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들어가기에 앞서 ‘교사’ 라는 직업에 대한 나의 이전 생각들과 현재의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사실 교대에 온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최선이 아닌 차선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이 많아 하고 싶은 직업도 많았다. 피아니스트, 미술가, 패션에디터, 패션모델, 스타일리스트, 스튜어디스, 외교관, 고위공무원, CEO에 이르기까지.진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행정고시를 보거나 대기업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영학도를 꿈꿔왔다.물론 저 직업들 속에 교사가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교사가 껴있었던 이유는 단지 주변에(사촌, 부모님 지인의 자제) 교사가 많아 교대를 가라는 권유가 많았고, ‘철밥통’,‘1등 신부감’ 이라고 여겨지는 교직의 특성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지 결코 적성 때문에 그렇지는 않았다.
그리고 수능시험을 치렀다. 역시나 ‘대박’은 나지 않았고, 참으로 어중간한 성적을 받았다. 서울권은 가능하나 적성에는 전혀 없는 사학과, 철학과 등에 지원 가능한 점수... 그렇다고 지방 국립대를 가기에는 그동안 공부 좀 했다는 소리를 들어온 나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결국 점수 맞춰 교대에 오게 됐다. 전혀 생각을 안했던 길도 아니고 이정도 학교면다른 사람 앞에서 숨기지는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심각하리만큼 차분해졌다―교대에 주저앉았다는 생각으로, 이제 여기 온 이상 선생님밖에 할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나의 앞날에 대해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적응도 그럭저럭 하고 실습도 다녀왔다. 밤새서 조모임도 해보고 과외도 한두개씩 하며 영락없는 교대인이 되어갔다.
어느날, 오랜만에 집에 내려갔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는데 ‘XXX동 XXX호 OOO 행정고시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 OOO은 전에 같은 성당에 다녔던 언니인데 내가 중학생이었던 당시에 고등학생이었다. 그닥 공부를 잘 하는것 같지도 않아보였고 나중에 들으니 어느 국립대를 갔다는데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하며 기억속에서 잊혀졌던 그 언니의 행정고시 합격 소식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이전에 외교관이나 고위공무원, CEO가 되고싶었던 이유, 행정고시를 패스해서 고위공무원이 되고싶어했던 이유는 모두 내 나름대로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남 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상관이 되어 일을 지시하고, 나의 뜻을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기어린 생각이지만 어떤 자리를 맡는다는 것은 힘든만큼 그만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학창시절에는 임원을 도맡아 했고 지금도 동아리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그 언니의 합격 소식은 교장선생님 눈치나 보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있던 나에게 다시금 행정고시(교육직렬) 그리고 교육공무원의 꿈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작년 가을, 전국 교대생은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며 무기한 동맹휴업을 하였다. 투쟁을 하면서 생각이 그닥 깊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생각은 끝없이 많아졌다. 우리 교육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된 생각은 산다는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까지 이르렀다. 왜 20%가 80%를 지배하는가? 왜 진실은 왜곡되고 은폐되는가? 왜 유리천장은 우리 위에 군림하는가? 각종 의문사, 이랜드 노동자, 광우병 파동, 용산사태, 쌍용사태,
기륭전자, 삼성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한국타이어 노동자 백혈병 그리고 최근의 천안함 사건까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들이다. 그러나 현 정권의 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생각하는 눈을 오로지 국영수에만 돌리고 있다. 또한 경제논리에 입각한 교육으로 아이들은 점점 이기적인 어른이 되어간다. PISA에서 1위를 해서
우리나라를 빛낸다 한들 자신만의 생각이 없다면,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없다면 아이들은 문제푸는 기계에 불과할 뿐이다. 생각이 없는 기계. 또한 한국인으로서의 주체성 역시 없을 것이다. 나는 나의 학생들이 '생각이 바른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불의에 맞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모습, 어려운 이에게 먼저 손을 건네는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모여 바른 가정, 바른 학교, 바른 사회, 바른 나라를 만들어 간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몇 명을 꼽자면 홍세화, 진중권,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이정희(국회의원) 등이다. 물론 이들의 행동 모두가 바르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생각이 바른사람의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요약하면 나는 아이들을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는 생각이 바른사람으로 키우는 교사가 되고싶다. 또한 나의 리더십을 살려 우리 학급의 학생들을 넘어 더욱 많은 아이들을 생각이 바른사람으로 키울 수 있도록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관여하는 교육공무원으로 나아가고 싶다.
우선 5년 뒤의 나는 아마도 어느 초등학교에서 한 반의 담임선생님으로써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을것이다.
아직은 선배 선생님들에 비하면 턱없는 경력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배워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상담이나 아동심리 분야의 연수도 받고, 아이들을 생각이 바른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깨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책과 신문, 잡지를 많이 읽고, 위 사람들 이외에도 다른 많은 생각이 바른사람들의 강연이나 언론학교 등을 찾아다닐 것이다. 또한 승진을 위해 대학원에도 등록하여 공부할 것이다.
10년 뒤의 나는 장학사 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때쯤 뭔가에 도전하지 않으면 매너리즘에 빠져 월급날만 기다리는 선생님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이다. 그동안 연수로 받아왔던 점수와 틈틈이 딴 자격증, 대학원에서 딴 학위를 발판삼아 교육공무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것이다. 또한 5년 전의 나보다 향상되어 있을 교수 능력, 아이들을 다루는 능력과 함께 냉철한 눈으로 우리 사회, 우리 교육을 바라보고 아이들을 지도할 것이다.
20년 뒤의 나는 그간의 장학사 생활을 뒤로하고 한 초등학교의 교감선생님으로 임명되어 학교의 안주인으로써 학교 일 전반을 감독하는 동시에 교장선생님, 모든 선생님들과 협력하여 우리 학교의 어린이들이 생각이 바른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모든 선생님들과 협력해 나가고 있을것이다. 또한 신문이나 교육관련 잡지에 교육과 아이들에 관한 글을 기고하면서 생각이 바른사람을 키우고자 하는 나의 생각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30년 뒤의 나는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으로 임명되어 이제 교사가 아닌 교육공무원으로써 우리학교만이 아닌 우리나라의 교육을 무한경쟁이 아닌 서로 보듬어 주는 교육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생각이 바른사람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은 서열화가 아니며, 배틀로얄이 아니며, 국영수가 아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을 살려 잘 하는 것을 하여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현장을 만들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분명 생각이 바른 사람이 될거라 믿기 때문이다. 민주적이고 포용력을 가진, 합리적인 사고를 하되 이기적이지 않은,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 말이다.
이 비전이 모두 실현되어 이 비전을 작성한 날을 되돌아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할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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