는 동안 절대 그것을 망각하지 않도록 스스로 다그치며 살아간다. 스승의 날이면 가끔 찾아주는 옛 제자들이 고맙기만 하다.


 ▷ 20년 후 :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 ‘말랑말랑한 선생님 되기’ 강의를 시작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시험에 합격해서 난 교육청에 들어가게 되었다. 예전부터 교사들에게 레크레이션이나 아이들 웃음 지도법등을 강의하고자 하였는데 올해부터 연수원과 교대에서 ‘말랑말랑한 선생님 되기’ 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언제나 현장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는게 즐거운 나지만 이 나라 교육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터에 우리 선생님들을 변화시켜야 우리 교육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선생님들은 너무 딱딱하고 권위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원래 그렇지 않은 사람도 교대와 학교 관료제를 거치며 서서히 그렇게 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은 스펀지이다. 그럼 교사도 한껏 말랑말랑해질 필요가 있다. 강의가 시작되고, 처음엔 다소 쑥스러워 하던 선생님들도 이제는 박수치고 따라하며 즐겁게 임해주니 고맙다. 내 블로그에, 수업시간에 활용하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는 선생님들의 글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전국에 나와 뜻이 맞는 선생님들과 함께 토의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교사, 말랑해지기 프로젝트는 소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 30년 후 : 학교로 돌아와 내 꿈을 실현할 시간

     내 강의가 많이 대중화가 되어 많은 교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많은 이들은 교육청 쪽에서 근무하는 것을 권하지만 난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이 나라 교육을 위해 뛰겠다는 마음은 변치 않았으나 교육청에서 서류를 넘기는 것이 교육자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교감을 거쳐 올해 작은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 교장으로 발령받았다. 작은 학교지만 즐거운 곳이다. 내가 그동안 공부해오고 생각해오던 것들을 모두 실현해 보고 있다. 우리 학교는 시험이 없다. 사시사철 아이들과 노는게 일이다. 교육청에선 공부는 언제하냐고 야단이지만 우리학교 애들이 결코 인근 학교보다 뒤지는 것은 또 아니다.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님들도 인정해 주고 아이들 또한 즐거워 한다. 오늘도 선생님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교단에 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선생님들은 지겨워 할지 모르지만 선생님이 즐거워야 아이들도 즐겁다는 것을 난 뼈저리게 알고 있다.

     요새 나의 그동안의 교직 생활을 토대로 해서 책을 한권 쓰고 있다. 퇴임할 때 출판할 생각이다. 제목은 역시 ‘말랑말랑한 선생님 되기’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선생님은 이제 구시대의 산물이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쉽고 친근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후배님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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