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는 12년동안 난 그렇게 똑똑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생님들께 인정을 받는 그런 아이들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런 생활에 안주하며 그렇게 내 학창 시절을 그냥 흘러 보내기만 했던 것 같다. 나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은 했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 아버지께서 공무원이셔서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내가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셨는데, 난 단순한 반항심으로 그리고 공무원에서 느껴지는 안일한 느낌들이 공무원에 대해 안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하면서 그 때부터 나의 미래는 저 멀리 더욱 더 멀어져갔다.
20대 초반에 나는 정말 많은 고민과 방황을 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인지 찾아 헤매기 시작했고 그것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노력도 부족했고, 운마저 따라주지 않았던 것같다. 그러면서 20살부터 시작해 온 과외들로 아이들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고 나에 대한 꿈이 서서히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마주하고 있을 나를 상상하면서 다시 나의 꿈을 바로 잡았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현재 전주교대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너무나 많은 노력과 시간들이 들어갔다. 모든 것을 버리기만 한 시간들로 그 시간들이 모두 다 후회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지금 알았던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하는 생각이 나를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일들이 다시 번복되지 않도록 난 종종 아이들에게 꿈과 미래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학교에 다니면서 바쁜 수업들로 점점 나태해지고 불만들이 쏟아져 나올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처음 이 학교에 들어왔을 순간을 생각한다. 그렇게 내가 오고 싶어하던 학교, 그렇게 내가 되고 싶어하던 선생님. 내가 원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언제나 감사히 생각하자고 열심히 노력하자고 생각했던 그 순간. 과거에 내가 힘겹게 알게 되었던 그 모든 것을 나의 아이들 곁에서 전해주고 싶은 마음. 내가 받았던 사랑을 모든 아이들과 함께 하며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들까지도... 그 때의 행복함에 부푼 나의 모습을 되뇌이며 다시 나를 바로 잡곤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 내가 평생 선생님을 하면서도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교사가 되고 나서 5년 뒤에는 한참 학교에 적응하여 정신없이 학교 생활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는 결혼도 했을테고, 아이도 있을테니 가사, 육아까지 하루하루 정신없이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살고 있을 것이다. 집에서는 내 아이들을 돌보느라 혼이 쏙 빠져있을테고, 학교에서는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같이 뛰어놀기도 할 것이다. 5년째이지만 학교의 여러 업무들을 배우며 아이들과 함께 함께 호흡하는 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10년 뒤에는 익산에서 시내권이 아닌 시골쪽 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익산 중심가에서 조금 더 외곽으로 나오면 한 학교에 전교생이 50명도 안되고 한 학년당 1반밖에 없는 학교들이 제법 많다. 큰 학교보다 이렇게 가족같은 분위기의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보고 싶었다. 작년에 멘토링을 갔던 학교도 한 반에 7명 남짓한 아이들이 있었는데 이 아이들을 통해 본 학교 생활이 참 즐거워 보였다. 전교생을 서로서로 알고 지내는 아이들과 선생님들. 자연 속에서 함께 공부하고, 함께 놀고 싶다.
20년,30년 뒤에는 나이 지긋한 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젊었을 때보단 덜 의욕적이고, 패기가 덜 하겠지만 여유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깐깐한 교사가 아닌 아이들에게 있어 마음이 편한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 나이를 먹어도 늘 똑같은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배울 자세를 갖추고 노력하며,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낮은 자세의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내가 교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려운 시기가 적어도 한 번쯤은 올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떻게 해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는지 그 순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마주하게 될 모든 아이들에게 내가 품고 있는 이 희망의 빛을 갖도록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