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에 입학한지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교대에 합격하였을 때는 무척 기뻤습니다. 꼭 교사가 되고 싶었거나 아이들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합격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쁨과 대학생활이라는 기대 때문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교대에 다니게 되었으니 내가 겪었던 선생님들의 모습과 다른, 좋은 교사가 되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4년 동안 진정한 교사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닦겠다고. 하지만 지금의 저는 매너리즘에 빠진 교사와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자신이 퇴근시간을 기다리거나 방학만 기다리게 될 줄 모르고, 교사라는 이름이 주는 막연한 기쁨에 부풀었을 것입니다. 비전을 생각하면서 저는 지금의 제 모습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똑같이 보이는 일상과 잡무들에 지치지 않고 아이들을 그저 말썽쟁이로만 보지 않기 위하여 비전을 세워보려고 합니다. 저는 꿈을 세워 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막연한 꿈이 아니라 아이들이 장래에 무엇을 할 것 인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일들을 할지 생각하면 신기하고 막중한 책임감이 듭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초등학생 때는 각자의 잠재력을 찾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아이들의 숨겨진 잠재력을 알아봐 주고 개발해 주는 것이야 말로 교사가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잠재력을 알고 장래를 안내하기 위해서 교사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학생을 바라보고 관찰하며,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실습에 갔을 때 교생 선생님들께 먼저 말을 걸고 장난을 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모두 그 아이를 밝고 귀엽다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방과 후에 담임선생님께서 그 아이는 ADHD아동이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 뒤로 그 학생이 수업시간에 지적을 받고 심하게 장난을 치는 모습만 보이게 되는 것을 보고 편견과 낙인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아든 ADHD아동이든 가난하든, 잠재력을 지닌 가능성 있는 존재임을 늘 잊지 않고, 꿈을 갖게 하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5년 후에는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의 긴장감을 조금은 벗은 상태일 것입니다. 학교생활도 점차 여유로워 지고 익숙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배워야 할 때 입니다. 저는 이 시기를 가장 바쁘게 보내겠습니다. 수업도 다양한 방법으로 해보고,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체험학습도 가고, 작은 음악회나 장기자랑 시간도 마련할 것입니다. 저 스스로도 미술, 음악, 아동심리상담 등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배움으로써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겠습니다. 또 교직생활을 하면서의 경험과 연구로 대학원의 석사 과정을 준비할 것이고,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10년 후에는 결혼을 함으로써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교직생활도 능숙해 짐으로써 수월하다고 생각 되어 질 것입니다.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영어를 구사하여 영어 수업도 능숙히 하고 있을 것이며, 대학원 과정을 이수함으로써 더욱 전문성을 갖게 되었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을 것입니다. 이쯤 되면 시사나 정치 같은 지금 취약한 부분을 보완했을 것이므로 학생들에게 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해서 하고 있을 것이며, 나태해 하지 않고 나만의 교수법에 새로운 내용을 계속해서 첨가하고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또 교육에 대한 나의 가치관과 생각, 노하우 등을 차츰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년 후에는 교직 생활을 한지도 오래 되었고, 자식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일에 가장 소홀해 질 수 있는 시기 일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의 세대차이가 많이 벌어짐으로써 갖게 되는 어려움 또한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점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로써의 이해심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학부모들과의 동질감으로 유기적 관계를 통하여 학생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럴 때 일수록 제자리에만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동안 쌓아온 가치관과 노하우를 다른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장학사와 같은 교육전문직을 준비하거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등으로 변화를 꾀하도록 하겠습니다.
30년 후에는 50대 초반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어떤 길을 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교사 생활의 막바지에 이르고 교장이 되면서 그 동안의 교사생활을 되짚어 보고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나의 가치관과 생각, 노하우 등을 정리해온 파일을 보며 교육자로써 내가 세운 가치관이나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이러한 점검으로 내가 하였고, 해야 할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디에서든 자신의 꿈을 이루고 사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며 행복해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