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굳이 다시 수능을 보고, 굳이 다시 대학에 들어오면서까지 교사가 되려고 했을까.
글쎄 그것은 정말 불현듯 교사가 되어야 겠다라는 막연한 다짐 때문이었다. 왜 그런 다짐을 하게 되었는지, 그 생각은 어디서부터 온 건지는 정확히 설명할 순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딱 “전 이것 때문에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할 만한 이유는 없다.
단지 그때의 나의 마음에는 내가 살아가는 이 세계라는 곳에서 내가 좀 의미 있게, 쓸모 있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그 방법으로 선생님을 선택했다. 교사라는 직업은 확실히 다른 직업과는 차이가 있다. 여타의 직업은 자신의 발전만을 위해서, 또는 더 현실적으로 생계수단의 목적으로 노동을 하지만, 교사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노력이 타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신만을 위해서 또 돈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나비 효과 같은 존재다. 교사의 작은 행동과 말이 학생들에게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교사만큼 여러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물론 경제적 안정성 때문에 교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이 학생들에게 그 이유만으로 비춰질 때 그 교사는 그 직업으로서의 진정성을 잃게 된다.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들과의 결코 이해 타산적이지 않는 관계 속에서 다른 직업과 다르게 진실이 드러난다.
모든 교사를 꿈꾸는 이들이 행복한 사람이 더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나또한 그것을 꿈꾸는 이 중 한 사람이다. 나는 나의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또 옳고 그름을 알았으면 좋겠다. 잘못된 것에 비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잘 이해해야한다. 아이가 하는 표면적 행동으로만 아이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 속에 있는 마음을 읽어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이 세상이 흘러가는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하나로 편중된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기에 나의 판단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한 행위와 악한 행위를 구별하도록 가르칠 것이다.
5년 후 나는 현직에서 4년 차 교사 생활을 하며 나의 반 아이들을 성실히 지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 시간들은 내가 교직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내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떤 것을 더 알아야 하는지 탐구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꼭 찾아가보고 견학하고 싶었던 남한산 초등학교의 선생님들을 정기적으로 찾아뵙고 선생님들의 말씀과 내 교직생활하면서 힘든 점을 이야기 나눌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공교육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거듭해 나갈 것이다.
10년 후 나는 남한산 초등학교의 선생님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지금 쓰러져가고 있는 공교육의 희망을 배우고 또 그것을 다른 학교로 전파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물론 남한산 초등학교가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며 공교육을 되살릴 수 있는 교육운동에 참여할 것이다.
20 년 후 나는 남한산 초등학교를 나와, 나와 뜻을 같이 하는 몇몇의 선생님들과 함께 작은 학교로 갈 것이다. 그래서 여태까지 배웠던 부분들을 씨앗삼아 다른 아이들도 그 행복감을 가지고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작은 학교부터 조금씩 변화시켜 볼 생각이다.
30 년 후 나는 작은 학교의 교장 또는 교감 또는 수석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학교의 관리자로서 젊은 선생 님들과 뜻을 모아 학교를 행복한 곳, 희망이 있는 곳으로 바꿀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경험을 담은 책을 쓰고 교대를 다니면서 강연도 할 것이다. 우리가 이상적으로만 생각했던 그 학교의 모습이 공상 속에만 존재하는 이데아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