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제가 교대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제가 원하는 학과를 갈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꿈은 원래 의사였습니다. 훌륭한 외과의사가 되어서 여자라는 성(性)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당당히 제가 가진 능력을 가지고 아프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고쳐주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의사가 가진 사회적 명예나 부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은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세상은 녹록치 않았고, 저는 결국 부모님의 권유와 목표에 못미치는 성적에 의하여 전주교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원치 않았던 현실과 원래 목표 사이의 괴리감으로 힘들어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여자 직업으로 교사 정도면 괜찮지.’라는 일반적인 생각들, 전주라는 지방에서 나름 인정받는 학벌(?), 적당히 널널한 수업과 과제로 저는 어느새 또다시 힘들었던 과거를 잊고 매너리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들어올 당시에는 사실 초등교사가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교처럼 가르치는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아이들 머리가 큰 것도 아닌데 어려울게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교대에서 학년을 거듭해 배우면 배울수록 지식적인 측면을 가르치는데 있어서나 인성적인 면을 기르는데 있어서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비전 과제를 계기로 저는 아이들 앞에 섰을 때 무엇을 말하고 가르칠 것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교감과 믿음,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변화의 추구입니다. 사교육이 팽배한 지금의 사회에서 공교육의 교권이 추락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에게 있어 선생님의 영향력은 여전히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교사로서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 믿음을 주고 인정한다면 그것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 친구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만을 가르치는 현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사람과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은 이끌어주고 나보다 잘난 사람은 롤모델 삼아 노력하는 등 서로 상호작용하는 공동체 속에서 우리는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인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상황에 적응을 해야하지만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작게는 학교라는 사회 더 나아가 사회의 부패 역시 생각해보면 현실에만 안주하고 더 나은 것을 추구하려고 변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단한 자기 성찰과 노력을 통해 항상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것들을 내 미래의 교사상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5년 후_ 함께 노력하는 좋은 교사
28살... 4년차 선생님. 아마도 병아리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내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을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것을 머리로써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게 할까, 더 바른 사람으로 키워낼까 고민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고민이 나에게서만 그치지 않고 더 많은 동료,선배 교사들과 고민한 방법들을 공유하여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방과 후에 학년 별로 선생님 소모임을 만들어서 좋은 수업 자료를 서로 추천하고 토론하거나 교구를 같이 만드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여 국어교육을 전공해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모국어로서 자랑스럽게 여기고 또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내 개인적인 관심사인 영어도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영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국어와 연계해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연구해 볼 예정입니다.
10년 후_ 실천하는 교사
제가 생각하는 공부는 단순히 책으로만 익히는 죽은 학문이 아닙니다. 교대 안에서도 그렇지만 참 모순점이 많습니다. 교육 과정 내용와 실습 현장은 별개이고, 학문을 위한 학문은 머리 속에서 오래가지 못하는데도 억지로 집어넣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승진을 위해 점수따기식의 대학원 공부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차라리 그 시간에 학교 현장에서 제가 고민하고 바뀌었으면 하는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여러 선생님들의 여론을 형성하여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참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후배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 강연을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깊은 고민과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만 하는 교사가 아닌 말과 행동을 실천하는 교사가 될 것입니다.
20년 후_ 중간 다리가 되는 교사
20년 후면 어느덧 내 교직생활의 중반인 중견 교사입니다. 이제 제법 교직 생활의 경험을 통한 나름의 노하우와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자신만의 교사상이 정립됐을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말하길 교직 사회만큼 보수적인 것이 없다고 합니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이기에 보다 진보적이고 상하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일 것이라 당연히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교사인 선배들 말을 들어봐도 젊은 교사들이 직접적으로 나이 많은 선배 교사들에게 의견을 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구조 속에서 40대인 중견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그대로 젊은 교사들과 연륜 있는 교사들 사이에서 소통의 ‘다리’가 되어야 합니. 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위아래의 교류를 촉진시키고 결론적으로는 자유로이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 수행에 있어서 나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30년 후_ 연륜과 열정을 동시에 가진 교사
53살의 선생님. 30년의 연륜과 연륜보다 넘치는 열정을 가진 교사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 스스로가 걸어온 길에 만족하고 있을 수 있기를 바라고 걸어갈 길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다 큰 제자들이 저마다의 꿈을 이루고 하나둘씩 찾아오는 걸 보면서 미소짓고 있겠지요? 그리고 올해도 스쳐갈 하나의 아이가 아니라 제가 평생을 걸쳐 가르치는 1000명의 제자 중 이름 석 자 ○○○이라는 걸 새롭게 마음 속에 새기겠습니다. 그리고 평교사로 있던 교장으로 있던 제가 있는 자리에서 제 교육적 신념을 당당히 펼쳐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분명 비록 나이는 많지만 후배들이 언제든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을 만큼 편한 선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대하기 꺼려지고 어려운 교사가 아니라 연륜이 많아서 배울 것이 많으면서도 신선한 생각들을 이야기하는데 동참할 수 있는 멋진 교사 말입니다.
제가 40년 동안 몸담을 교직에서 ‘교사’로 남을 것인가, ‘교사라는 직업’만을 행할 것인가. 는 바로 나만의 교육적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갖춘 훌륭한 교사상을 정립하고 이를 위해 부단한 연찬과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지식의 전문성만을 요하고 개인의 능력만을 발휘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아이 개개인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먼저 타의 모범이 되어 사회공동체를 살아 갈 아이들에게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교육.’ 미래 교사의 한명으로서 가장 믿고 좋아하는 말입니다. 교육은 가능성에 대한 투자입니다. 교사라는 주체도 그 가능성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르칠 아이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나갈 주역이 되어 세상을 바꿔나갈 것이라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비록 제 원래 꿈은 신체를 고치는 의사였지만 이젠 아이들의 마음을 고치고 세상을 고치는 또다른 의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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