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사회교육과 김효성

미래 교육 2010. 12. 1. 17:10


내 꿈은 선생님이 아니었다. 특별히 아이들을 좋아한다거나 가르치는 일에 흥미가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1학년 1학기 다른 수업의 첫 시간은 모두 기억나질 않는데 유독 한 수업만 기억이 난다. 나는 한 번도 교사란 어떤 직업인지, 학생을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시간 교수님은 모두에게 교사하면 떠오르는 색깔과 이유를 말해보라고 했었다. 나는 당연히 제 차례가 올 때까지 엄청나게 고민했었다. 그리고는 결국 다홍색이라고 말했었다. 다홍색은 교사와 학생이 마음으로 소통하는 심장의 따뜻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제 인생에 선생님이라는 내가 앞으로 가야할 길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봤던 순간이다.

그리고는 다시 수업이나 학교생활에 치여 선생님이 어떤 직업인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학점을 받기위한 과제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2학기 수업 중에는 나를 감동하게 하는 수업이 몇 있었다. 그 수업의 공통점은 수업을 잘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똑똑하고 말을 아주 잘해서가 아니다. 다만 학생의 눈높이에서 내용을 얘기하고 그 수업이 의미있는 수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학생과 마주하는 그 수업현장을 위해 노력했을 모습이 수업을 하면서 눈에 선한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교사란 가치는 수 없이 변하겠지만 처음 생각했던 그 순간, 그리고 이런 수업들을 잊지 않고 미래 교사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면 하나님이 내려주신 축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5년 후, 나는 도시 근교에 있는 크지 않은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교사 3년차로 아직 어렵고 서툰 것이 많은 사고뭉치 선생님일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도, 학교 업무를 하는 것에도 자신이 없지만 열의만큼은 다른 어느 순간보다 대단할 것이다. 없는 솜씨지만 아이들을 위해 요리도 해주고, 환경정리도 하며 아이들에게 온 정성을 쏟고 싶다. 그리고 분야를 정해 다시 한 번 공부에 도전해보고 싶다. 교육 쪽의 공부가 아니더라도 어떤 새로운 공부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를 줄 것이다. 또 무언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공부하는 모습은 나를 보고 배우는 나의 제자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10년 후, 나는 비로소 아이들이 제대로 보일 것 같다. 어느 교감선생님이 “10년 정도가 지나니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의 눈동자가 보이고 드디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나도 처음 교사가 될 때부터 부단히 노력하겠지만 아마 이때쯤 나는 진짜 교사가 되어있을 것 같다. 이때쯤 나는 혼자 여행을 하고 싶다. 10년이면 짧지 않은 세월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돌아보며 회계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는 남은 내 앞날을 재정비하여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이다.

 

20년 후, 불혹을 갓 넘긴 나는 책을 하나 출판할 것이다. 물론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 것이라거나 하는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만 누구나 즐겁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설로 엮어보고 싶다. 이때쯤이면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 같다. 특히 그 글을 나의 제자들이 재밌게 읽어준다면 나는 이때처럼 행복할 때가 없을 것 같다. 교사가 되고 얼마 후부터 하기 시작한 교육 외 분야에 대한 공부는 이때에도 계속될 것 같다. 여러 분야에 대해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아는 것에 대한 기쁨은 나도 느끼고 제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해주는 게 교사로서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30년 후, 나는 얼마 전부터 귀엽고 앙증맞은 초등학교 아이들 앞에 서는 교단에서 물러나와 대학교에 있을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만 50이 넘은 나에게 다른 꿈이 있다면, 내가 곧 물러나는 그 현장에서 나보다 더 좋은 선생님이 그 자리를 대신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교사가 이만큼 알면 이만큼 밖에 가르치지 못한다고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아니 맞는 말이지만 가르치지 못한다고 해서 배우는 자가 이만큼 밖에 배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자신감을 가지고 그들 앞에 설 것이며, 예비교사로 꿈을 키우는 지금의 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 앞에 설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들과 함께 꿈을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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