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영어교육과 김은일

미래 교육 2009. 5. 31. 04:22

 교육대학교를 3년째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는 비겁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나의 미래 교사 생활에 대한 그림을 지금 그린다는 것이 아직은 부담스럽다. 내가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아직도 어렵게 느껴진다. 어떤 식으로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고 당분간 그럴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변수’가 되는 것이 두렵다. 그만큼 나의 신념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아이들 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와 같은 생각이 나이가 들면서 각자 달라질 텐데, 내가 어떤 식으로 미리 ‘이상적인 사람’의 모습을 정해놓고 아이들이 그렇게 되도록 교실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과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려갈 이상적인 사람의 모습은 다를 것인데 말이다. 아예 그런 모습을 정해놓지 않고 아이들이 그려나가는 것을 도와주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해도 은연중에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아이들을 이끌어 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확신하고 그대로 아이들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가장 쉽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거기다 사람들과 사회의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모습도 보여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 예를 들어 이 사회에는 분명히 여러 요인에 의한 편애가 존재하는데, 그리고 그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아이들에게 그것이 아예 없는 것처럼 교실에서 연기하는 것이 옳은가. 발표를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성향을 가진 학생을 굳이 발표를 잘하는 아이로 만들어야 하는가. 글 쓰는 것에 영 흥미가 없는 아이도 있는데 모든 아이들에게 있어 글 쓰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고, 글을 잘 쓴 아이를 칭찬 하여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들러리로 삼는 것이 괜찮은가. 등 나에게는 아직 확고히 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상적인 비전을 그린다고 그리는 것도 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완전하나마 그려놓지 않으면 후에는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언제 바뀔지는 모르나 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5년 후, 일단 교직이라는 조직과 학교 시스템에 적응을 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보이겠지만, 그것도 그 나름의 원인이 있을 것이니 일단은 지켜볼 것이다. 전교조 가입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단체로 소속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성향 상, 나의 교사생활에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 하지만 뜻을 같이 할 문제에 대해서는 기꺼이 같이 할 것이고, 교육자로 있는 한 교육에 관한 사회의 부조리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교육에 필요한 공부를 나 나름대로 더 깊고 다양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임용시험을 위한 공부는 교육 현장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또 아직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아이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에 이용해볼 것이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최대한 떠올려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한 아이의 교육에 있어 최고의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학부모이다. 아이들의 감성과 심리에만 치우치다보면 학부모를 간과할 수가 있다. 20대인 나는 아직 학부모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니, 잦은 접촉을 통해 그들과 상호 작용 해야 할 것이다.

 10년 후, 나름 노하우가 쌓여서 아이들을 제어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학교 시스템에 완전히 녹아들어 긴장이 풀려있을 것이다. 또 내 나이가 30정도에 있기 때문에 나 나름의 성장통 때문에 ‘교육’에 예전처럼 관심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내 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아이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30대 말쯤 해서 그동안의 교직 생활의 결과물을 하나의 출판물로써 갖고 싶다. 깨달은 것, 느낀 것들을 모은 책을 한 권 내거나, 아니면 그런 주제의 소설을 쓰거나 아니면 언어 교육과 외국어 교육에 대한 논문을 한 편 쓰고 싶다.

 20년 후, 이제는 학부모들과 나이가 거의 같아 져서, 20대 때와는 달리 학부모와 같은 마음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나도 모르게 스스로 주입되어버린 이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아이들에게 주입해버린다거나 새로운 시대의 문화나 가치를 놓쳐 아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칠 기회를 놓친다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배우고,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아이들의 문화, 만화영화나 게임 같은 것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야겠다.

 교육 과정 조직에 참여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수학과 교육 과정 조직에 참여해 보고 싶다. 비교적 가르쳐야 하는 내용과 방법이 명확한 과목이기 때문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쯤 해서 나는 퇴직을 하고 싶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너무나 오래 하는 것은, 나를 현실에 안주하게 할 것이고, 그보다 더욱 시간이 지나서 스스로 지치고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민폐이다. 아마 이쯤엔 내가 아니라도 나보다 더 유능한 예비 교사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 중 한명이 내가 떠난 한 자리에서 내가 했던 역할을 나름 잘 수행할 것이다. 다만 퇴직한 후에도 한명의 시민으로서, 교육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할 일이 있다면 참여할 것이고, 또 그 문제에 교육자로서의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교사로 있는 기간 동안 아이들에게 체력유지와 독서를 강조하고 싶다. 체력 유지가 그 어떤 일을 하건 간에 선행되어야 모든 일이 원활하다는 것은 시대와 집단을 초월해 진리이므로, 나는 그것을 강조할 것이다. 독서는 지식을 제공하고 사고력을 신장시킬 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관점들을 담고 있어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넓게 하고 깊게 하는 최고의 정신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몇몇 아이들이 독서를 싫어하더라도 독서만큼은 아이들이 습관을 들이도록 유도하고 싶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교사로서의 비전은 이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 완전하고 훌륭한 비전이 내 머릿속에 그려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대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비전 선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리교육과 강현경  (0) 2009.05.31
윤리교육과 박혜민  (0) 2009.05.31
초등교육과 채욱  (0) 2009.05.31
영어교육과 주한샘  (0) 2009.05.31
영어교육과 이지후  (0) 2009.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