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외교관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국익과 안보를 위해 국제 사회라는 전쟁터의 최전방에서 봉사하고 싶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대학교 입학원서를 작성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꿈은 변함없이 외교관이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도 괜찮았습니다. 여유 있게 목표했던 학교의 외교학과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오늘날의 나를 만들어주신 선생님을 찾는다는 모 연예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교사라는 직업도 꽤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정치외교학과를 지망해야했던 저는 그 감동적인 이야기와 집에서도 가깝고, 편하고, 안정적이라는 생각에 초등학교 교원양성기관인 전주교육대학교에 원서를 제출했습니다.
4년 동안 열심히 나 자신을 열심히 갈고 닦아 실력 있는 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교대생활은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교대만의 전체주의적 분위기, 특히 교대 ‘남학생’이기에게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것, 저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명색이 교원을 양성한다는 학교에 이렇게나 나태한 사람들이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당연히 교사가 되겠거니’라며 세월아 네월아, 물 흘려보내듯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원양성기관이 이 모양 이 꼴이니 선생님이라는 사람들이 그 모양이지.’
교대에 다니려면 먼저 나름의 교직관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폭 넓은 경험을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농활이나 교육캠프 등 다양한 활동을 해봤습니다. 그저 그랬습니다. 내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실습을 나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반에는 ‘특수아동’이라 불리는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었습니다. 1주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나도 순수하고 착하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에 걸쳐 불쌍한 취급을 받고, 놀림을 받을 아이를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특수아동과 함께 하는 것,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 바로 이곳이 내 길이구나. 이 꿈은 ‘특수아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으며 더 간절해졌습니다. 특수학교 선생님의 생생한 경험담을 듣다보면 어느새 특수아동들과 함께 하고 있는 나 자신을 그려보게 됩니다.
5년 후, 군복무를 마친 새내기 교사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처음이라 배울 것이 많아 바쁘겠지만, 특수교육대학원에 진학할 것입니다. 나의 길을 걷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야겠지요. 학업과 별개로 꾸준히 장애아동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원을 마치고 나면 전공을 살려 특수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을 것입니다. 통합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직까지는 그저 이상적인 방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학교 실정과는 잘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며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습니다.
10년 후, 일반학교의 통합학급을 맡아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장애는 단지 신체의 일부가 불편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실제로 느끼도록 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 줄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 특수학교로 파견을 가보고 싶습니다. 각국의 특수교육을 공부해 좋은 점을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에 접목시킬 것입니다.
20년 후, 특수학교와 통합학급에서의 경험을 살려 대학 강단에 서 있을 것입니다. 장애아동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특수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젊은 시절의 나와 같은 꿈을 품고 있는 학생들에게 나의 경험을 전달해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질을 높이고 싶습니다.
30년 후, 한층 노련해진 특수교육학 교수가 될 것입니다. 정년을 마친 후에는 장애인을 위한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할 것입니다. 통합교육이 대세인지, 분리교육이 대세인지 모르겠지만, 여건이 허락된다면 특수학교도 설립해 내 교육관에 맞는 교육을 실천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