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영어교육과 김은미

미래 교육 2010. 5. 30. 17:37

요즈음에도 간간이 촌지를 받은 교사, 제자를 성추행한 교사, 이유 없는 과한 폭력을 행사한 교사 등 수많은 부도덕적인 교사들이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나는 가끔 그런 보도를 볼 때 ‘내가 만약 저런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남들에게는 ‘교사가 어찌 저래?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라고 단언하지만, 실상 나의 진심은 ‘잘 모르겠다.’ 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누가 돈을 싫어하겠는가? 내 말을 잘 듣지 않는 학생이 어찌 예뻐 보이겠는가? 교사도 사람인지라 분명 그 돈을 받고 싶을 것이고, 학생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체발을 가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교사가 그리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 아닌 다른 인간을 가르치고, 길러내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대학교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선생님이 되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임용시험을 1년가량 앞둔 3학년이 되었다. 그런데 간사한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입학당시의 그 열정적이고 포부에 넘쳤던 모습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진정으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학점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그저 그런 학생 중의 한명이 되어있었다. 진정으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에 관한 문제 같은 것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치여 늘 뒷전에 쳐 박아두기 일쑤였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은 내 자신보다는 항상 주변을 의심하고 원망하며 나 자신을 정당화하기에 바빴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이런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앞으로의 목표를 확실하게 세우고, 그 목표를 한순간도 잊지 않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것임은 자명하다. 스물일곱 해 동안의 적지도 많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온 지금, 나의 교사로서의 목표는 바로 ‘닥쳐올 끊임없는 유혹에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게도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수많은 담임선생님들이 있었지만, 그 중 좋은 기억으로든 나쁜 기억으로든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생활통지표에 나에 관한 특기사항을 적어내기 위해 칠판에 여러 가지 과목별 능력을 적어놓고, 그 말의 의미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 중에서 너희가 잘하는 것을 골라서 나누어준 종이에 적어서 제출해!”라고 이야기하던 모습만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아이들이 진정으로 어떤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교사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저 처리해야 할 수많은 잡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한 아이들 사이에 일어난 싸움을 중재하거나 그 잘잘못을 따져주려고 하기 보다는,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귀찮아하던 모습만 떠오른다.

 

그 때 이들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에 와서야 알 순 없겠지만, 이들도 입학당시의 나처럼 교사로서 꿈과 열정에 부풀어 있었을 때가 있었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 꿈들은 점차 옅어져갔을 것이고, 먹음직스러운 유혹 앞에서 무릎을 꿇어버린 많은 교사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항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사명을 묵묵히 수행해나갈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

 

5년 뒤에 나는, 능력있고 잘나가는 교사가 되기 보다는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 아이들을 이해해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억압적인 관계가 아니라 그저 경험이 조금 많은 인간과 경험이 조금 부족한 인간의 관계로서 파악하고,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 있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던대로, 어렵다고 포기해버리자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이겨내 진심으로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할 수 있는 그런 진심을 가진 교사가 되고 싶다.

 

10년 뒤에 나는, 아이들과의 관계형성에 힘들어하는 후배 교사들에게 나의 작은 경험을 가지고 상담을 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물론 교사로서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일을 하는 교사의 스트레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험이 부족해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미숙한 후배 교사들에게 나의 경험을 통해 조언을 해줌으로써, 그들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년 뒤에 나는, 더 훗날 미래의 꿈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여 아동심리학을 전공하고 싶다. 첫 사회시간 과제였던 시에서도 적었듯이, 나는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이 아이들이 누군가의 무엇으로 의미 없는 삶을 기계처럼 살아가기보다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가지고 각자 가치를 가진 누군가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들은 시험이나 성적과 관련된 스트레스 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관해서는 생각할 겨를도 이유도 없다.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파악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은 오늘날의 잘못된 교육이 초래한 가장 큰 폐해라고 생각한다.

 

30년 뒤에 나는, 전에 배웠던 아동심리학을 바탕으로 학업과 가족관계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상담을 통해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또한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당연한 권리인 교육을 받을 권리는 타의적으로, 즉 누군가에 의해 침해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받고 싶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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