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미술교육과 김사라

미래 교육 2011. 5. 31. 02:55

나의 교사로서의 비전을 생각해보기에 앞서, 그 동안 나의 고등학교 때까지의 학창시절을 돌아보게 되었다. 많은 선생님들과의 만남 속에서 때로는 말로 다 표현 못 할 사랑을 받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상처를 받기도 했다.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나를 세워주시고 격려해주시던 선생님들의 말씀은 내게 힘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여전히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교사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의 인생에 이렇게나 큰 영향을 미치는 구나.’ 새삼 이런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학창시절의 은사님들 중에서 가장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분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이셨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고 1교시가 시작하기 전에 ‘모모’라는 동화책을 읽어주셨는데, 그 때 모든 아이들은 선생님의 잔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선생님이 다음날 들려주실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책을 사 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수업 진도를 나가는 데 급급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여유 가운데 우리에게 동화 속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유난히 6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과 나는 만화그리기를 좋아했다. 수업이 끝나면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만화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지기 일쑤였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우리를 보시며 차라리 책을 읽으라고 말씀하시기는커녕, 오히려 게시판 한 구석에 우리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그림을 자유롭게 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우리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게시판에 걸며 얼마나 뿌듯해 했는지 그 때 그 기분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사실 나는 이전까지 교사가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교대에 오게 된 것도 나의 전적인 의사가 아닌 부모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막연하게 안정된 직장,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꿈의 직업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로 설득 당해 교대에 오게 된 나. 처음엔 원래 가고 싶었던 대학에 대한 아쉬움으로 조금 힘들었다. 그러다 첫 교생실습을 가게 되었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간 실습은 내게 교사로서의 삶과 비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한 명 한 명 소중한 아이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듣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훗날 내가 교사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칠까? 나는 우리 아이들의 교실을 어떤 교실로 함께 만들어 나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막상 교사가 된 지 얼마 안되는 몇 년 동안은 힘들어 할지도 모르겠다. 나의 본래 기질은 원래 틀에서 벗어나기를 추구하는 자유로운 성격인데, 교직 생활을 견딜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여전히 조금은 두렵다. 그래도 이 때 만큼은 아이들을 향한 열정이 불타올라 있을 것만 같다.

10년 후에는 어느 정도 마음에 안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교실에서 생활하며 아이들의 성향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아이들 각각의 성격에 맞게 융통성 있게 다가가는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만 같다. 이때는 마음에 조금은 여유가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조급하기 보다는 여유롭게, 천천히.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주의 깊고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20년 후에는 더욱 나의 교육관이 견고해져 있을 것 같다. 한편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함께 주의해야 할 것 같다. 20년이 지나면 아이들과 더욱 세대 차가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과 소통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더 관심을 가지는 교사가 되고 싶다. 아이들과 말이 통하는 교사. 먹을 것이든 평소에 즐겨보는 TV프로든 아이들이 요새 무엇에 빠져 있는지 그것들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지길 원한다. 그와 함께 아이들이 접하는 세상의 여러 문화들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잘 분별하는 올바른 가치관과 분별력을 가지고 싶다.

30년 후에는 나름대로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술’ 분야와 초등 교육을 접목한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의 재능을 쭉 계발하여 가능하다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만화도 그려보고 싶다.

누군가로부터 아이들은 영리하여 교사가 잘 가르치는지 못 가르치는지, 자신들을 사랑하는 지 사랑하지 않는지를 다 안다고 들은 적이다. 나는 아이들이 나를 통하여 ‘내가 선생님으로부터 사랑 받고 있구나!’ 라고 느끼길 소망한다. 좋은 지식을 가르쳐 주는 교사도 되고 싶지만, 내가 가장 되고 싶은 모습의 교사는 사랑을 주는 교사이다. 아이들이 나를 통하여 사랑을 받고 그 사랑 안에서 자신들의 재능과 꿈을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 더 사랑 받기 위해서 학교에 기쁨으로 기대하는 마음으로 나오는 아이들이 되길 소망한다.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교실을 아이들과 함께 가꾸어나가는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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