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사회교육과 황유정

미래 교육 2010. 12. 1. 19:05

교사는 어릴 때부터 나의 간절한 꿈이었다.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이유가 딱히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그냥 마냥 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마치 내 꿈은 교사라고 못을 단단히 박아둔 것 같이,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친척 중에 교사인 분이 있어서 그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고등학교 진로도 당연히 교대에 오고 싶었다. 하지만 수능점수는 나를 좌절시켰다. 오랜 시간을 교사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정말 이때만큼 막막하고 답답하고 세상이 절망으로 가득 차는 때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교대에 원서를 넣었다. 이럴수가! 합격이었다. 아직도 나는 ‘합격입니다’라는 그 문장이 띄어진 홈페이지 창을 잊을 수 없다. 내가 너무나도 원했던 교대에 합격을 했다니!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다. 하늘에게 정말 감사했고, 흔히들 사람에게 큰 기회가 세 번 주어진다고 하듯이 나에게 그 커다란 기회를 하늘이 준 것 같았다. 그래서 교대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마냥 설렘으로 가득차 있었다. 모든 것이 감사했고, 그래서 뭐든 그냥 열심히 했다.

이렇게 설렘과 감사함으로 가득찬 교대에 들어온 지 벌써 2년, 요즘 들어 부쩍 진정한 교육은 무엇일까, 교사로서의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1학년 때에는 마냥 학교생활이 즐거워 앞으로 될 교사로서의 무엇인가를 제대로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흐름대로 따라만 가는 그런 생활이었다. 2학년 때 교육철학, 교육심리, 교육평가 등등 1학년 때의 수업보다 교육에 있어서 더 깊은 내용을 배우게 되었다. 이러한 수업들을 들으면 수업시간에 감동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그러한 감동을 느끼면, ‘아, 내가 교사가 되면 이거를 꼭 해봐야겠다.’, ‘나는 이런 교사가 되어야지.’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면 수업시간에 받았던 그 감명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요즘에는 이런 나 자신을 많이 뒤돌아본다. 수업시간에 얻은 가슴에 남는 그 무엇인가를 더욱 명확히 해야 되는데, 현실의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왔을 때 그 무엇인가가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모르고, 그저 사라지게만 놔두었던 그동안의 나의 모습이 한심하고, 그 모습에 회의감이 들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교대에서의 4년이 모두 이런 남는 것 하나 없는 무의미한 일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의 생각이 많이 들고, 더 이상 나태하고 현실에 안주해버리는 나의 모습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요즘에 특히나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 시기가 교사로서의 나의 비전을 세우는 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 남은 교대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이고, 앞으로 또 현장에 나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세워두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어떤 교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은 처음 받는 질문이 아니다. 매 학기마다 언제나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은 끊임없이 받는다. 그런데 나는 매번 즐거운 교사, 재밌는 교사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답하고 끝났다. 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교사를 구체적으로 세워보고자 한다.

12년을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누구나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이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지 간에 말이다. 나는 아이들의 평생 기억에 남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 기억은 나쁜 기억이 아니라, 즐겁고, 재밌고, 행복한 기억의 모습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많이 남는 교사는 나의 기억도 그렇고, 대부분 인격적인 교사이다. 정말 수업내용 잘 가르치는 교사가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겠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을 떠올렸을 때는 앞에서 말했던 인격적인 부분의 모습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간적인 면을 갖춘 교사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나는 교육의 지식적인 면에서도 뭔가 다른 평범한 교사와는 달랐으면 한다. 이러한 인간적인 면과 지식적인 면에서의 좋은 기억으로 남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의 나의 비전을 세워본다.


5년 후 나는 26살이다. 교직으로 치자면 막 3년차에 들어선 완전 햇병아리 선생님이다. 아마 시골이나 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때의 나는 발도르프교사양성교육의 마지막 과정을 밟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그 과정을 다 밟았을 것이다. 공교육에 대한 비판으로 흔히들 ‘주입식 교육’이라고 마치 자동화된 것처럼 그 답이 자연스레 나온다. 이러한 공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여러 가지 신교육운동에 관련된 내용을 최근에 교육철학 시간에 배웠는데, 그 때 강의시간에 발도르프 학교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이 영상을 보고 발도르프의 교육을 공교육에 접목시킬 수 있다면 정말 의미 있고 즐거운 수업이 될 것 같다는 감명을 받았다. 앞에서 말했듯 이러한 감명이 그냥 사라지지 않도록, 일단은 한국 슈타이너교육 협회에서 주최하는 7학기 동안의 발도르프교사양성교육을 배울 것이다.

