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요즘 제가 매일같이 저 자신에게 묻는 질문입니다. 나는 교대에 왜 왔으며, 진실된 마음으로 교사가 되길 원하는지, 교사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은 지금까지의 저의 대학생활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회의감이 많이 드는 부분입니다.
선생님에 대한 꿈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나도 선생님이 되어 저렇게 아이들을 이끌고 싶다는 생각에 교사라는 꿈을 갖게 된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생들과 부딪히는 선생님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고 그런 모습은 내가 원하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그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진로를 확실히 결정해야 했을 때 막연히 교사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부모님의 권유와 교직의 안정성이라는 메리트에 선택을 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수능 실패를 경험으로 다시금 단순히 교대 진학이 아니라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고 지금 이렇게 2년을 다니고 있죠.
힘들게 들어와서인지 1학년 때는 나름의 비전을 갖기도 했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사에도 참여하기도 하고 교육과 관련된 글들도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등 여러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의 그 다짐과 달리 저는 저에게서 교사가 되기 위한 훈련 과정에 있는 열정 있는 학생이 아니라 단순히 과제 열심히 하고 시험 때만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 관리에만 열을 올리는고 용돈을 벌기 위해 과외에 치이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글처럼 이러다 정말 매너리즘에 빠진 무기력한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닌지, 봉급날만 기다리는 교사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까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면서 비전 세우기라는 과제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껏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일 년을 보내고 있었고 예비교사가 될 위치에서 뚜렷한 교사상을 그려 본 적도 없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회의감만 들게 하고 열정이 사라지게끔 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따라서 비전을 세운다는 것은 다시금 저를 되돌아보는 것이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좋은 선생님’ 어떤 모습이 좋은 선생님일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할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선생님의 모습을 찾아가게 되고 이를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먼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아직 제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들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리고 똑같이 바라볼 줄 아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교사라면 당연하고 반드시 가져야 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먼저, 저는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발견하여 키워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특히 눈에 띄지 않는 아이들을 꼭 키워주고 싶습니다. 제가 다닌 초등학교에서는 학년 말에 반 아이들 전체에게 으뜸상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께서 몇 몇 아이들의 특기를 발견하지 못하여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발견해 줄 사람은 교사입니다. 아이들은 그들조차 몰랐던 잠재능력을 발견하는 순간 자기 자신을 다르게 보게 될 것이고 자신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일 것입니다.
두 번째로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과외를 하거나 교육봉사를 할 때 아이들이 졸거나 지루해 하거나 설명을 어려워하면 괜히 서글퍼 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나중에 교단에 서게 됐을 때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수업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아이들이 나의 매시간 나의 수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끝나기만을 기다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죠. 교사의 질이 겉으로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바로 교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원 강사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수업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제가 맡은 반 아이들이 반평균이 가장 높도록 하는 것 보다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매시간 매시간이 즐겁고 기다려진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진정으로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실증을 갖도록 해서는 안 되겠죠.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신경을 쓰고 싶습니다. 날로 아이들이 무서워진다고, 다루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고 있죠. 제가 현장에 있게 되는 순간엔 더 심해질 지도 모르구요. 가장 겁이 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인성교육은 초등교사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교육은 미성숙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올바른 길로 자라기 위해서는 초등교사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 인성교육에 대한 부분은 아직 뚜렷한 계획을 세우기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실습을 통하여, 현직 선생님들을 통하여 끊임없이 배워 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5년 후에,
처음 발령을 받고 난 5년 동안은 정신없고 여전히 덜렁대면서도 열정을 가지고 교직에 임하는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제가 시도하고 싶었던 교수방법도 실제로 적용해 보면서 지치겠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더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기에 아동심리학이나 아동발달학을 깊이 있게 배워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술 쪽으로 특기를 살리고 싶습니다. 내세울 만한 특기가 없다는 게 항상 고민이었는데 제가 다른 예체능 과목보다 흥미를 가지고 있는 미술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실력을 쌓아 아이들의 특기 적성 교육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만큼 바탕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1~2년 정도 휴직을 하고 유학을 통해 제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 영어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잘 알지도 못하고 잘 하지도 못하는 부분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있어서나 저에게 있어서나 이롭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0년 후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내가 낳은, 내가 키운 자식이 없다면, 내가 직접 아이를 기르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10년 후에는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겠죠. 나의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결혼을 통해 그만큼 인간관계가 확장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교직 생활은 처음의 덤벙대고 실수투성이였던 것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초반의 바쁘고 정신없던 생활에서 여유를 가짐으로써 아이들에게 눈을 돌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대학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하나씩 발견해 주고 싶습니다. 이때까지도 처음 가졌던 열정을 잃지는 말아야겠죠. 끊임없이 연구하고 수업 교구도 개발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등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20년 후에,
이 때 쯤에는 어느 정도 교수법에 있어서나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나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노하우일 뿐이지 교수법의 반복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 가졌던 열정이 그대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처음 5년 동안의 열정이 그 후 30여 년 동안의 열정보다 더 뜨거울 것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보면 매우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이때는 어느 정도 경력도 쌓였으니 저 자신마의 특기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미술과 관련해서 특기적성 교육을 이끌어 나가고 싶은데 단순히 수채화나 정물화와 같이 대회용 실력을 길러주는 분야만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습니다.
30년 후에,
저는 승진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기 때문에 이때에도 평교사로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는 더 넉넉하고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교직에 임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실습 때 제가 들어간 반의 담임선생님이 교직 생활을 한지 30년이 넘는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흔히 볼 수 있는 매너리즘에 빠진 선생님의 모습도 볼 수 없었고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수업에 있어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었습니다. 이 분을 역할모델로 하여 저도 역시 30년이 지나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열정이 넘치는,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굳게 닫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교생실습 때만큼은 달랐습니다. 실습 마지막 전날 아침 즐거운 생활 책을 펴 들고 옆에 있던 아이와 한번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한명 한명씩 오더니 정말 맑은 목소리로 신나게 다 같이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가슴 속 무언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노래 부르는 소리는 천상의 소리보다 더 아름답다는 말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도 이 아이들과 공감할 수 있구나 아이들은 정말 사랑할 만한 존재들이다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전 세우기를 통해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해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