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영어교육과 유성미

미래 교육 2009. 5. 30. 23:50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어떤 선생님에게는 실망하기도 했고, 어떤 선생님은 싫어한 적도 있는가 하면 어떤 선생님은 좋아하고, 존경하기도 했습니다. 교대에 들어와 어느덧 3학년이 된 지금, 이제 1년 반 정도가 지나면 저도 누군가의 많은 선생님들 중 한 명이 되겠지만, 자신 있게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될 수 있겠는지 묻는다면 자신이 없습니다.

 교대에 입학한 후 저의 생활은 수업, 과제, 시험 그리고 방학의 단순한 반복일 뿐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면 그런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해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잠깐일 뿐,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한 기억은 없습니다. 그간 여러 수업을 통해 어떤 교직관을 가져야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운 적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렴풋이, 제가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대 2학년 2학기, 한 강의 시간에 <Freedom Writers>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유색인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백인 여선생님의 이야기로, 인종차별로 인해 삶의 희망을 잃고 갱스터처럼 살아가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기꺼이 희생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놀라움’과 ‘동경’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많은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학생들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차별대우할 뿐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는 선생님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Freedom Writers>의 에린 그루웰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과 다를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교사로서의 뚜렷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 학생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희망을 갖게 하는 선생님이 되겠다는 그런 비전을. 그때 저는 에린 그루웰 선생님을 저의 역할모델로 삼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반복되는 생활 속에 어느덧 그 다짐은 희미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교사로서 어떤 비전을 가져야할 지 고민하던 중에 희미해졌던 옛 다짐이 다시 되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에린 그루웰 선생님이 맡았던 학생들이 인종차별이라는 현실 속에 고통 받는 유색인종의 아이들이었다면, 제가 가르치게 될 학생들은 무엇으로 인해 고통 받는 학생들일지 생각해보았습니다. 한창 놀아야 할 나이에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고통 받고, 학교에서 받는 수업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 자신들을 이해하고 관심을 보여주기보다는 공부만을 강요하는 어른들에게 지치고 상처받는 학생들. 제가 학교에 다닐 때 좋아했던 선생님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언제든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저도 제가 가르치게 될 학생들에게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학생이 가진 고민을 언제든지 털어놓을 수 있는 신뢰받는 선생님, 삭막한 현실 속에 위로가 되어주는 선생님, 학생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관심을 갖고 다가가는 선생님, 성적만이 아이들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현실 속에 스스로에 대한 존중감을 일깨워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5년 후 저는 교육대학원에서 초등교육상담을 공부하고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을 바르게 이해하고, 학생들이 가진 고민에 서툴지 않게 답하고 위로해주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고민을 상담해줄 때는 그 고민에 무작정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민을 바르게 이해하고 옳은 길로 이끌어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역 내의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 모임에 참여하여 아동심리나 미술치료 쪽을 병행하여 공부하고 있을 것입니다. 미술치료는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자, 선생님에게는 학생을 이해하고 학생의 심리적인 문제점들을 치료해줄 수 있는 효과적인 심리치료방법입니다. 아동심리 또한 학생을 잘 이해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5년 후라면 아직 교사로서 부족한 점이 많아 다른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힘든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확고한 비전을 세우고 있다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후 저는 외국에 있는 교육대학원에서 아동심리와 상담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5년 전 한국에 있는 교육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았을 것이고, 이제 외국에 있는 교육대학원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교사로서의 제 비전이 학생들을 이해하고, 학생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다면 그 비전을 위해 아낌없이 노력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년이 되기 전에 퇴임하여 아동심리연구소를 설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를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년 후 저는 외국에 있는 교육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한국에 돌아와 교사로서, 또한 학생들의 좋은 상담자로서 어느 정도 적응해가는 과정에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학생 이해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우리 반 학생들 하나하나에게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이는 곧 수업내용이나 방법에 있어서도 그저 지도서에 나와 있는 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준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많은 시간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것을 뜻할 것입니다. 어떤 고민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을 때, 그 학생이 다시 웃음을 짓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간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부분에 좀 더 노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내에 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지역 내에 있는 아동상담센터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역 내에 있는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여 다른 선생님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전문성 있는 선생님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30년 후 저는 이제 퇴임하여, 20년 전에 아동심리연구소를 설립하고 싶다는 계획을 실천할 것입니다. 학교현장에 있으면서 우리 반, 우리 학교의 학생들만 신경 쓸 수 있었다면 이제 보다 다양한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쓸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지 못하고 공부할 것을 강요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할 수 있기 위해서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조언해주는 내용의 책을 쓰고 싶습니다.

 

 기독 예비교사 아카데미를 들으면서 본 한 동영상이 생각이 납니다. 그 동영상은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보내는 글을 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매일 학교에서 똑같은 아이들을 보시겠지만, 그 아이가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하는 아이입니다. … 선생님이 무심코 던진 멍청하다는 말 한마디에 아이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선생님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해주시는 말 한마디에 아이는 화가가 됩니다.’ 선생님은 말 한마디만으로 학생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선생님으로서의 제 말이 학생에게 상처가 되거나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말이 아니라, 학생이 가진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주며, 희망을 주는 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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