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고 싶은 교사는 아이들에게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하는 교사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복잡하면서도 간단했다. 어렸을 적 나의 꿈은 ‘의사’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생각해보자면, 그 어렸을 때라는 것은 매우 막연하다. 언제부터지 하고 고민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기억나는 것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자기소개를 쓰는 칸에 ‘의사’라고 썼던 것뿐이다. 그냥 그렇게 인식이 되어왔다.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장래희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것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부터였다.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었기 때문에, 2학년 계열 선택에 있어서 별 고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렇지만, 어렸을 적부터 역사를 좋아해서 대학에 가서 그쪽 분야에 대해서 더 공부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겉으로 내색해면서 다니진 않았다. 그저 혼자 끙끙 앓다가 결국 원래 생각한 쪽으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진로가 안맞았는지, 아니면 미련이 남았는지 몰라도 2학년 때는 굉장히 많이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좀 더 현실을 직시하게 된 3학년 때에는 현실적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생각한 쪽이 ‘수학교육과’였다. 이때는 매우 현실적이었던 것이 과학교육과도 가고 싶었지만, 별로 안 뽑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 수학교육과를 생각했다. 교대도 생각했었지만,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능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해서, 이 학교에는 주변의 권유로 그냥 한번 써 봤는데, 정말 운 좋게도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교사 중에서도 ‘초등교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때가 입학하고부터였다. 다른 사람에 비해 늦었다면 한참 늦은 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의 시행착오라면 시행착오라고 볼 수 있는 지금까지의 모습들이 이 직업, 그리고 이번 과제의 주제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내가 이렇게 왜 이렇게 흐지부지한 생각을 갖고 살았나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본 결과 나온 것이 나는 너무 나에 대해서 잘 몰랐었다는 것이다. 그저 아는 척을 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을 아는 것보다 어쩌면 내 자신을 아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아마 나는 평생에 걸쳐서 내 자신에 대해 알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최소한 알 수 있을 만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려서부터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초등교사가 중요하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주고 싶다.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이다. 계속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올 수 있고, 어쩌면 바로 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답이 나와도 자주 바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진지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들이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몰라 방황하던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5년 후 나는 처음에 부임받은 학교에 대해 조금은 적응한 초짜 선생님의 모습일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헤매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이다. 가르치는 것도,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어쩔 줄 모르는 그런 상태 또한 지나갔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에게 여러 추억거리를 남겨 주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또한 대학원에 진학하여서 내가 배우고 싶었던 분야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배울 것이다. 임용 합격하고 선생님이 된 것이 배움의 끝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무엇을 배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정이지만, 내가 사회교육과이고 또 사회과 과목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쪽 관련 분야에 대해 더 배울 것이다.
10년 후라면 아마 결혼도 했을 것이고 아이도 있을 것이다. 안정적인 가정이 뒤에 든든히 버텨주고 있을 것이다. 5년 전에서 어디로 발령되었을지 몰라도 10년차에는 운전도 할 수 있을 것이니 전주 시내권보다는 중심지에서 벗어난 외곽지역이나 시외지역에서 근무할 것이다. 시내권보다 교육적으로 혜택을 덜 받는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도 매너리즘에 길들여지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
20년 후에도 나는 계속 평교사로 지내고 있을 것이다. 원래부터 승진에는 관심이 없었고, 위에서 무엇을 지시하는 것 보다는 현장에서 하는 것이 나에게 더 좋은 방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20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준 교훈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여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편한 것만 추구하지 않고,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자신에게 엄격한 교사가 될 것이다.
30년 후라면 아마 나는 교사가 아닌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니어도 충분히 젊은 교사들이 충원될 것이다. 사실 20년이 넘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교직생활을 했다고 본다. 아마 30년을 한다면 이미 나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보다도 더 패기가 넘치고 아이들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젊은 교사들에게 자리를 넘기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 전까지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이제부터는 진정으로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