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영어교육과 황혜경

미래 교육 2010. 5. 30. 23:59

초등학교 시절 나의 꿈은 자주 바뀌었지만 언제나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는 선생님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매일 보는 사람이 선생님들뿐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정말 크고 위대하게 보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만난 후 나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그 선생님 때문에 나의 6학년 1년은 5학년까지의 좋은 기억을 송두리째 앗아갈 정도로 너무 끔찍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모두 적긴 힘들지만 그 선생님을 겪고 나서 나는 선생님이라는 꿈을 접게 되었다.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인지 교대에 입학하라는 부모님의 권유를 받고 나서 큰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교대에 입학하여 벌써 3학년 1학기를 거의 끝마쳐가고 있다. 교대는 다니면 다닐수록 신기한 학교라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을 별로 예뻐하지 않던 내가 두 번의 교생 실습을 거쳐 길에서 만나는 아이, 버스 옆자리에 앉은 아이에게도 말을 걸고 귀여워해주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또, 학생들을 진정한 교육자로 길러내기 위한 교수님들의 열정적인 강의를 들을 때면 어서 현장에 나가서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곤 했다.


내가 바라는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은 남보다는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 그게 왠말인가 싶겠지만 나는 초등학생들이 서로서로 경쟁하는 모습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내가 올라가기 위해 남을 배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고등학교에서는 시험기간에 상위권 학생들의 책이나 필기 노트가 사라지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경쟁의 구도 속에서 자라온 결말이다. 나는 아이들이 반 친구를 적으로 삼으며 이겨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자신의 경쟁상대를 자기 자신으로 삼고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를 기르고 싶다. 내가 평생 동안 가르치게 될 수많은 아이들이 모두 남과 더불어 발전하고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자라준다면 사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좋아질 것이다.


5년 후 나는 이제 막 초임 딱지를 떼었지만 여전히 공문에 시달리며 업무 시간동안 화장실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하는 시골학교의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시골학교라고 단정을 지은 것은 내가 처음으로 발령을 받을 때 산간지역으로 가도록 이미 결정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제약에 나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나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학생들을 자습시키고 교무실 앞의 컴퓨터에 앉아있기보다는 잔업으로 퇴근을 늦출지언정 학교에 있는 시간에는 아이들의 일기를 꼼꼼히 읽어주고 수업시간을 잘 지키는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이다. 나는 담임이 되면 학생들에게 일기쓰기를 꼭 시킬 생각인데, 그것은 과거와 현재의 자신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골학교의 좋은 점은 아이들 개개인에 대해 잘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또한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들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하고 싶다. 올해 실습을 통해서 아이들의 가정환경이 성격이나 성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배웠기 때문이다.


10년 후 나는 교육대학원을 마친 뒤 독일로 유학을 가서 발도로프 교육에 대하여 깊게 공부하고 돌아올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등교육은 틀에 박혀있고 아이들에게 지식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 아마 공립학교의 교육 현장에서 발도로프학교처럼 자유로운 교육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한국의 수업환경에 맞추어 아이들의 소질을 개발하고 자유롭게 사고하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과 친구들은 다른 소질을 가지고 다른 성취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20년 후 나는 40대의 중년 교사이다. 그 때에는 이미 나만의 수업방식이나 교육 프로그램들이 확실하게 결정되어 있을 것이다. 아직 그것이 어떤 형태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이 내게서 교육을 받은 후에는 서로 협동하고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를 희망한다. 이 때쯤이면 내 아이도 함께 자랄 텐데, 자식을 낳고 키워보면서 조금 더 아이들을 맘 속 깊이 사랑하게 되는 시기일 것 같다. 또, 20년간의 교육 현장의 일들을 토대로 교육에 관한 책을 쓰고 있을 것이다.


30년 후 50대의 나이에 나는 아마도 교감이 되어있을 것이다. 교감이나 교장이 꼭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학교의 장이 되어 운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수업이라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더 큰일을 이루어낼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교장 선생님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수업을 자주 참관하고 새로 부임한 교사들에게 많은 조언을 할 것이다. 또한 교사를 그 학급의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며 최대한 업무를 줄여주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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