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글'이라는 것을 쓰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은 선생님들께서 이 방법을 택하고 계시지만, 당시 저희 반 담임선생님께서 저희를 지도하신 방법은 꽤 참신한 것 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글'의 형태를 띠는 것은 무엇이든 일기에 써도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느 초등학생들처럼 밀린 일기의 소재를 찾지 못했던 어린 저는 일기장에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기 대신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쪽 두 쪽 일기 대신 써나가던 시를 통해 저는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 선생님께 앞으로 글을 써볼 생각이 없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지요.
물론 지금은 교대에 다니고 있지만, 저는 글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제게는 제 인생을 바꾼 전환점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저 말없고 조용한 아이로 머무를 뻔 했던 저에게 창작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부족한 능력에도 글을 놓지 못하는 것은 저의 새로운 꿈 때문입니다. 저를 키워주신 많은 선생님들이 그러하셨듯, 저 또한 제가 가르칠 아이들 안에 숨겨진 그 무언가를 찾아줄 수 있는 발견자가 되고 싶습니다.
5년 후의 저는 학교에 독서토론반이나 문예창작반 쯤 되는 이름을 붙인 글쓰기 반을 운영하고 있을 것입니다. 수준 높은 글을 쓰지 못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입니다.
10년 후쯤 되면 제가 맡고 있는 아이들과 동화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언제 써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단연코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인간에 대해 알아 가는데 10년이라는 시간도 결코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10년쯤 지나고 나면 아이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줄 아는 교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나치게 지치지도 않았을 기간이라는 점에서도 10년 후쯤이 적당합니다.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만들어 가능하다면 출판도 하고 싶습니다.
20년 후에는 과한 욕심이기는 합니다만 제 이름을 건 소설책 하나만 나와도 좋겠습니다. 어른들만이 읽어야 할 어렵고 복잡한 소설도 좋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읽고 웃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맡고 있던 글쓰기 반은 이미 수십명의 제자를 거치며 노하우가 붙어 있겠지요.
30년 후 다른 동기들이 정년을 준비할 때 쯤 전 이미 교단을 떠나있을 것입니다.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 커다란 집을 한 채 지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아직도 글을 쓰고 있는 제자들의 방문을 받으면서 그 아이들의 어릴 적을 꼭 닮은 마을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고 싶습니다.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그 자연을 가득 담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싶습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 농부가 되건 도시로 나가 빌딩 숲을 헤매는 직장인이 되건 어릴 적 간직했던 그 건강한 마음을 가득 담은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저의 30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닐 것입니다.
글을 써서 유명해지지 않아도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 눈을 감을 때쯤에도 제자의 소소한 편지를 읽으며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글 쓰는 일을 통해 제가 느꼈던 즐거움을 제가 가르친 아이들에게 전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비록 이런 미래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먼 미래의 일이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글로 끄적이니 마치 내일 일어날 일처럼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집니다. 노력하는데 서툰 저이지만 노력해야겠습니다. 30년 후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비전 선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컴퓨터교육과 김종완 (0) | 2009.05.31 |
---|---|
초등교육과 송도연 (0) | 2009.05.31 |
국어교육학과 이수연 (0) | 2009.05.31 |
국어교육과 김혜원 (0) | 2009.05.31 |
국어교육과 김지운 (0) | 2009.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