이러한 지식적 교육의 측면 외에, 아이들에게 나는 해마다 다양한 동요를 들려주고 같이 불러보는 활동도 하고, 잘 부르는 아이가 있다면 동요 부르기 대회에도 나가는 등의 아이들이 그 시기에 맞는 동심을 유지시켜주고 길러주고자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또 매주 월요일 마다 쪽지를 아이들에게 하나씩 써서 주어서 아이들과의 교감을 이루고자 노력할 것이며,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취미를 살려서 사진에 대해서 더욱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활용해서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이러한 사진에 추억을 담아서 아이들과의 학년의 마지막 즈음에 아이들에게 직접 추억앨범을 만들어 보도록 할 것이다.


10년 후 나는 31살이다. 교육적 경험을 어느 정도 쌓았을 때이다. 이때의 나는 외국의 발도르프 교육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교의 유학을 준비하고 이미 떠났거나, 아니면 나의 또 다른 관심사인 교육심리에 대한 교육대학원의 공부를 이 때쯤이면 이미 끝냈을 것이다.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보다 색다르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또한, 5년 전이나 다름없이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또 쪽지도 계속 쓰고, 사진도 계속 찍고 있을 것이다. 10년 후의 교육의 모습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교생을 나갔을 때 학교를 마치자마자 바로 학원으로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씁쓸함을 느꼈다. 나는 삭막한 학원을 대신하여 활기차고 즐거운 방과 후의 시간을 아이들이 보냈으면 하기 때문에 담임으로서의 교사 생활과 더불어 방과 후 교사로서 일반적인 수업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싶다. 이때의 활동은 발도르프 교육이나 교육심리를 적용한 활동일 수도 있고, 지금 하는 기타 동아리의 경험을 토대로 기타를 가르칠 수도 있고, 아니면 아이들이 즐거워할만한 다른 것을 배워 와서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도 있다.


20년 후 나는 41살이다. 어느덧 교직생활에 접어든지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이다. 이때 나는 한 가정의 엄마로서, 또 한 학교의 교사로서 매우 바쁘게 지낼 것 같다. 자칫, 이런 바쁜 역할들로 인해 나의 교육적인 마인드가 소홀해 질 수 있을 때인 만큼, 기회가 된다면 젊은 예비교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나 자리에 많이 참석하여 나의 교사 경험을 들려주는 활동을 할 것이고, 또 기회가 된다면 내가 41살 까지 공부하며 전문적으로 쌓은 발도르프 교육과 교육심리의 지식을 알려주는 강단에도 서보고 싶다. 열정 넘치는 예비교사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다시 점검하는 활동을 많이 할 것이다.


30년 후 나는 51살이다. 나는 교장, 교감 선생님이 되기보다는 일반 교사로서 아이들과 계속 끊임없이 만나고 싶다. 계속해서 발도르프의 교육과 교육심리를 접목한 수업을 할 것이다. 이때쯤이면 나를 거쳐 간 나의 제자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나는 교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학급의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 그 아이만의 독특한 점을 적어서 모아놓은 책자를 만들어서 한 해 한 해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들을 그 책자에 기록할 것이다. 이 때쯤이면 그러한 책자가 아주 많을 것이다. 또 내가 찍어 온 사진의 수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30년, 35년 이렇게 더 많은 시간이 흘러 내가 교직을 정리할 때쯤에는 내가 교직에서 담아왔던 아이들과의 사진을 책으로도 내고, 전시회도 열 것이다. 한 60살 때쯤에 할 계획인데, 매 해 아이들에게 ‘2049년 너희들을 처음 만났던 날인 3월 2일에 너희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회를 열테니까 너희들이 아저씨가 되고, 아줌마가 된 모습으로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차를 준비해두고 기다리겠다.’고 하며, 그 때 만나자는 약속을 매 년 할 것이다. 해마다의 아이들 중에서 나의 이 말을 기억하는 학생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30~35년 후에 열 전시회에서 나를 거쳐 간 제자들을 만날 것이고, 그들이 어떤 어른이 되었는지 바라보며 교직에서의 흐뭇한 보람을 마지막으로 느끼며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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